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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에 지갑을 열어야 할까?
닉
2008. 10. 1. 22:36
얼마 전 블루레이로 판매되는 라따뚜이, 그러니까 1080p 동영상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기술적인 설명은 모조리 다 생략하고, 주방장 모자의 실 한 올 한 올이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동영상에 대한 묘사는 충분할 듯.
급격히 블루레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을 느끼며 또다시 열씨미 인터넷을 뒤져본다. 여전히 블루레이를 읽을 수 있는 ODD는 6자리 가격표를 자랑하고, 기록이 가능한 블루레이 미디어 역시 DVD에 비해 약 30배 정도 비싸다.
혹시나 싶어 블루레이 영화의 가격표를 봤더니 아니 이게 왠 걸, 영화 자체의 가격은 DVD에 비해 크게 비싸지 않다. 오히려 예전 DVD와 비슷한 가격대에 팔린다고 생각될 정도다. 왠일인가 싶어서 좀 더 찾아봤더니, 블루레이 판매가 영 시원찮은 모양이다. 수요가 줄다보니 가격이 내린걸까나.
게다가 국내의 굵직한 해외 영화 배급사들은 아예 철수까지 고려중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입에서 '소비자들이 돈 주고 사질 않으니까'라는 핑계를 놓지 않는다는 건, 한 편으로는 마음아프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과연 너희들이 마음 놓고 돌을 던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다.
우선, 국내 영화 및 음반 소비 시장에서 불법복제에 대한 절대적인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다. 어디 가서 컴퓨터를 전공했다고 이야기하면 최신 영화는 어떻게 다운받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으니까. 뭐 그런걸 가르쳐주는 과목이 요샌 대학에서 개설되기라도 했는지 어쨌는지(사실, 굳이 배우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하는 종류의 일이긴 하다). 주변을 둘러봐도, DVD나 블루레이를 사모으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먼저 본인에 대한 변명부터 시작하면, 사실 DVD에 구입한 금액은 의외로 많다. 공공연히 활자중독증 환자라고 이야기하면서도, 도서구입비에 비하면 DVD 구입비에 지출한 금액이 훨씬 많다. 물론 여기에는 인류 최대의 복지 혜택이라고 평가하는 도서관의 영향도 크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DVD 대여점의 존재도 무시할 순 없다. 사실 1년에 손에 쥐는 수입에도 불구하고, 나름 문화지출비로 쓴 돈이 제법 크다. -_-;
하지만 최근엔 DVD 영화구입은 고려조차 하지 않고있다. 블루레이라는 차세대 미디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이 정책은, 가격보다는 DVD 판매사들의 방식에서 기인한다.
반지의 제왕을 예로 들어보자. 3부작으로 개봉했던 반지의 제왕은 마찬가지로 3편의 DVD로 판매되었다. 반지의 제왕 1편, 반지의 제왕 2편, 그리고 반지의 제왕 3편. 이거 은근히 돈이 많이 나간다.
시간이 지나자,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세트, 즉 3부작을 묶은 패키지가 나온다. 물론 내용자체는 다르지 않지만, 패키지, 즉 포장물이 바뀐다. 포장물이 바뀌는데 뭔 차이가 있냐고? 옷장에 최소한 두 자리수 이상의 품목들이 자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말 못할걸.
그 뒤에 나오는게 바로 반지의 제왕 확장판이다. 이건 내용도 삭제된 부분이 포함된데다가 특전 영상이 포함되었다는 등, 마치 '이걸 안사면 넌 반지의 제왕을 절반도 보지 않은 것이다!'라는 어투의 선정적인 광고멘트까지 반짝반짝 광휘를 더해준다. 물론 DVD 장수는 많이 늘었다만, 실제로 바뀐 내용이 그렇게 많을지는 모르겠다. 둘 다 살 정도로 경제력이 충분치 않아서 -_-
여기까지는 그나마 DVD업계의 '양심적인' 관행이다. 판매사들이 내놓은 'DVD 판매 계획'의 전체 일람을 보자면..
- 극장 개봉판
- 감독판
- 확장판
- 무삭제판
- 한정판
- 수집판
등등등, 같은 영화에 대해 총 6개의 다른 상품을 내놓는 셈이다. 내용만 조금씩 추가되면서. 여기에 시리즈로 나오는 영화의 경우는 당연히 더 다양한 상품군이 나올수밖에. 특히 초반에 출시되었던 DVD의 경우, '더 깨끗한 영상과 음질을 자랑하는 디지털 리마스터링!, 원하면 돈 내고 한장 또 사세요'이라는 수식어가 나오는 걸 보고 할 말을 잃었다.
판매하는 사람들 입장에서야 '추가 수익 창출'이라며 좋아하겠지만, 구입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돈 내고 구입한 사람 뒤통수 때리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아니, 우리 제품을 구입해주는 고객이라는 생각보단, 어떻게든 돈 뜯어내려는 갈취의 대상으로 보고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렇게되면 돈없는 사람은 자연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맘 접고 기다리다가 궁극판 뭐 이런거 나오면 그때 사자.' 게다가 설령 궁극판이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가면 판매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당연히 이런 결심을 하자마자, DVD 구입에 들어가던 지출은 당장 사라지고, 그러다보니 블루레이가 어느새 상용화되었으니 기왕 기다린거 더 기다린다. DVD판매하던 사람들이 블루레이 파는건데, 당연히 어떤식으로 판매할지 뻔히 아는 마당에, 똑같은 수법에 한 번 더 당하기는 싫으니까.
영화표는 팔리지만 DVD는 팔리지 않는다. 책은 사지만 음악 CD나 블루레이는 사지 않는다. 판매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자신의 고객에게 신경써야하리라 본다. 대충 만들어도 사는 사람 있으니까 라는 심정으로 만드는듯한 제품이라면, 당연히 시장에서도 외면받는다. 초기에 구입한 DVD들은 오로지 영화에만 한글 자막이 있을뿐, 감독 인터뷰나 해설, 심지어는 사진에 대한 해설조차 영문만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건 뭐, 공부하는 어학교재라는건지.
소비자들이 안사니까 떠나겠다라는 불평을 하기 전에, 그들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했는지를 먼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급격히 블루레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을 느끼며 또다시 열씨미 인터넷을 뒤져본다. 여전히 블루레이를 읽을 수 있는 ODD는 6자리 가격표를 자랑하고, 기록이 가능한 블루레이 미디어 역시 DVD에 비해 약 30배 정도 비싸다.
혹시나 싶어 블루레이 영화의 가격표를 봤더니 아니 이게 왠 걸, 영화 자체의 가격은 DVD에 비해 크게 비싸지 않다. 오히려 예전 DVD와 비슷한 가격대에 팔린다고 생각될 정도다. 왠일인가 싶어서 좀 더 찾아봤더니, 블루레이 판매가 영 시원찮은 모양이다. 수요가 줄다보니 가격이 내린걸까나.
게다가 국내의 굵직한 해외 영화 배급사들은 아예 철수까지 고려중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입에서 '소비자들이 돈 주고 사질 않으니까'라는 핑계를 놓지 않는다는 건, 한 편으로는 마음아프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과연 너희들이 마음 놓고 돌을 던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다.
우선, 국내 영화 및 음반 소비 시장에서 불법복제에 대한 절대적인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다. 어디 가서 컴퓨터를 전공했다고 이야기하면 최신 영화는 어떻게 다운받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으니까. 뭐 그런걸 가르쳐주는 과목이 요샌 대학에서 개설되기라도 했는지 어쨌는지(사실, 굳이 배우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하는 종류의 일이긴 하다). 주변을 둘러봐도, DVD나 블루레이를 사모으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먼저 본인에 대한 변명부터 시작하면, 사실 DVD에 구입한 금액은 의외로 많다. 공공연히 활자중독증 환자라고 이야기하면서도, 도서구입비에 비하면 DVD 구입비에 지출한 금액이 훨씬 많다. 물론 여기에는 인류 최대의 복지 혜택이라고 평가하는 도서관의 영향도 크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DVD 대여점의 존재도 무시할 순 없다. 사실 1년에 손에 쥐는 수입에도 불구하고, 나름 문화지출비로 쓴 돈이 제법 크다. -_-;
하지만 최근엔 DVD 영화구입은 고려조차 하지 않고있다. 블루레이라는 차세대 미디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이 정책은, 가격보다는 DVD 판매사들의 방식에서 기인한다.
반지의 제왕을 예로 들어보자. 3부작으로 개봉했던 반지의 제왕은 마찬가지로 3편의 DVD로 판매되었다. 반지의 제왕 1편, 반지의 제왕 2편, 그리고 반지의 제왕 3편. 이거 은근히 돈이 많이 나간다.
시간이 지나자,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세트, 즉 3부작을 묶은 패키지가 나온다. 물론 내용자체는 다르지 않지만, 패키지, 즉 포장물이 바뀐다. 포장물이 바뀌는데 뭔 차이가 있냐고? 옷장에 최소한 두 자리수 이상의 품목들이 자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말 못할걸.
그 뒤에 나오는게 바로 반지의 제왕 확장판이다. 이건 내용도 삭제된 부분이 포함된데다가 특전 영상이 포함되었다는 등, 마치 '이걸 안사면 넌 반지의 제왕을 절반도 보지 않은 것이다!'라는 어투의 선정적인 광고멘트까지 반짝반짝 광휘를 더해준다. 물론 DVD 장수는 많이 늘었다만, 실제로 바뀐 내용이 그렇게 많을지는 모르겠다. 둘 다 살 정도로 경제력이 충분치 않아서 -_-
여기까지는 그나마 DVD업계의 '양심적인' 관행이다. 판매사들이 내놓은 'DVD 판매 계획'의 전체 일람을 보자면..
- 극장 개봉판
- 감독판
- 확장판
- 무삭제판
- 한정판
- 수집판
등등등, 같은 영화에 대해 총 6개의 다른 상품을 내놓는 셈이다. 내용만 조금씩 추가되면서. 여기에 시리즈로 나오는 영화의 경우는 당연히 더 다양한 상품군이 나올수밖에. 특히 초반에 출시되었던 DVD의 경우, '더 깨끗한 영상과 음질을 자랑하는 디지털 리마스터링!, 원하면 돈 내고 한장 또 사세요'이라는 수식어가 나오는 걸 보고 할 말을 잃었다.
판매하는 사람들 입장에서야 '추가 수익 창출'이라며 좋아하겠지만, 구입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돈 내고 구입한 사람 뒤통수 때리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아니, 우리 제품을 구입해주는 고객이라는 생각보단, 어떻게든 돈 뜯어내려는 갈취의 대상으로 보고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렇게되면 돈없는 사람은 자연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맘 접고 기다리다가 궁극판 뭐 이런거 나오면 그때 사자.' 게다가 설령 궁극판이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가면 판매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당연히 이런 결심을 하자마자, DVD 구입에 들어가던 지출은 당장 사라지고, 그러다보니 블루레이가 어느새 상용화되었으니 기왕 기다린거 더 기다린다. DVD판매하던 사람들이 블루레이 파는건데, 당연히 어떤식으로 판매할지 뻔히 아는 마당에, 똑같은 수법에 한 번 더 당하기는 싫으니까.
영화표는 팔리지만 DVD는 팔리지 않는다. 책은 사지만 음악 CD나 블루레이는 사지 않는다. 판매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자신의 고객에게 신경써야하리라 본다. 대충 만들어도 사는 사람 있으니까 라는 심정으로 만드는듯한 제품이라면, 당연히 시장에서도 외면받는다. 초기에 구입한 DVD들은 오로지 영화에만 한글 자막이 있을뿐, 감독 인터뷰나 해설, 심지어는 사진에 대한 해설조차 영문만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건 뭐, 공부하는 어학교재라는건지.
소비자들이 안사니까 떠나겠다라는 불평을 하기 전에, 그들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했는지를 먼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