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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0. 6. 00:05
왕이 위독하다
왕국에 퍼진 소문은 그러했다.
그리고, 소문은 금새 왕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현 왕이 뛰어난 치세로 왕국을 부유하게 만들었다거나, 서민들을 위해 눈물흘리며 아낌없는 자비를 베풀었던 것은 아니다.
아직 장년의, 슬하엔 성년이 채 되지 못한 어린 딸 하나를 둔 왕에 대한 연민이 컸던 것도 아니다.
단지, 서쪽에서 들려오는 허언과 사기를 거듭하는 왕에 대한 소문이나, 북쪽의 왕궁 주변을 높은 담장으로 에워싼 채 백성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왕, 동쪽의 자신에 대한 비방을 일체 허락하지 않고 찬양만 강요하는 왕 등에 대한 이야기는, 백성들에게 왕의 쾌유를 비는데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거기에 덧붙여 남쪽 왕의, 백성들로부터 헐값에 땅을 사들인 뒤 그 옆에 세금으로 도로를 내어 값을 올려 되판다는 소식은 소문에 날개를 달아주기에 충분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전 왕국민이 왕을 걱정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하루이틀 앓고 자리를 털어버릴 병이면 애초에 소문은 금새 사그라들었을게다.
처음에는 간단한 현기증에서 시작했지만, 곧 발열과 무기력이 이어졌고, 음식도 점차 넘기기 힘들어했다.
시종의 부축 없이는 자리에서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게 된 지도 어느 새 두 달여가 넘어가고 있었음에도, 왕의 병세는 차도를 보이지 못했다.

그리고 그 두 달동안, 시의에 대한 비난의 눈초리가 화살이 무색하게 날아들고, 왕궁 내외 이름난 명의들의 드높은 명성이 무참히 꺾여나가고, 그 뒤엔 다행스럽게도 시의에 대한 비난이 한풀 꺾였다.
어쨌든, 누군가는 다른 왕족들의 건강을 보살펴야했고, 그 사람은 유능한 사람이어야 했으니.
자신의 유능함을 믿어의심치 않았던 다른 의사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왕의 병세에 대한 소문은 어느새 패배자들의 명성을 수식어로 거느리고 있었다.
당연히, 자신있게 왕의 병을 고쳐보겠다고 나서는 의사들의 수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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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땡~ 절대 한달에 쓰는 글 수를 늘려보고자 나눠 쓰는게 아님.
당연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그래서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거 아님?
아차,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걸 깜빡 한 건 고의는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