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컥...우체국 덕분에 집안이 뒤집어지다

2009. 2. 28. 01:34
엊그제 잠깐 우체국에 다녀왔다.
볼일은 사소한거였는데, 간 김에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요즘 알아보고 있는 실비 지원 의료보험을 살짝 물어봤더니, 그 대응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보통은, 특히 전화해서 상품 팔려는 모든 업종 종사자들은 장점을 잔뜩 부풀려 왕복 16차선의 튼튼한 다리로 만들어놓고, 단점은 그냥 넘어가거나 수수깡 다리 정도로 만들어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체국에서 상담해주신 분은 왕복 16차선 다리까지는 똑같은데, 수수깡 다리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오히려 진입시 주의할 점등을 자세히 말씀해주시는게 아닌가.

이미 근처 국민은행은 갈 때 마다 '어딜 은행 문턱을 넘어오시나. 꺼지셈' 포스에 당하고, SC제일은행 갔다가 어이없는 일에 마음상한 상태에서 이런 상식적인 대응을 해주는 비상식적인 은행(?) 상담원을 마주치니 약간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때마침 현수막 걸어놓은 걸 보고 별 생각없이 주택 저축 보험 이율이 어찌되냐고 물었는데 나쁘지 않은 듯 해서 덜컥 가입하기로 했다.
뭐 솔직히 말하면 절반쯤은 이미 처음 당해보는 대응에 약간 충동적으로 가입한 셈이기도 하다;

문제는, 늘 알다시피 지갑에 세종대왕님 모시고 살기가 어려운 형편이라는 점.
덜컥 충동구매를 하긴 했지만 총알이 부족하다보니 어쩔 수 있나.
그래도 일단 한다고 했으면 끝까지 하자는 성격.
우체국 통장을 만들어서 거기에 집에서 계좌이체를 해둘테니, 통장은 나중에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이야기했다.
왔다갔다하기가 귀찮으니까 -ㅅ-;;
그래서 신청서 쓰라는건 다 쓰고, 사인도 다 하고, 종이뭉치들과 통장을 교환한 뒤, 회사로 돌아왔다.
마지막에 '그럼 사모님께 입금해달라고 하세요 *^^*' 라는 말에 잠시 울컥 할 뻔.

물론 자기전에 용케 잊지않고 이체는 완료했고.
신청서에 핸드폰 번호를 예전 번호로 적는바람에 약간 소동이 있긴 했지만, 어찌저찌 무사히 처리 되었으며 통장은 택배로 보내겠다는 전화도 잘 받았다.

그리고 대망의 오늘.

택배를 직접 받지 못하니 집에 들어오는길에 우체국 택배를 찾았다.
그런데 이게 왠걸. -_-;
통장 하나 달랑 들어있을 줄 알았더니, 컴퓨터 본체보다도 더 큰 상자가 기다리고 있다;
이게 뭐야...-ㅅ-;; 요새 통장에 Big Size Me라도 적용된건가 하면서 집에 들고와 풀어봤더니, 뭔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포장지엔 예외없이 우체국 마크가 찍혀있는 상자들의 정체는 샴푸, 비누, 치약, 칫솔 등등의 선물세트들.
단품으로 들어있는 것들도 있었고, 심지어는 프라이팬도 끼어있었다.
중간에 이름적힌 통장도 있는 걸로 봐선 잘못 배달 된 건 아닌거 같은데;;

당연히 집에선 난리가 났다. -ㅅ-;
아니 도대체 뭘 가입했길래 이런걸 보내주는거냐, 제대로 알고 가입한거긴 한거냐 등등.
얼핏봐도 5만원쯤은 될거 같다라는 말에 그제서야 헉~ 했다;
그러고보니 통화할 때 '가입 축하 상품' 어쩌구 이야기 했던 것 같기도 하고 -ㅅ-;;

음..이거 왠지 월요일엔 우체국에 확인 전화를 해봐야 하려나;;

P.S
그래서, 당분간 회사 근처에서 금융업무 볼 떄는 무조건 우체국이 최우선순위다.
생각해보니 우체국 고객중에는 젊은 사람들보다는 어르신들께서 많이 계시던데, 그래서 그렇게 친절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