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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thai] 08. 손통포차나 레스토랑, 색소폰 펍

2009. 10. 6. 00:51
2009.09.15, 넷째 날 #2

카오산 로드에 있을 때의 단점.
짜오프라야 강 바로 옆, 즉 방콕 시가지에서 서쪽 외곽지대에 위치한 카오산 로드는 시내로 이동하기가 약간 애매하다.
대중교통인 버스가 있긴 하지만, 여행객들이 그 많은 버스들의 노선을 다 알 고 있을리도 없고...
그리고 방콕의 교통체증은 서울 저리가라라는 것도 어제 미리 체험해봤으니...


그래서, 안막히는 보트를 타고 내려가 지상철을 타고 시내로 이동한다. -ㅅ-;
좀 돌아가는 거긴 한데;;;; 뭐, 저렴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니까.


슬슬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이다.
사실 저녁시간에 맞춰서 밥 먹고, 저녁이 이동할 펍에 가면 라이브 재즈를 들을 수 있다! 라며 잔뜩 기대하면서 시간 맞춰가는 중;;
근데 9시 30분에 가게 문을 열고, 10시 30분에 공연을 시작한다고 하니까, 10시 30분에만 맞춰가면 되겠지~ 라고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 -ㅅ-
뭐, 좋은 자리 잡으려면 일찍가야한다고는 하는데.....뭐 늦게 가도 좋으니 분위기 구경이나 하면 되지;;


지나가던 중 보인 교회.
방콕에선 처음 보는 십자가, 그것도 시뻘건 피 색이 아니라 이색적이었다.
시간만 많으면 가까이 가서 한 번 보고 싶었는데.


보트에서 내려 지상철로 갈아타고 다시 이동하여 도착한 해산물 레스토랑! 쏜통포차나(Sohntong).
방콕에서도 알아주는 맛집이란 이야기가 있던데 손님이 정말 많았다.
가게 앞에는 저렇게 (매연도 마시고) 별 보면서 기다리는 사람들 마저 있을 정도.
입구부터 기대하게 만드는데?
그리고 당연하지만, 저렇게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데 외국인이랍시고 먼저 들어갈 수 있을리가 없으니...마찬가지로 끝에 있는 빈 의자에 앉아서 기다린다; =ㅅ=;

뭐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2층으로 안내받아 자리에 앉으니, 영어로 된 메뉴를 가져다준다.
음....맛있어 보이는 걸로 메뉴 3개를 주문했다;;
뭐, 태국에서의 마지막 밤이기도 하고, 낮동안 한창 돌아다녔더니 배도 많이 고프...;;

메뉴에 덧붙여 (역시나, 의사 선생님 말씀 안듣는 아이가 되기로 작정하고) 술도 시켜놓고 음식 기다리고 있는데, 종업원중 색다른 옷 입은 아줌마 한 명이 다가온다.
술은 뭐 시켰냐고 물어보더니, 자기 가슴을 가리키며 이거 시킬 생각이 없냐고 물어본다...-_-;;;
뭔가 싶었더니, Tiger 맥주 홍보 옷을 입고 있는거였다.
일단 시켰으니까 나중에 주문하겠심~ 이라고 돌려보냈더니 꼭 주문하라고 웃어주고 간다; 쿨럭;;


주문했던 건 쌍쎔 이라는 태국 전통 위스키.
나름 전통주래서 기대하고 있었는데...생각보단 별로 입맛에 맞진 않았다. -ㅅ-;


기다리고 기다리다 첫 번째로 도착한 음식은 '어쑤언'이라는 요리!
간단히 말하면 굴 계란요리다. -ㅅ-
하지만 그 맛은 절대 간단히 표현할 수 없다!
살짝 달콤한 듯, 짭짜름한 듯, 간을 맞춘 계란과 야채 사이에 따뜻한 굴을 건져 씹으면 입 안에서 퍼지는 향긋한 굴 냄새와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ㅠㅠ
굴을 씹으면 그 안에 육즙(?)이 그대로 남아있는 게, 익힌 굴이면서도 마치 생 굴의 신선함을 계란과 소스로 가둔 듯한 느낌.
.........눈 깜짝할 사이에 요리는 소멸되어버렸다. =ㅅ=


그리고 뒤이어 나온 뿌빳퐁커리.
이건 사진보고 반한 음식인데...왜 이렇게 추하게 나온거지;;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그냥 일단 대충 찍고 얼른 먹으려는 생각이 뇌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이것도 간단히 표현하자면..'게 카레'. -ㅅ-; 아니, '카레 게'라고 해야하려나;;
큼지막한 게 한마리에 카레와 각종 향신료를 넣고 쪄올린 음식이다.
카레 특유의 향과 새콤한 맛이 게살 사이로 스며들어 한 입 먹을 때 마다 행복해지는 음식.
개인적으로 갑각류를 먹는데 상당히, 매우 많이 서투르지만, 이녀석은 의욕적으로 먹어줬다.
하지만 의욕만 앞섰지, 왜 내 입으로는 게 살보다 껍질이 많이 들어오는거지. ㅠㅠ
흑흑 먹으면서 고생했지만, 그래도 그만큼 보람찬 요리이기도 했다.


자,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주자는 이름하여 꿍옵운센.
내친김에 이 녀석, 아니 이 분도 요약하자면, 보시는바와 같이 '새우 당면' 요리 되겠다...;
뭐 별다른게 들어간 것 같진 않고, 새우와 당면을 넣고 뭔가 이름모를 소스를 넣어서 요리한 음식...이라고 추정한다.
아니 어쨌든, 나온 음식은 따뜻할 때 가야 할 곳으로 얼른 보내줘여 한다고, 큼직한 새우 한 마리를 집어올려 접시에서 해체 작업을 시작한다..-ㅅ-;
게 요리보다는 낫지만, 새우도 이 해체 작업이 어려워 잘 즐기지 않는 편인데(자타 공인 게으름병 말기 환자), 손이 데이는 것도 잊은채 후다닥 껍질까서 통통한 새우 살을 입 안에 넣는다.
으음..맛있다. ㅠㅠ
담백한 새우맛에 간장과 비슷하면서도 그리 많이 짭짜름하지 않은 소스가 제법 어울린다.

아, 마음같아선 메뉴판에 있는 요리 종류별로 하나씩 시켜먹어 보고 싶었지만, 여행에 쫓기는 일정이란게 얼마나 슬픈 처지인건지!
(곧 죽어도 배부르단 소리 안한다;)

느지막히 일어나 태국의 마지막 일정인 색소폰 펍 Saxophon pub으로 향한다.
지상철 BTS를 타고가서 출구에서 찾아갈 때 한참 헤멜 수 있으니 조심...이라는 주의 문구가 있었지만, 다행히 내려가는 중에 '어 저기아닌가?' 하고 보고 찾아갔던 곳이 정답이었다. -ㅅ-
운 좋게 한 번에 찾았다고 희희락락 들어갔는데, 때마침 밴드 연주하는 바로 앞자리, 정확하게는 옆쪽 자리가 남아있었다!
헉, 이게 왠일이야. 혹시 오늘 연주 안 하는 날인건가..그러고보니 10시 30분 넘었는데 왜 연주 안하지..등등 왠지모를 행운에 불안해하면서 연주를 기다린다.
펍이니 만큼 맥주도 주문한다.
점원이 잽싸게 하이네켄 한 병을 가져다 주자마자 초조함, 그리고 기대감이 가득찬 손으로 받아 한 모금 마셔준다.

잠시 기다리면서 한 모금씩 넘긴 맥주가 어느새 절반 정도 남았을 무렵, 한 명 한 명 밴드 구성원들이 들어오더니 이리저리 음을 맞춰보다가 어느새 연주를 시작해버린다.



라이브 재즈는 몇 번 가보지도 못한 주제에 적는 소감이라 상당히 우습겠지만, 그래도 말하자면 태국에서의 마지막 밤에 어울리는 멋진 장소에 왔다고 평해주고 싶다.



다른 곳도 아니고 밴드 바로 앞 자리라니.
기타의 현이 튕겨지고 진동하며 만들어내는 그 잔상마저 똑똑히 보인다고 말할 수 있는 자리다.
맥주병을 들어올려 보내는 나의 작은 찬사에, 연주자는 눈웃음과 함께 짧은 목례로 화답해준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밴드 구성원들의 손놀림에 의해 만들어지는 소리는 앰프를 거쳐 증폭되기 그 이전에 이미 고막에서 진동하는 듯 하다.
사운드 엔지니어들이 그토록 재현하길 원하면서도 이룩하지 못하는 현장감, 그리고 그 분위기 속에서 맥주를 들어올려 한 모금 마신다.
키보드 위를 미끄러지는 손가락도, 색소폰 연주자의 숨 고르는 움직임도, 기타 연주자들의 화려한 운지와 마림바의 흔들림도 음악에 공명하고 있었다.
거기에 맞춰 탁자밑에서 함께 박자를 맞추는 관객들마저 오늘 이 밤, 이 곳에서의 연주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으리라.


연주 중간 중간에 내게 농담을 던지는 저 사람들이 추구하는 건 완벽한 음악일까?
아니, 일단 악보를 펼쳐놓기는 했지만, 그들이 원하는 건 쉼표 그대로의, 악보 위에 씌여진 지시어를 충실히 따르는 콩쿨의 음악은 아니다.
완벽한 곡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악보와 살짝 어긋난다 하더라도 관객들과 함께 즐거운 분위기를 만드는 그 모습에 또 취해, 나도모르게 감탄사를 흘릴 수 밖에 없다.


.........아니, 뭐, 꿈보다 해몽이라면 할 말 없고. -ㅅ-;
억울하면 직접 가서 보셈. ( -_-);;


세션 중간에 정리하던 아저씨...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르기로 선을 정리하고 있다!!
......는 착각이고, 워낙 어두워서 노출이 길어졌다;

늦어지는 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 하고, 펍을 나서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까지는 약간 먼거리인데다 지하철도, 버스도 끊긴 늦은 시간이라 택시를 탈 수 밖에 없었다.

이로써 천사들의 도시에서의 마지막 밤은 저물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많이 아쉽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즐겁게 지낼 수 있었던 태국 여행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