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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과 종교와 문화의 상상력! 터키 #1
닉
2010. 12. 2. 01:26
바야흐로 2011년 끝자락.
여름휴가 가겠다고 2주동안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제 대기중'이란 단어만 내놓는 업무 시스템과 함께 한숨쉬고 1주일을 더 미룬 끝에 드디어!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ㅠㅠ
11월에 가는 여름휴가이니 멋지게 남반구에서 따뜻한, 글자 그대로의 여름휴가를 보내는 운치있는 상상도 했지만..
이미 말했다시피, 여유있게 여행갈 곳을 고르게 해주는 회사가 아닌지라, 그냥 손에 닿는 일정으로 떠난다.
그래, 간다는게 어디냐. 어디로 갈지 몇 달 전에 미리 값싼 비행기표 사두고 같이 갈 사람도 구해서 즐겁게 놀다 오는 게 여행의 정석이라지만....
애초에 그렇게 착실하게 살았던 인생이 아니란 건 성적표가 증명해주고 있었다. -_-;
뭐 어차피 난 벼락치기 인생이니까. ( -_-)
그래서 갑작스럽게 가게 결정된 곳은,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있는, 대제국의 발자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터키!
워낙 급한 것도 있고, 여행일정 짜기엔 시간도 많이 없다는 이유와, 기타 무수한 핑계를 대며 여행사 패키지로 다녀오기로 한다.
사실 개인적인 취향은 자유여행쪽이 더 맞긴 하다만...얼른 회사를 때려치워야 가능할 듯.
근데 공교롭게도, 가게 된 여행사가 회사 출장갈 때 항공편 / 숙소 예약 업무를 처리해주는 곳이라 추가 할인 5%를 받아서 가게 됐다. -ㅅ-;;
이럴 땐 써먹어 줘야 하는 거임.
한국에선, 솔직히 말하자면 월드컵 때 갑자기 "형제의 나라"라고 유행세를 탄 덕택에 크게 알려진 곳이다.
"터키가 형제의 나라래~"
"응? 터키가 왜?"
"몰라, 6.25 전쟁 때 파병했다나봐"
정도랄까;;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터키는 우리나라 역사서에 나오는 '돌궐'이라는 나라로, 한 때 고구려와 국경을 마주하기도 했다.
형제의 나라라는 인연은 그 때 부터 시작된 셈.
자, 어쨌든 아직 터키 땅은 밟지도 못했는데 역사 얘길 할 필요는 없겠고. -ㅅ-a;;
여행 중 가장 기분 좋은 순간 중 하나는 바로 여행을 떠나기 직전이다.
"분명히 가서 쓸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왠지 이건 가져가야 할 듯한 기분?"이라며 가방 싸는 일도 그 중 하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도 정말 가는게 맞는건가? 싶을 때도 종종 있긴 하다 :)
간만에 공항버스에서 짐 일렬로 세워주는 분까지 나와계시다.
지난 번이랑 지지난 번 탈 때는 그냥 알아서 척척척 실었는데. 왠지 이 번엔 떠나는 첫 날 부터 운이 좋은 모양 :)
사실, 이 번이 패키지 여행으로 공항에서 떠나는 건 처음이다.
지난 번엔 회사 단체로 간거라, 회사에서 모여서 우루루 갔었는데, 알고보니 원래는 공항에서 모이는 거랜다. -ㅅ-;;
A카운터에서 더 끝 쪽으로 가면 아예 패키지 투어용으로 만들어놓은 책상들이 있다는 것도 이 번에 알았다.
음음;; 멋모르고 평소처럼 일찍 가서 기다리긴 했지만, 패키지 투어라면 굳이 일찍 갈 필요 없이, 미팅 시간에 딱 맞춰 가는게 제일 나을 듯.
어쨌든, 거기서 인솔하시는 분께 간단한 설명 듣고, 여행사에서 준비한 작은 터키 소개 책자와 가방 부착용 이름표를 받아 붙인다.
티켓은 일괄로 여권을 걷어 배부해주는데, 대신 짐 붙이는 건 직접 해야 한다.
패키지 여행이다보니 한 번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건 어쩔 수 없을 듯.
그래도 오래 기다리진 않고 금방 면세지역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대신, 시간이 아슬아슬한 탓에, 그리고 집합 시간이 잘못 전달된 탓에 비행기 출발 시간에 거의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다음부턴 제발 빨리오세요!"라는 대사에 악의를 잔뜩 담아 던지는 대한항공 직원들을 마지막으로, 비행기 안으로 들어선다.
이번에 타고갈 비행기는 러시아 항공, Aeroflot airline이다.
인천 - 모스크바까지 9시간동안 타고 간 다음, 다시 모스크바 - 이스탄불의 3시간 비행을 러시아 항공으로 가게 됐다.
공항에선 대한항공 직원이 업무를 봤던 게, sky team에 속해있어서 대한항공과 code share로 운행하기도 한다.
그런데 기내 서비스나 시설은.....완전 천지차이;;
팔걸이의 윗부분이 저렇게 분리되는 비행기는 처음 타본다;
아니 뭐 이건 동네 프로펠러기도 아니고..-_-;;;
볼리비아에서 탔던, 초원에 착륙하는 비행기가 이 대륙을 횡단하는 비행기보다 훨씬 고급스럽게 느껴질 정도.
기내식 먹을 때 사용하는 선반엔 커피가 말라붙은 자국이 가득, 의자 곳곳엔 찌든 때와 더불어 몇 달 전 손님의 자취일지 모르는 이쑤시개도 바닥에서 굴러다닌다.
당연하지만, 좌석에 개인용 모니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지니스 석도 마찬가지)
노트북 배터리를 빼놓고 온 걸 뼈저리게 후회할 수 있는 시간이, 인천 출발 모스크바 도착하는 9시간 동안이나 주어지게 된 셈.
거기에 추가로, 러시아 항공 이용시 수하물이 굉장히 많이 없어진다는 악평이 자자하다.
출발 전, 이미 그런 내용을 여기저기서 들은 터라, 여행사 쪽에 물어봤었다.
"저기, 러시아 항공 수하물 분실이 굉장히 자주 일어난다던데..정말이에요?"
"아, 요샌 괜찮아요. 제가 올 해도 여러 번 탔었는데, 대략 10번에 2~3번밖에 안 잃어버릴 정도로 많이 줄었어요."
....10번에 2~3번이면 20% 정도로 잃어버린다는 얘긴데, 그게 많이 줄은거라니!!!!
충분히 자주 잃어버리는거 아닌가? 내가 이상한건가? ㅠㅠ
이런 얘길 듣고 비행기를 탔으니, 이스탄불까지 도착하는 내내 수하물 걱정이 되는 건 당연하다 -_-;;;
대한항공 요금으로 러시아항공을 타게된다면 정말 두 번 다시 꼴도 보기 싫을 듯;
출발하기 전에 들었던, "내가 아는 사람은 50만원 이상 싸지 않으면 절대 안탈꺼라던데"라는 말을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ㅅ-
미국 제국주의의 상징인 콜라캔에 인쇄된 러시아 글자.
이런 것만 가져오지 말고 서비스도 좀 본받아보셈...이라고 해봐야 델타 / AA도 그다지 친절하진 않았구나;;
자, 어쨌든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아침에 탔던 비행기 창 밖으로 석양이 보일 정도가 됐다.
9시간이나 타고 가야 하는데...솔직히 말하면 매우매우 지루했다. ㅠㅠ
가져간 책은 순식간에 다 읽어버리고, 기내식이라고 나온 것들은 (기분탓인지) 그닥 맛있지도 않았고..
저런 쬐끄만 화면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당연히 눈에 들어올리가 없다.
농담이 아니라, 손가락 두 개 붙여놓은 정도의 체감화면을 자랑하는 Video system!
거기에 덧붙여 내 좌석은 특별석이라, 자칫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숙면을 방해하거나 난청을 유발할까봐 고장난 상태였다. 아이고 친절도 하셔라.
기내식의 후식으로 오예스가 나왔길래 한 컷..-ㅅ-;;
맛이없다고는 했지만, 그건 주식으로 나온 요리 얘기고, 샐러드는 꽤 맛있었다.
의외로 아삭아삭한게 러시아산이 아니라 한국에서 산거 아닐까~ 했는데 오예스를 보고 심증을 굳혀가는 중.
자, 9시간 걸려서 드디어 내린 모스크바 공항.
여기가 또 만만치 않은게, 환승 대기 시간이 약 5시간이다......-_-;;;
이런 승객들을 배려해서인지, 너무 일찍 들어가면 지루해 할 까봐 천천히 여유있게 승객들을 통과시키는 모스크바 공항 직원들.
저 문 통과하는데 대략 30분이 넘게 걸렸다.
아무리 한국이 빨리빨리에 익숙해져있다고는 해도, 모스크바 공항이 다른 곳들에 비해 좀 유별난 듯.
러시아인들의 국민성이라고 봐야 하나?? -_-;;
공항 직원들의 배려로 충분히 시간을 많이 썼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아있는 시간은 많다.
뭐 전세계 어딜 가도 공항의자가 딱딱하고 기다리기 불편한 건 마찬가지인지라, 공항 라운지에서 쉬기로 한다.
모스크바 공항에서 PP카드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Amber lounge 한 곳.
(아래 쪽에 Priority Pass라고 붙여져 있다)
그리고 알고보니 KAL과 제휴를 해서, Morning calm premium 이상 등급이면 무료로 쓸 수 있다고 한다.
근데 뭐...여긴 그냥 "의자가 푹신하고, 음료수가 무료이다"정도로 위안삼아야 할 듯;
음료수의 종류가 많은 것도 아니고, 빵 종류는 그냥...구색 갖추기?
LA에서 들어갔던 KAL lounge도 정말 "매우매우 간단한 스낵류" 정도만 있었지만, 거긴 그래도 분위기라도 좋았지...
그래도 여기에서 9시간의 즐거운 동반자였던 핸드폰을 충전시켜주고, 푹신한 의자에서 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PP카드가 아니라 돈 내고 여길 들어갈 바엔, 근처의 다른 음식점이나 pub을 이용하는게 낫다.
공항 의자에 앉아서 쉬는 것은 절대적으로 비추천.
계단참이나 면세점 옆 공간등, 무려 실내에서 바로 담배를 피우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매우 공기가 탁하다.
비흡연자라면 매우 짜증나는 곳.
흡연자라해도, 한국 편의점보다 비싼 면세점 담배가격을 보면 조금 짜증나지 않을까?
모스크바 면세점은 유로를 사용하며, 담배 한 보루에 21 유로, 한화로 대략 3만2천원 정도 한다.
비행기 시간이 다 되어 이동하는 중에 올려다 본 곳엔 3D TV가 매달려 있었다.
오오...이건 또 신선한데~ 하면서 광고로 나오는 3D도 잠깐 감상해준다.
그리고 뭐... 이건 그냥 두어 번 보면 신기함이 사라지는 종류라;; -ㅅ-;
모스크바 - 이스탄불까지 가는 비행기를 타는 곳.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스크바가 러시아 항공의 기착지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터키 - 러시아간에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간단히 3시간 정도의 비행이라, 음료수 마시고 기내식 한 번 먹으면 순식간에 도착한다.
3시간 정도의 비행이 부담도 없고, 기내식도 먹고 딱 좋은 듯 -ㅅ-;
그러고보니 같은 이유로 혹시 러시아에서 터키로 여행가는 사람이 많은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창밖으로 내려다 본 이스탄불 시내.
아래에 흐르는 검푸른 물이 보스포러스 해협이다.
이스탄불은 저 해협을 사이에 두고 한 쪽은 유럽, 한 쪽은 아시아 대륙에 속해있다.
전 세계를 통 틀어봐도, 하나의 도시가 두 대륙에 걸쳐있는 경우는 유일하다고 한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이런 지리적 조건은 해상교통 및 육상교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과거 이스탄불이 문명의 중심지였던 데는 이런 유리한 위치가 매우 크게 작용했겠지.
이스탄불의 전력사정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한국으로부터의 원전 수주 계약 이야기가 나올 정도니까.
선진국으로 따진다면야, 그리고 그렇게 노래부르는 '국격'으로 따진다면야 G20 결성 때 부터 거기에 속해있던 터키를 더 쳐주겠지만...
아직 터키는 농업 중심의 국가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국토가 남한의 몇배나 되는 큰 나라이다.
공항에 주차해 놓은 옆집 비행기. 널찍한게 주차하기도 편하고, 문콕 걱정도 안해도 될 듯 -ㅅ-a
이스탄불 공항은 역시 모스크바 공항에 비해 일처리가 빠르다.
거의 인천 공항과 동등수준?
수하물은 인천보다 훨씬 더 빨리 나오기까지 했다!
매우 감격. 그리고 걱정했던 것과 달리 짐이 무사히 도착했다는 데 다시 한 번 감격, 그리고 감사.
워낙 걱정했던 나머지, 짐이 무사히 도착했다는 게 매우 기뻤다. :)
다른 일행들의 짐도 모두 무사 도착!
이거 너무 겁먹었던 거였나?;;
이스탄불 공항은 제법 깨끗했다.
바로 전에 봤던 게 모스크바 공항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공항 밖에는 저렇게 대기하고 있는 차들이 매우 많은데, 관광객을 태우러 온 차들도 있고, 해외에서 돌아오는 터키인들을 태우러 온 차들도 많다고 한다.
이슬람교 신자가 전 국민의 98%를 차지하는 나라인 만큼, 이맘 때 쯤이면 메카로 성지 순례를 다녀오는 사람들로 인해 공항이 매우 붐빈다고 하니까.
다행히 우리가 나올 때는 그다지 공항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 금방 나올 수 있었지만,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나, 공항 의자에서 이불로 몸을 둘둘 감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모두 메카로 성지순례를 가거나, 다녀오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 시내로 이동한다.
이 곳이 나름 숙소가 많은 곳인 지, 호텔 간판도 여기저기 보이고, 1층엔 상점들이 가득.
하지만 자정이 넘은 시간인지라 모두 불은 꺼져있다.
이 곳이 묵게 될 숙소.
4성호텔이란 얘긴데....방은 고시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좁았다. -ㅅ-;;
엘리베이터도 사람 4명이 타면 가득 찰 정도로 작았는데, 이건 터키의 숙소 대부분이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놀랐던 것이, 터키 전역은 물에 석회질 성분이 매우 많이 함유되어 있다.
말로만 들었지만 샤워하려는 순간 물이 너무 미끈미끈해서 깜짝 놀랐다.
당연히 비누가 잘 풀리지도, 잘 닦이지도 않는다.
호텔 로비와 화장실에는 "절대 마시지 마시오"라는 안내문도 붙어 있었고.
뭐, 고작 일주일이니까~ 라면서 어쨌든 몸을 씻고 침대에 눕는다.
약간 개운치 못한 느낌과 좁은 방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잠깐 들지만, 16시간의 비행 일정에 지친 몸은 순식간에 잠들게 된다.
본격 터키 여행은 내일 부터 시작! :)
여름휴가 가겠다고 2주동안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제 대기중'이란 단어만 내놓는 업무 시스템과 함께 한숨쉬고 1주일을 더 미룬 끝에 드디어!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ㅠㅠ
11월에 가는 여름휴가이니 멋지게 남반구에서 따뜻한, 글자 그대로의 여름휴가를 보내는 운치있는 상상도 했지만..
이미 말했다시피, 여유있게 여행갈 곳을 고르게 해주는 회사가 아닌지라, 그냥 손에 닿는 일정으로 떠난다.
그래, 간다는게 어디냐. 어디로 갈지 몇 달 전에 미리 값싼 비행기표 사두고 같이 갈 사람도 구해서 즐겁게 놀다 오는 게 여행의 정석이라지만....
애초에 그렇게 착실하게 살았던 인생이 아니란 건 성적표가 증명해주고 있었다. -_-;
뭐 어차피 난 벼락치기 인생이니까. ( -_-)
그래서 갑작스럽게 가게 결정된 곳은,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있는, 대제국의 발자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터키!
워낙 급한 것도 있고, 여행일정 짜기엔 시간도 많이 없다는 이유와, 기타 무수한 핑계를 대며 여행사 패키지로 다녀오기로 한다.
사실 개인적인 취향은 자유여행쪽이 더 맞긴 하다만...얼른 회사를 때려치워야 가능할 듯.
근데 공교롭게도, 가게 된 여행사가 회사 출장갈 때 항공편 / 숙소 예약 업무를 처리해주는 곳이라 추가 할인 5%를 받아서 가게 됐다. -ㅅ-;;
이럴 땐 써먹어 줘야 하는 거임.
한국에선, 솔직히 말하자면 월드컵 때 갑자기 "형제의 나라"라고 유행세를 탄 덕택에 크게 알려진 곳이다.
"터키가 형제의 나라래~"
"응? 터키가 왜?"
"몰라, 6.25 전쟁 때 파병했다나봐"
정도랄까;;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터키는 우리나라 역사서에 나오는 '돌궐'이라는 나라로, 한 때 고구려와 국경을 마주하기도 했다.
형제의 나라라는 인연은 그 때 부터 시작된 셈.
자, 어쨌든 아직 터키 땅은 밟지도 못했는데 역사 얘길 할 필요는 없겠고. -ㅅ-a;;
여행 중 가장 기분 좋은 순간 중 하나는 바로 여행을 떠나기 직전이다.
"분명히 가서 쓸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왠지 이건 가져가야 할 듯한 기분?"이라며 가방 싸는 일도 그 중 하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도 정말 가는게 맞는건가? 싶을 때도 종종 있긴 하다 :)
간만에 공항버스에서 짐 일렬로 세워주는 분까지 나와계시다.
지난 번이랑 지지난 번 탈 때는 그냥 알아서 척척척 실었는데. 왠지 이 번엔 떠나는 첫 날 부터 운이 좋은 모양 :)
사실, 이 번이 패키지 여행으로 공항에서 떠나는 건 처음이다.
지난 번엔 회사 단체로 간거라, 회사에서 모여서 우루루 갔었는데, 알고보니 원래는 공항에서 모이는 거랜다. -ㅅ-;;
A카운터에서 더 끝 쪽으로 가면 아예 패키지 투어용으로 만들어놓은 책상들이 있다는 것도 이 번에 알았다.
음음;; 멋모르고 평소처럼 일찍 가서 기다리긴 했지만, 패키지 투어라면 굳이 일찍 갈 필요 없이, 미팅 시간에 딱 맞춰 가는게 제일 나을 듯.
어쨌든, 거기서 인솔하시는 분께 간단한 설명 듣고, 여행사에서 준비한 작은 터키 소개 책자와 가방 부착용 이름표를 받아 붙인다.
티켓은 일괄로 여권을 걷어 배부해주는데, 대신 짐 붙이는 건 직접 해야 한다.
패키지 여행이다보니 한 번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건 어쩔 수 없을 듯.
그래도 오래 기다리진 않고 금방 면세지역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대신, 시간이 아슬아슬한 탓에, 그리고 집합 시간이 잘못 전달된 탓에 비행기 출발 시간에 거의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다음부턴 제발 빨리오세요!"라는 대사에 악의를 잔뜩 담아 던지는 대한항공 직원들을 마지막으로, 비행기 안으로 들어선다.
이번에 타고갈 비행기는 러시아 항공, Aeroflot airline이다.
인천 - 모스크바까지 9시간동안 타고 간 다음, 다시 모스크바 - 이스탄불의 3시간 비행을 러시아 항공으로 가게 됐다.
공항에선 대한항공 직원이 업무를 봤던 게, sky team에 속해있어서 대한항공과 code share로 운행하기도 한다.
그런데 기내 서비스나 시설은.....완전 천지차이;;
팔걸이의 윗부분이 저렇게 분리되는 비행기는 처음 타본다;
아니 뭐 이건 동네 프로펠러기도 아니고..-_-;;;
볼리비아에서 탔던, 초원에 착륙하는 비행기가 이 대륙을 횡단하는 비행기보다 훨씬 고급스럽게 느껴질 정도.
기내식 먹을 때 사용하는 선반엔 커피가 말라붙은 자국이 가득, 의자 곳곳엔 찌든 때와 더불어 몇 달 전 손님의 자취일지 모르는 이쑤시개도 바닥에서 굴러다닌다.
당연하지만, 좌석에 개인용 모니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지니스 석도 마찬가지)
노트북 배터리를 빼놓고 온 걸 뼈저리게 후회할 수 있는 시간이, 인천 출발 모스크바 도착하는 9시간 동안이나 주어지게 된 셈.
거기에 추가로, 러시아 항공 이용시 수하물이 굉장히 많이 없어진다는 악평이 자자하다.
출발 전, 이미 그런 내용을 여기저기서 들은 터라, 여행사 쪽에 물어봤었다.
"저기, 러시아 항공 수하물 분실이 굉장히 자주 일어난다던데..정말이에요?"
"아, 요샌 괜찮아요. 제가 올 해도 여러 번 탔었는데, 대략 10번에 2~3번밖에 안 잃어버릴 정도로 많이 줄었어요."
....10번에 2~3번이면 20% 정도로 잃어버린다는 얘긴데, 그게 많이 줄은거라니!!!!
충분히 자주 잃어버리는거 아닌가? 내가 이상한건가? ㅠㅠ
이런 얘길 듣고 비행기를 탔으니, 이스탄불까지 도착하는 내내 수하물 걱정이 되는 건 당연하다 -_-;;;
대한항공 요금으로 러시아항공을 타게된다면 정말 두 번 다시 꼴도 보기 싫을 듯;
출발하기 전에 들었던, "내가 아는 사람은 50만원 이상 싸지 않으면 절대 안탈꺼라던데"라는 말을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ㅅ-
미국 제국주의의 상징인 콜라캔에 인쇄된 러시아 글자.
이런 것만 가져오지 말고 서비스도 좀 본받아보셈...이라고 해봐야 델타 / AA도 그다지 친절하진 않았구나;;
자, 어쨌든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아침에 탔던 비행기 창 밖으로 석양이 보일 정도가 됐다.
9시간이나 타고 가야 하는데...솔직히 말하면 매우매우 지루했다. ㅠㅠ
가져간 책은 순식간에 다 읽어버리고, 기내식이라고 나온 것들은 (기분탓인지) 그닥 맛있지도 않았고..
저런 쬐끄만 화면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당연히 눈에 들어올리가 없다.
농담이 아니라, 손가락 두 개 붙여놓은 정도의 체감화면을 자랑하는 Video system!
거기에 덧붙여 내 좌석은 특별석이라, 자칫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숙면을 방해하거나 난청을 유발할까봐 고장난 상태였다. 아이고 친절도 하셔라.
기내식의 후식으로 오예스가 나왔길래 한 컷..-ㅅ-;;
맛이없다고는 했지만, 그건 주식으로 나온 요리 얘기고, 샐러드는 꽤 맛있었다.
의외로 아삭아삭한게 러시아산이 아니라 한국에서 산거 아닐까~ 했는데 오예스를 보고 심증을 굳혀가는 중.
자, 9시간 걸려서 드디어 내린 모스크바 공항.
여기가 또 만만치 않은게, 환승 대기 시간이 약 5시간이다......-_-;;;
이런 승객들을 배려해서인지, 너무 일찍 들어가면 지루해 할 까봐 천천히 여유있게 승객들을 통과시키는 모스크바 공항 직원들.
저 문 통과하는데 대략 30분이 넘게 걸렸다.
아무리 한국이 빨리빨리에 익숙해져있다고는 해도, 모스크바 공항이 다른 곳들에 비해 좀 유별난 듯.
러시아인들의 국민성이라고 봐야 하나?? -_-;;
공항 직원들의 배려로 충분히 시간을 많이 썼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아있는 시간은 많다.
뭐 전세계 어딜 가도 공항의자가 딱딱하고 기다리기 불편한 건 마찬가지인지라, 공항 라운지에서 쉬기로 한다.
모스크바 공항에서 PP카드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Amber lounge 한 곳.
(아래 쪽에 Priority Pass라고 붙여져 있다)
그리고 알고보니 KAL과 제휴를 해서, Morning calm premium 이상 등급이면 무료로 쓸 수 있다고 한다.
근데 뭐...여긴 그냥 "의자가 푹신하고, 음료수가 무료이다"정도로 위안삼아야 할 듯;
음료수의 종류가 많은 것도 아니고, 빵 종류는 그냥...구색 갖추기?
LA에서 들어갔던 KAL lounge도 정말 "매우매우 간단한 스낵류" 정도만 있었지만, 거긴 그래도 분위기라도 좋았지...
그래도 여기에서 9시간의 즐거운 동반자였던 핸드폰을 충전시켜주고, 푹신한 의자에서 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PP카드가 아니라 돈 내고 여길 들어갈 바엔, 근처의 다른 음식점이나 pub을 이용하는게 낫다.
공항 의자에 앉아서 쉬는 것은 절대적으로 비추천.
계단참이나 면세점 옆 공간등, 무려 실내에서 바로 담배를 피우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매우 공기가 탁하다.
비흡연자라면 매우 짜증나는 곳.
흡연자라해도, 한국 편의점보다 비싼 면세점 담배가격을 보면 조금 짜증나지 않을까?
모스크바 면세점은 유로를 사용하며, 담배 한 보루에 21 유로, 한화로 대략 3만2천원 정도 한다.
비행기 시간이 다 되어 이동하는 중에 올려다 본 곳엔 3D TV가 매달려 있었다.
오오...이건 또 신선한데~ 하면서 광고로 나오는 3D도 잠깐 감상해준다.
그리고 뭐... 이건 그냥 두어 번 보면 신기함이 사라지는 종류라;; -ㅅ-;
모스크바 - 이스탄불까지 가는 비행기를 타는 곳.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스크바가 러시아 항공의 기착지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터키 - 러시아간에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간단히 3시간 정도의 비행이라, 음료수 마시고 기내식 한 번 먹으면 순식간에 도착한다.
3시간 정도의 비행이 부담도 없고, 기내식도 먹고 딱 좋은 듯 -ㅅ-;
그러고보니 같은 이유로 혹시 러시아에서 터키로 여행가는 사람이 많은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창밖으로 내려다 본 이스탄불 시내.
아래에 흐르는 검푸른 물이 보스포러스 해협이다.
이스탄불은 저 해협을 사이에 두고 한 쪽은 유럽, 한 쪽은 아시아 대륙에 속해있다.
전 세계를 통 틀어봐도, 하나의 도시가 두 대륙에 걸쳐있는 경우는 유일하다고 한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이런 지리적 조건은 해상교통 및 육상교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과거 이스탄불이 문명의 중심지였던 데는 이런 유리한 위치가 매우 크게 작용했겠지.
이스탄불의 전력사정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한국으로부터의 원전 수주 계약 이야기가 나올 정도니까.
선진국으로 따진다면야, 그리고 그렇게 노래부르는 '국격'으로 따진다면야 G20 결성 때 부터 거기에 속해있던 터키를 더 쳐주겠지만...
아직 터키는 농업 중심의 국가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국토가 남한의 몇배나 되는 큰 나라이다.
공항에 주차해 놓은 옆집 비행기. 널찍한게 주차하기도 편하고, 문콕 걱정도 안해도 될 듯 -ㅅ-a
이스탄불 공항은 역시 모스크바 공항에 비해 일처리가 빠르다.
거의 인천 공항과 동등수준?
수하물은 인천보다 훨씬 더 빨리 나오기까지 했다!
매우 감격. 그리고 걱정했던 것과 달리 짐이 무사히 도착했다는 데 다시 한 번 감격, 그리고 감사.
워낙 걱정했던 나머지, 짐이 무사히 도착했다는 게 매우 기뻤다. :)
다른 일행들의 짐도 모두 무사 도착!
이거 너무 겁먹었던 거였나?;;
이스탄불 공항은 제법 깨끗했다.
바로 전에 봤던 게 모스크바 공항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공항 밖에는 저렇게 대기하고 있는 차들이 매우 많은데, 관광객을 태우러 온 차들도 있고, 해외에서 돌아오는 터키인들을 태우러 온 차들도 많다고 한다.
이슬람교 신자가 전 국민의 98%를 차지하는 나라인 만큼, 이맘 때 쯤이면 메카로 성지 순례를 다녀오는 사람들로 인해 공항이 매우 붐빈다고 하니까.
다행히 우리가 나올 때는 그다지 공항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 금방 나올 수 있었지만,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나, 공항 의자에서 이불로 몸을 둘둘 감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모두 메카로 성지순례를 가거나, 다녀오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 시내로 이동한다.
이 곳이 나름 숙소가 많은 곳인 지, 호텔 간판도 여기저기 보이고, 1층엔 상점들이 가득.
하지만 자정이 넘은 시간인지라 모두 불은 꺼져있다.
이 곳이 묵게 될 숙소.
4성호텔이란 얘긴데....방은 고시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좁았다. -ㅅ-;;
엘리베이터도 사람 4명이 타면 가득 찰 정도로 작았는데, 이건 터키의 숙소 대부분이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놀랐던 것이, 터키 전역은 물에 석회질 성분이 매우 많이 함유되어 있다.
말로만 들었지만 샤워하려는 순간 물이 너무 미끈미끈해서 깜짝 놀랐다.
당연히 비누가 잘 풀리지도, 잘 닦이지도 않는다.
호텔 로비와 화장실에는 "절대 마시지 마시오"라는 안내문도 붙어 있었고.
뭐, 고작 일주일이니까~ 라면서 어쨌든 몸을 씻고 침대에 눕는다.
약간 개운치 못한 느낌과 좁은 방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잠깐 들지만, 16시간의 비행 일정에 지친 몸은 순식간에 잠들게 된다.
본격 터키 여행은 내일 부터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