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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과 종교와 문화의 상상력! 터키 #6
닉
2010. 12. 29. 00:00
오늘이 터키 땅에서 잠을 자는 마지막 날.
즉, 오늘도 열심히(?)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며 이스탄불로 돌아가 잠을 자고 나면, 내일은 지중해에 안녕을 고하고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아, 뭔지 뭐르게 터키 여행와서는 버스탄 기억 밖에 없는 거 같아......라며 눈을 뜬다.
왠지 여름철에 놀러왔다면 딱 좋았을 호텔 방.
-ㅅ- 물론 겨울철이니까 이런 좋은 방에서 잘 수 있었겠지;; 쿨럭;
어쨌든, 풍경이나마 보면서 어떻게든 오늘 하루를 보람차게 보내자! 라고 다짐한다.
.......근데 다짐하면 뭘 어쩌나; 패키지 여행은 그냥 시키는 대로 가야 하는 것을;
오늘의 시작은 아이발릭, 이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널리 알려진 지명, 즉 트로이라고 말하는게 좀 더 있어보인다. -ㅅ-;;
슐레이만의 명성을 혁혁히 드높이게 된 곳이기도 하면서,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로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의 배경이 된 곳이다.
그런데...트로이는 사실 아직 "눈으로 볼만한 구경거리"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아직 발굴 중이라는 것도 그렇고, 터키땅 자체가 워낙 인기많은 땅이다보니 이런저런 문명들이 많이 지나갔던 곳이라 유물도 여러 시대 것들이 뒤엉켜서 나온댄다.
그러다보니, 정말 주춧돌만 남아있는 곳에서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중간중간 표지판에 삽화가 도와주는 곳에선 내친 김에 도로 위에 지나가는 행인과 뒤따르는 수행 노예들, 올리브유를 양쪽에 나눠 싣고 상인 손에 끌려가는 나귀들, 가판대에 가득히 과일을 쌓아두고 목청껏 소리지르는 과일상 등을 내키는대로 그려준다.
성벽인가 싶은 곳에선 성벽 너머로 돌 던지는 병사들. 투구끈을 고쳐매며 내 옆을 뛰어가는 전령. 바다위에서 화살을 쏘아대는 군선까지 저 멀리에 띄워볼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한다.
뭐 바꿔말하면 자기 멋대로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도화지가 백지상태라고 보면 된다. -ㅅ-a
"경치 좋은 산책 코스인개벼"라는 소리까지 나왔으니 뭐 -_-;;
하다못해 영화 트로이만 봤더라도 그럭저럭 상상할만한 재료는 가지고 왔을텐데, 사실 일반상식 선에서는 트로이 = 목마 정도로 끝이니까.
영화 트로이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상당부분을 따와 만들었다.
그런데 이 그리스 신화란 것이 현실과 신화를 넘나들며 상당히 복잡하고도 길다. -ㅅ-;;
재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화법으로 꾸역꾸역 적느니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그냥 copy & paste하는게 낫겠지만.....저작권이란 게 무서운지라. -ㅅ-;
사건의 발단은 파리스라는 그저 운 좋게 떡 주워 먹은 아저씨가 태어나면서 부터이다.
파리스는 태어나길 트로이 왕국의 왕자로 태어났다. 역시 운 좋은 사람은 태어나는 것 부터 다르다. -_-;;
그런데 하필이면 왕비님이 출산하면서 무지 안좋은 꿈을 꾸셨댄다.
예언자들을 불러서 해몽하라 했더니, 평소 안좋은 감정이라도 있었던지 "이 아이는 장차 트로이를 잿더미로 만들 왕자입니다!"라는 대답을 듣게 된다.
뭐 어쩌랴, 트로이를 불바다로 만든다는데. 왕과 왕비는 갓 태어난 왕자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런데 꼭 구체적으로 지시를 안내리면 늘상 생기듯이, 명령받은 부하가 차마 제 손으로 죽이지 못하고 산에 내다 버리고는 "왕자 죽었어요~ 퀘스트 끝. 보상 감사"로 마무리 지어버린다.
당연하지만, 파리스는 지나가던 목동1에게 구출되어 목동으로 살아간다.
이쯤에서 끝나면 해피엔딩이었겠는데, 아직 발단의 초반부. -_-;;
배경이 살짝 신들의 사회, 올림푸스로 넘어가보자.
이번에는 바다의 신이 딸내미를 낳았는데, 마찬가지로 신탁이 하나 쫓아내려온다.
"이 아이가 아들을 낳으면, 아버지보다 훨신 잘난 놈이 될 것이다"라고.
그러다보니 신의 딸이니만큼 엄청난 미모를 자랑하는 이 테티스라는 여신은 눈을 낮춰 인간과 결혼하게 된다. 자기보다 잘난 놈이 나온다는 말에 그 여자 밝힘증의 제왕 제우스도 손을 못댔다니까.
그래도 신이 눈을 낮춰서 결혼하는게 인간이다보니, 인간중에선 그나마 잘났다고 하는 녀석중 하나인 왕과 결혼하게 된다.
떠들석하게 잔치를 열면서 초대장을 보내는데, 당연히 결혼 잔치는 재밌으라고 하는 법.
꼴보기 싫은 사람이나, 불러봐야 안좋은 일만 일어날 거 같은 사람은 빼놓고 부르기 마련이다.
자연히 "불화의 여신"이라는 멋들어진 타이틀을 단 에리스 님께선 초대 회원 명부에 올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불화의 여신은 아무나 못된다는 걸 증명하듯이, 뒤늦게 그 소식을 들은 이 여신이 결혼식에 쳐들어온다.
잔치에 들어서서는,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사과를 보란듯이 치켜들고 외친다.
"이 황금사과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의 것이다!" 라고.
그리고는 황금사과를 사르르 굴리니,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굴러간 황금사과가 제 자리라고 딱 멈춘 곳에 세 명의 여신이 서 있더라.
바로 제우스의 부인인 "헤라", 전쟁과 승리의 여신 "아테나", 그리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불화의 여신의 솜씨는 역시 알아줘야 한다.
101동 아파트 아줌마, 102동 아파트 아줌마, 103동 아파트 아줌마 셋이 있는 곳에서 102동이 제일 비싸고 살기도 좋지요~ 라고 말하면 바로 양쪽 아줌마 눈총에 구멍이 뚫릴테니까.
제우스에게 황금사과를 건네주며 "자, 당신의 선택은?"이라고 물어보면, 제우스 아저씨도 영락없이 대대장 3명 사이에 끼어서 "자네, 어느 대대가 제일 좋은가?"라는 질문 받는 일병의 기분을 알 수 있겠지.
곤란해하는 제우스의 눈에 띈 구원자가 바로, 산에서 양치며 살아가는 파리스다.
"자 봐라, 저 아저씨는 지가 왕자였다는 것도 모르고 살고 있다. 쟤한테 물어보면 어줍잖게 위세에 눌려 머리굴리는 아부가 아니라 진실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꺼임" 이라는 명분을 대고, 결정권을 넘겨버린다.
하지만, 막상 갔더니 당연히 외모로 따지면 미의 여신이라는 아프로디테가 나을 수 밖에.
말 한마디 못해보고 뺏길까봐, 각자 자기 PR의 시간을 가진다.
헤라 : 인생사 권력이 짱임. 귀찮게 선거기간에만 국민의 일꾼..어쩌고 이딴거 필요없이 무조건 님 좀 짱 해줌. 쇠고기 수입 맘대로 하고 운하도 맘대로 팜.
아테나 : 어허, 요새 뉴스 안봤음? 정치인도 싸움 잘해야되는거임. 황금 사과 주면 어떤 놈이든 님 앞에 일초지적도 안됨.
아프로디테 : 세상에서 젤 예쁜 여자랑 소개팅 해줌. 원하면 결혼도 시켜줌. 말만 하셈.
목동으로 순진하게 살고 있던 파리스.
권력도 모르겠고 목동이 국K-1 진출할 일도 없을테니 예쁜 여자가 장땡이라, 아프로디테에게 덥썩, 황금사과를 헌납한다.
저런. 당신 지금 트로이를 잿더미로 만드는 횃불에 불을 당겼다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헤라와 아테나는 분노에 떨면서 올림포스로 돌아간다.
자, 그럼 아프로디테가 말한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는, 여성밝힘증에서 따를 바가 없는 제우스의 수많은 자녀중 하나인 헬레나다.
제우스의 모든 자녀들이 신이었다면 만신전으로도 부족했을 것은 당연지사. (물론 올림푸스에도 제우스의 자녀들 수가 제법 되는 건 사실이다)
인간 세상에서 살고 있던 헬레나는 어렸을 때 부터 뛰어난 미모로 그리스 전역에 이름을 떨치고 있었고, 그 증거로 로리콘 테세우스에게 납치되어 야금야금 키워 잡아먹힐 운명에 놓일 뻔 한 적도 있었다.
이런 절세미녀가 결혼할 때가 되자, 그 이름을 들어봤다는 쟁쟁한 작자들이 죄다 모여 인산인해를 이룬다.
아, 파리스는 아직 헬레나라는 여자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시절이라 이 자리에 들어가진 못했다.
무슨 왕 전시회라도 하듯, 여기저기서 이름있다는 무슨 무슨 왕들이 모여 있다 보니, 헬레나를 결혼시키려던 부모가 덜컥 겁이 난다.
황금 사과처럼 누군가 한 명이 차지하는 순간 바로 분위기 안좋아지는거 아닐까 걱정될 수 밖에.
그래서 구혼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누가 선택되든 뒷담화 안함. 혹시 어떤 넘이 난 이결혼 반댈세 외치면 다함께 몰려가서 즐겁게 밟아주기"로 맹세를 시킨다.
맹세가 다 끝나고 나자 헬레나는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와 결혼하여 오손도손 행복하게 잘 살게 된다.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는 두 번째 찬스를 무시하고, 파리스는 마침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사실 내가 니 형이다."
그래서 나름 제왕수업이랍시고 여기저기 놀러다니던 파리스가 스파르타에 들르게 되고, 헬레나 보고선 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씌여버린다.
유부녀? 그게 대순가. 아프로디테 티켓이 있는데.
남편이 출장간 사이, 마찬가지로 눈이 뒤집혀버린 헬레나가 쪼르르 파리스를 쫓아서 트로이로 야반도주를 해버리게 된다.
당연히 스파르타는 난리가 났다.
뭐 한 48182312번째 아내가 다른 남자랑 도망가더라도 왕 체면에 그냥 못넘어가는데, 자그만치 세상에서 제일 에쁘다는 아내가 도망가버린 것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메넬라오스 왕, 트로이? 그까이꺼 단 번에 없애주마! 라고 외치고 달려나가려는 찰나에 떠오른게 바로 헬레나랑 결혼할 때 했던 맹세다.
그 때 구혼자들도 "즐겁게 밟아줄 놈이 나타났으니 함께 갑시다. 안가면 너 부도수표라고 소문냄"라는 권유에 즐겁게 룰루랄라 트로이를 밟아주러 나선다.
그런데 트로이를 함락시키기가 만만치가 않다.
바다쪽은 드높은 성벽이 굳건히 지키고 있고, 육로로 계속 보급을 받다보니 도저히 단 시간에 점령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라는 건 뒷사람들의 제멋대로의 해석이고.
사실 신화시대에 중요한 건 신들의 가호인데, 올림푸스에서도 지들끼리 이쪽 저쪽 편을 갈라서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간세상에서도 트로이 전쟁이 질질 끌어 자그만치 10년동안이나 계속되었다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목마 전법.
성 앞에 목마 세워두고 모두 퇴각해 버리자, 스파르타 군이 선물주고 간 것이라고 생각한 트로이 사람들은 목마를 성 안에 끌어다 놓는다.
밤이되자 조용히 목마에서 나온 스파르타 병사들이 성문을 활짝 열어버리자, 그 뒤는 처절한 트로이의 패배.
결국 예언대로, 트로이는 파리스의 덕분에 잿더미가 되는 운명을 맞았다.
10년동안 자기 버리고 도망간 헬레나에 대해 복수심을 불태우던 메넬라오스는, 정작 헬레나 보고는 다시 눈에 콩깍지가 씌여서 다시 스파르타로 데리고 간다. -_-;;;;
외모지상주의는 최근의 물질주의적 세태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기원전부터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신화를 읽고서 "와~ 재밌다"로 끝나는게 보통이다.
어릴적의 슐레이만도 그랬을 듯.
그런데 이 슐레이만 아저씨가 자수성가하면서 백만장자가 되어버리자, 어릴적 이야기가 떠올랐나보다.
주머니에 돈 생기고 나니까 "내 생각에 그거 진짜일거 같음. 우리 같이 삽질해보지 않으련?"이라고 나선 것이다.
뭐, 백만장자가 된 슐레이만씨, 돈도 있겠다 취미생활로 삽질도 시작하게 됐고.
.......사실 이 때 까지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슐레이만을 비웃었다.
동화라고 들려줬더니 다큐로 듣는 사람이 하나 있다고.
하지만 그 결과는, 이미 알다시피 트로이 전설은 신화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었던 것이다.
어...다큐가 맞았네. 라고 후회해봐야 이미 끝난 얘기.
슐레이만 아저씨는 트로이 유적지에서 발굴한 막대한 양의 보물도 함께 파내고, 고국에 기증한다.
트로이 유적지는 총 7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7개의 문화와 생활권이 그 위를 거쳐갔다는 이야기라니, 나름 유리한 지형조건과 함께 번성했던 곳임을 알 수 있다.
물론, 고고학적 배경이라곤 전혀 없는 평범한 한국인은 그냥 숫자 써붙여 놓은거 보고 알 수 있을 뿐.
이쪽 지형들도 마찬가지로, 저 멀리 보이는 들판들은 사실 원래 모두 바다였다.
지형변화로 인해 지금은 들판으로 바뀌었지만, 예전엔 저 곳에 그리스 군선들이 떠서 이 쪽으로 불화살을 날렸다는 소리.
자, 그리고 이것이 바로 그 문제의 목마...는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오기는 하는데, 하도 볼 게 없으니까 터키 관광청에서 만들어둔 것이라고 한다.
...근데 왜케 볼품없니;;;
당연하지만, 역사적 고증따위는 깡그리 무시한, 그냥 상징으로써의 목마다.
일단 내부는 들어갈 수도 있고, 바깥을 내다볼 수도 있음.
목마를 끝으로 트로이 구경을 마치고 나면 다시 이스탄불을 향해 주욱 북쪽으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도중 다르다넬스 해협을 건너는 정기선.
뭐 사실 별 건 없고, 그냥 배 타고 해협을 하나 건너가는 셈. -ㅅ-;
마찬가지로 해협을 건너기 전엔 아시아였고, 건너면 유럽 대륙에 도착한다.
텅 비어있는 조타석.
완전 자동 무인 항해가 가능한 최첨단 배...는 아니고;
배 자체가 좌우대칭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방향에 따라 선장 이하 승무원들이 어느쪽에 있느냐가 결정된다. -ㅅ-;;
이 쪽은 배 뒤쪽에 위치한 조타석이라 텅텅 비어있음;;
그래서 굴뚝이 가운데 있고, 양 쪽으로는 완전히 똑같이 생겼다. -ㅅ-a;;
바다를 건넌다고는 하지만, 두 대륙 사이가 가깝다보니 금방 육지 양쪽 끝이 잘 보인다.
뭐, 그렇다고 한강 건너듯이 순식간에 건넌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도 역시 바다라고, 갈매기들 사진.
그러고보니 남들 다 한다는 인천가서 갈매기 사진 찍기도 못해봤는데, 터키 땅에서 한 번 해보는구나;
부두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쬐끄맣다. -ㅅ-;;;
뭐, 항구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무역항이 아닌 이상에야...
동네 포구 정도 되겠지 싶은 아담한 곳이다;;
이건 접안 시도중인 선장님.
반대쪽 선원실의 모습이다.
자세히 보면 기구들도 똑같이 생겼다.
한 쪽이 고장났을 땐 편리하겠군 그래;
역시 항구라고 하기엔 생각보단 훨씬 덜 번화한 모습이다.
시외버스 터미널 정도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줄지어 서 있는 버스나, 음식점 등등..
아마 이 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자, 오늘의 점심도 현지식이다.
분명히 식당이 있는 음식 종류는 저렇게 많은데, 정작 주문되어 나온 건 첫째날 식사와 같은 종류였다.
가이드님께서 그나마 한국인이 먹을만한걸 골라 준 건지, 메뉴에서 제일 싼 걸 골라준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난 좀 색다른게 먹고 싶은데...
후다다닥 입 안에 털어넣고, 동네 항구 마실나가본다.
휴대폰 판매점.
나름 소니 / LG의 안드로이드 폰들을 전시 및 판매하고 있었다.
국내처럼 휴대폰 전문점이라기보단, 이런저런 소형 가전들도 함께 팔고 있었던 걸 보면, 아직은 고급 휴대폰 수요가 그다지 많진 않을 듯.
자가용 주차하는 것 처럼 작은 보트들도 항구 한 편에 가지런히 세워져 있었다. -ㅅ-;
지금이야 겨울이니 마실나가지 못하겠지만, 이곳 사람들은 저런 보트를 타고 놀러다니기라도 하는 걸까;;
어쩌면 고기잡이에 쓰는 배일지도...? -_-a
하지만 이 쪽에 있는 배들이 현업에 종사하는 배들이지;;
후다닥 둘러 보느라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망원으로 땡겨 찍은 건축물.
음...뭐랄까, 남대문처럼 뭔가 기념물인거 같긴 한데, 자세히 둘러 볼 시간은 없었다. -ㅅ-;;
버스로 돌아가려는 길에 만난 터키 청년 두 명.
알고보니 군인으로 복무중이라고 한다.
터키도 우리나라처럼 강제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혹시나 싶어 "어때~ 너네는 군대 가는거 좋아하니?" 라고 물었더니
"헐-_- 설마-_- 그럴리가-_-"
라는 성실한 답변 -ㅅ-;;
이런 저런 잡담 조금 나누다가, "피리 레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헤어졌다. :)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래도 상점 점원 뺴곤 첫 터키인과의 대화였....쿨럭;;;
이 동상의 아저씨가 피리 레이스라는 제독이다.
16세기 오스만 투르크 제국 시절 해군 제독으로 복무했던 아저씨인데, 군인이긴 하지만 어딘가의 전쟁에서 공을 세워 유명해진 것은 아니다.
1929년, 이 아저씨의 이름이 적힌 지도가 발견되었을 때 당시에도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수십년 뒤, 이 아저씨의 지도가 항공기 관측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터이다.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낀 학자들이 이 지도를 조사하던 중, 어디의 지도인지 알지 못했던 곳이 바로 남극 대륙을 그린 것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진다.
더더욱 놀라운 점은, 얼음으로 뒤덮인 남극 대륙의 현재 해안선이 아니라 바로 그 얼음 밑의 지표면이 그려져 있었다는 사실!
16세기, 바람을 원동력으로 삼은 돛단배가 다니던 시절에 어떻게 그런게 가능했을까?
남극 대륙의 얼음층이 지구의 나이테와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오랜 시간에 걸쳐 쌓여왔다는데, 그럼 피리 레이스 제독은 어떻게 그 밑에 있는 지형을 알 수 있었을지.
한 가지 밝혀진 사실은, 이 지도는 피리 레이스가 직접 작성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당시 해군 제독의 위치에 있었던 이 아저씨의 취미가 지도 제작이다보니,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자료를 한군데 모아 그린 것이 이 지도라고 한다.
과연 어찌된 것인지, 이는 아직까지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혼자 밍기적대고 있다가 황급히 돌아가서 버스에 올랐다.
점심 이후는 해가 짧은지라, 이스탄불까지 얼마 안걸려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해가 넘어갔다.
이스탄불에서 마지막 밤은 벨리댄스 구경으로 예정되어 있다.
30유로라는 어마어마한 값을 내고 보러 간 만큼, 와인 한 병과 함께 안주를 준다.
알고보니 식당도 겸하고 있었던지라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음, 뭐랄까. 사실 자리는 그닥 좋다고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지만, 공연인만큼 그렇게까지 많이 신경쓰이는 건 아니다.
옆 자리긴 해도 무대 바로 앞이었으니까.
운 나쁘게 구석 테이블을 할당받았다면 억울했을지도.
벨리 댄스 뿐만 아니라, 민속춤인듯한 몇몇 공연도 함께 보여줬다.
음....뭐 축제때 추던 춤,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그냥저냥 볼만 했다.
벨리댄스는 단체가 아니라 혼자서 공연했다. 원래 그런건가? -_-a
공연을 마친 무희는 이렇게 객석으로 나와서 사진을 같이 찍고, 팁도 받아간다.
당연히 사진은 유료;;;;
혼자서 춤 추다가 객석으로 잠깐 내려오거나 쉬는 시간에 한 바퀴 돌기도 하는데...음;;
좀 민망한 모습을 많이 연출해서 깜짝 놀랐음;;;;;;;
공연 다 보고 나가는 길에 찍은 입구. -ㅅ-;
공연까지 다 보고 숙소에 돌아오니 어느덧 12시가 넘어있었다.
아, 마지막 밤이구나하는 감흥도 없이, 마찬가지로 쓰러지자마자 잠들어버린다.
좀 아쉽기도 하고..뭔가 열심히 돌아다닌 거 같은데, 정작 본인은 버스에 앉아서 경치구경만 했던 터라 느낌은 너무 편하게 다녔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어쨌든, 오늘이 마지막 밤이고, 내일은 오전에 성 소피아 사원을 본 뒤 한국으로 돌아간다!
즉, 오늘도 열심히(?)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며 이스탄불로 돌아가 잠을 자고 나면, 내일은 지중해에 안녕을 고하고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아, 뭔지 뭐르게 터키 여행와서는 버스탄 기억 밖에 없는 거 같아......라며 눈을 뜬다.
왠지 여름철에 놀러왔다면 딱 좋았을 호텔 방.
-ㅅ- 물론 겨울철이니까 이런 좋은 방에서 잘 수 있었겠지;; 쿨럭;
어쨌든, 풍경이나마 보면서 어떻게든 오늘 하루를 보람차게 보내자! 라고 다짐한다.
.......근데 다짐하면 뭘 어쩌나; 패키지 여행은 그냥 시키는 대로 가야 하는 것을;
오늘의 시작은 아이발릭, 이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널리 알려진 지명, 즉 트로이라고 말하는게 좀 더 있어보인다. -ㅅ-;;
슐레이만의 명성을 혁혁히 드높이게 된 곳이기도 하면서,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로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의 배경이 된 곳이다.
그런데...트로이는 사실 아직 "눈으로 볼만한 구경거리"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아직 발굴 중이라는 것도 그렇고, 터키땅 자체가 워낙 인기많은 땅이다보니 이런저런 문명들이 많이 지나갔던 곳이라 유물도 여러 시대 것들이 뒤엉켜서 나온댄다.
그러다보니, 정말 주춧돌만 남아있는 곳에서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중간중간 표지판에 삽화가 도와주는 곳에선 내친 김에 도로 위에 지나가는 행인과 뒤따르는 수행 노예들, 올리브유를 양쪽에 나눠 싣고 상인 손에 끌려가는 나귀들, 가판대에 가득히 과일을 쌓아두고 목청껏 소리지르는 과일상 등을 내키는대로 그려준다.
성벽인가 싶은 곳에선 성벽 너머로 돌 던지는 병사들. 투구끈을 고쳐매며 내 옆을 뛰어가는 전령. 바다위에서 화살을 쏘아대는 군선까지 저 멀리에 띄워볼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한다.
뭐 바꿔말하면 자기 멋대로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도화지가 백지상태라고 보면 된다. -ㅅ-a
"경치 좋은 산책 코스인개벼"라는 소리까지 나왔으니 뭐 -_-;;
하다못해 영화 트로이만 봤더라도 그럭저럭 상상할만한 재료는 가지고 왔을텐데, 사실 일반상식 선에서는 트로이 = 목마 정도로 끝이니까.
영화 트로이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상당부분을 따와 만들었다.
그런데 이 그리스 신화란 것이 현실과 신화를 넘나들며 상당히 복잡하고도 길다. -ㅅ-;;
재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화법으로 꾸역꾸역 적느니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그냥 copy & paste하는게 낫겠지만.....저작권이란 게 무서운지라. -ㅅ-;
사건의 발단은 파리스라는 그저 운 좋게 떡 주워 먹은 아저씨가 태어나면서 부터이다.
파리스는 태어나길 트로이 왕국의 왕자로 태어났다. 역시 운 좋은 사람은 태어나는 것 부터 다르다. -_-;;
그런데 하필이면 왕비님이 출산하면서 무지 안좋은 꿈을 꾸셨댄다.
예언자들을 불러서 해몽하라 했더니, 평소 안좋은 감정이라도 있었던지 "이 아이는 장차 트로이를 잿더미로 만들 왕자입니다!"라는 대답을 듣게 된다.
뭐 어쩌랴, 트로이를 불바다로 만든다는데. 왕과 왕비는 갓 태어난 왕자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런데 꼭 구체적으로 지시를 안내리면 늘상 생기듯이, 명령받은 부하가 차마 제 손으로 죽이지 못하고 산에 내다 버리고는 "왕자 죽었어요~ 퀘스트 끝. 보상 감사"로 마무리 지어버린다.
당연하지만, 파리스는 지나가던 목동1에게 구출되어 목동으로 살아간다.
이쯤에서 끝나면 해피엔딩이었겠는데, 아직 발단의 초반부. -_-;;
배경이 살짝 신들의 사회, 올림푸스로 넘어가보자.
이번에는 바다의 신이 딸내미를 낳았는데, 마찬가지로 신탁이 하나 쫓아내려온다.
"이 아이가 아들을 낳으면, 아버지보다 훨신 잘난 놈이 될 것이다"라고.
그러다보니 신의 딸이니만큼 엄청난 미모를 자랑하는 이 테티스라는 여신은 눈을 낮춰 인간과 결혼하게 된다. 자기보다 잘난 놈이 나온다는 말에 그 여자 밝힘증의 제왕 제우스도 손을 못댔다니까.
그래도 신이 눈을 낮춰서 결혼하는게 인간이다보니, 인간중에선 그나마 잘났다고 하는 녀석중 하나인 왕과 결혼하게 된다.
떠들석하게 잔치를 열면서 초대장을 보내는데, 당연히 결혼 잔치는 재밌으라고 하는 법.
꼴보기 싫은 사람이나, 불러봐야 안좋은 일만 일어날 거 같은 사람은 빼놓고 부르기 마련이다.
자연히 "불화의 여신"이라는 멋들어진 타이틀을 단 에리스 님께선 초대 회원 명부에 올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불화의 여신은 아무나 못된다는 걸 증명하듯이, 뒤늦게 그 소식을 들은 이 여신이 결혼식에 쳐들어온다.
잔치에 들어서서는,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사과를 보란듯이 치켜들고 외친다.
"이 황금사과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의 것이다!" 라고.
그리고는 황금사과를 사르르 굴리니,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굴러간 황금사과가 제 자리라고 딱 멈춘 곳에 세 명의 여신이 서 있더라.
바로 제우스의 부인인 "헤라", 전쟁과 승리의 여신 "아테나", 그리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불화의 여신의 솜씨는 역시 알아줘야 한다.
101동 아파트 아줌마, 102동 아파트 아줌마, 103동 아파트 아줌마 셋이 있는 곳에서 102동이 제일 비싸고 살기도 좋지요~ 라고 말하면 바로 양쪽 아줌마 눈총에 구멍이 뚫릴테니까.
제우스에게 황금사과를 건네주며 "자, 당신의 선택은?"이라고 물어보면, 제우스 아저씨도 영락없이 대대장 3명 사이에 끼어서 "자네, 어느 대대가 제일 좋은가?"라는 질문 받는 일병의 기분을 알 수 있겠지.
곤란해하는 제우스의 눈에 띈 구원자가 바로, 산에서 양치며 살아가는 파리스다.
"자 봐라, 저 아저씨는 지가 왕자였다는 것도 모르고 살고 있다. 쟤한테 물어보면 어줍잖게 위세에 눌려 머리굴리는 아부가 아니라 진실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꺼임" 이라는 명분을 대고, 결정권을 넘겨버린다.
하지만, 막상 갔더니 당연히 외모로 따지면 미의 여신이라는 아프로디테가 나을 수 밖에.
말 한마디 못해보고 뺏길까봐, 각자 자기 PR의 시간을 가진다.
헤라 : 인생사 권력이 짱임. 귀찮게 선거기간에만 국민의 일꾼..어쩌고 이딴거 필요없이 무조건 님 좀 짱 해줌. 쇠고기 수입 맘대로 하고 운하도 맘대로 팜.
아테나 : 어허, 요새 뉴스 안봤음? 정치인도 싸움 잘해야되는거임. 황금 사과 주면 어떤 놈이든 님 앞에 일초지적도 안됨.
아프로디테 : 세상에서 젤 예쁜 여자랑 소개팅 해줌. 원하면 결혼도 시켜줌. 말만 하셈.
목동으로 순진하게 살고 있던 파리스.
권력도 모르겠고 목동이 국K-1 진출할 일도 없을테니 예쁜 여자가 장땡이라, 아프로디테에게 덥썩, 황금사과를 헌납한다.
저런. 당신 지금 트로이를 잿더미로 만드는 횃불에 불을 당겼다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헤라와 아테나는 분노에 떨면서 올림포스로 돌아간다.
자, 그럼 아프로디테가 말한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는, 여성밝힘증에서 따를 바가 없는 제우스의 수많은 자녀중 하나인 헬레나다.
제우스의 모든 자녀들이 신이었다면 만신전으로도 부족했을 것은 당연지사. (물론 올림푸스에도 제우스의 자녀들 수가 제법 되는 건 사실이다)
인간 세상에서 살고 있던 헬레나는 어렸을 때 부터 뛰어난 미모로 그리스 전역에 이름을 떨치고 있었고, 그 증거로 로리콘 테세우스에게 납치되어 야금야금 키워 잡아먹힐 운명에 놓일 뻔 한 적도 있었다.
이런 절세미녀가 결혼할 때가 되자, 그 이름을 들어봤다는 쟁쟁한 작자들이 죄다 모여 인산인해를 이룬다.
아, 파리스는 아직 헬레나라는 여자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시절이라 이 자리에 들어가진 못했다.
무슨 왕 전시회라도 하듯, 여기저기서 이름있다는 무슨 무슨 왕들이 모여 있다 보니, 헬레나를 결혼시키려던 부모가 덜컥 겁이 난다.
황금 사과처럼 누군가 한 명이 차지하는 순간 바로 분위기 안좋아지는거 아닐까 걱정될 수 밖에.
그래서 구혼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누가 선택되든 뒷담화 안함. 혹시 어떤 넘이 난 이결혼 반댈세 외치면 다함께 몰려가서 즐겁게 밟아주기"로 맹세를 시킨다.
맹세가 다 끝나고 나자 헬레나는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와 결혼하여 오손도손 행복하게 잘 살게 된다.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는 두 번째 찬스를 무시하고, 파리스는 마침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사실 내가 니 형이다."
그래서 나름 제왕수업이랍시고 여기저기 놀러다니던 파리스가 스파르타에 들르게 되고, 헬레나 보고선 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씌여버린다.
유부녀? 그게 대순가. 아프로디테 티켓이 있는데.
남편이 출장간 사이, 마찬가지로 눈이 뒤집혀버린 헬레나가 쪼르르 파리스를 쫓아서 트로이로 야반도주를 해버리게 된다.
당연히 스파르타는 난리가 났다.
뭐 한 48182312번째 아내가 다른 남자랑 도망가더라도 왕 체면에 그냥 못넘어가는데, 자그만치 세상에서 제일 에쁘다는 아내가 도망가버린 것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메넬라오스 왕, 트로이? 그까이꺼 단 번에 없애주마! 라고 외치고 달려나가려는 찰나에 떠오른게 바로 헬레나랑 결혼할 때 했던 맹세다.
그 때 구혼자들도 "즐겁게 밟아줄 놈이 나타났으니 함께 갑시다. 안가면 너 부도수표라고 소문냄"라는 권유에 즐겁게 룰루랄라 트로이를 밟아주러 나선다.
그런데 트로이를 함락시키기가 만만치가 않다.
바다쪽은 드높은 성벽이 굳건히 지키고 있고, 육로로 계속 보급을 받다보니 도저히 단 시간에 점령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라는 건 뒷사람들의 제멋대로의 해석이고.
사실 신화시대에 중요한 건 신들의 가호인데, 올림푸스에서도 지들끼리 이쪽 저쪽 편을 갈라서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간세상에서도 트로이 전쟁이 질질 끌어 자그만치 10년동안이나 계속되었다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목마 전법.
성 앞에 목마 세워두고 모두 퇴각해 버리자, 스파르타 군이 선물주고 간 것이라고 생각한 트로이 사람들은 목마를 성 안에 끌어다 놓는다.
밤이되자 조용히 목마에서 나온 스파르타 병사들이 성문을 활짝 열어버리자, 그 뒤는 처절한 트로이의 패배.
결국 예언대로, 트로이는 파리스의 덕분에 잿더미가 되는 운명을 맞았다.
10년동안 자기 버리고 도망간 헬레나에 대해 복수심을 불태우던 메넬라오스는, 정작 헬레나 보고는 다시 눈에 콩깍지가 씌여서 다시 스파르타로 데리고 간다. -_-;;;;
외모지상주의는 최근의 물질주의적 세태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기원전부터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신화를 읽고서 "와~ 재밌다"로 끝나는게 보통이다.
어릴적의 슐레이만도 그랬을 듯.
그런데 이 슐레이만 아저씨가 자수성가하면서 백만장자가 되어버리자, 어릴적 이야기가 떠올랐나보다.
주머니에 돈 생기고 나니까 "내 생각에 그거 진짜일거 같음. 우리 같이 삽질해보지 않으련?"이라고 나선 것이다.
뭐, 백만장자가 된 슐레이만씨, 돈도 있겠다 취미생활로 삽질도 시작하게 됐고.
.......사실 이 때 까지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슐레이만을 비웃었다.
동화라고 들려줬더니 다큐로 듣는 사람이 하나 있다고.
하지만 그 결과는, 이미 알다시피 트로이 전설은 신화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었던 것이다.
어...다큐가 맞았네. 라고 후회해봐야 이미 끝난 얘기.
슐레이만 아저씨는 트로이 유적지에서 발굴한 막대한 양의 보물도 함께 파내고, 고국에 기증한다.
트로이 유적지는 총 7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7개의 문화와 생활권이 그 위를 거쳐갔다는 이야기라니, 나름 유리한 지형조건과 함께 번성했던 곳임을 알 수 있다.
물론, 고고학적 배경이라곤 전혀 없는 평범한 한국인은 그냥 숫자 써붙여 놓은거 보고 알 수 있을 뿐.
이쪽 지형들도 마찬가지로, 저 멀리 보이는 들판들은 사실 원래 모두 바다였다.
지형변화로 인해 지금은 들판으로 바뀌었지만, 예전엔 저 곳에 그리스 군선들이 떠서 이 쪽으로 불화살을 날렸다는 소리.
자, 그리고 이것이 바로 그 문제의 목마...는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오기는 하는데, 하도 볼 게 없으니까 터키 관광청에서 만들어둔 것이라고 한다.
...근데 왜케 볼품없니;;;
당연하지만, 역사적 고증따위는 깡그리 무시한, 그냥 상징으로써의 목마다.
일단 내부는 들어갈 수도 있고, 바깥을 내다볼 수도 있음.
목마를 끝으로 트로이 구경을 마치고 나면 다시 이스탄불을 향해 주욱 북쪽으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도중 다르다넬스 해협을 건너는 정기선.
뭐 사실 별 건 없고, 그냥 배 타고 해협을 하나 건너가는 셈. -ㅅ-;
마찬가지로 해협을 건너기 전엔 아시아였고, 건너면 유럽 대륙에 도착한다.
텅 비어있는 조타석.
완전 자동 무인 항해가 가능한 최첨단 배...는 아니고;
배 자체가 좌우대칭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방향에 따라 선장 이하 승무원들이 어느쪽에 있느냐가 결정된다. -ㅅ-;;
이 쪽은 배 뒤쪽에 위치한 조타석이라 텅텅 비어있음;;
그래서 굴뚝이 가운데 있고, 양 쪽으로는 완전히 똑같이 생겼다. -ㅅ-a;;
바다를 건넌다고는 하지만, 두 대륙 사이가 가깝다보니 금방 육지 양쪽 끝이 잘 보인다.
뭐, 그렇다고 한강 건너듯이 순식간에 건넌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도 역시 바다라고, 갈매기들 사진.
그러고보니 남들 다 한다는 인천가서 갈매기 사진 찍기도 못해봤는데, 터키 땅에서 한 번 해보는구나;
부두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쬐끄맣다. -ㅅ-;;;
뭐, 항구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무역항이 아닌 이상에야...
동네 포구 정도 되겠지 싶은 아담한 곳이다;;
이건 접안 시도중인 선장님.
반대쪽 선원실의 모습이다.
자세히 보면 기구들도 똑같이 생겼다.
한 쪽이 고장났을 땐 편리하겠군 그래;
역시 항구라고 하기엔 생각보단 훨씬 덜 번화한 모습이다.
시외버스 터미널 정도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줄지어 서 있는 버스나, 음식점 등등..
아마 이 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자, 오늘의 점심도 현지식이다.
분명히 식당이 있는 음식 종류는 저렇게 많은데, 정작 주문되어 나온 건 첫째날 식사와 같은 종류였다.
가이드님께서 그나마 한국인이 먹을만한걸 골라 준 건지, 메뉴에서 제일 싼 걸 골라준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난 좀 색다른게 먹고 싶은데...
후다다닥 입 안에 털어넣고, 동네 항구 마실나가본다.
휴대폰 판매점.
나름 소니 / LG의 안드로이드 폰들을 전시 및 판매하고 있었다.
국내처럼 휴대폰 전문점이라기보단, 이런저런 소형 가전들도 함께 팔고 있었던 걸 보면, 아직은 고급 휴대폰 수요가 그다지 많진 않을 듯.
자가용 주차하는 것 처럼 작은 보트들도 항구 한 편에 가지런히 세워져 있었다. -ㅅ-;
지금이야 겨울이니 마실나가지 못하겠지만, 이곳 사람들은 저런 보트를 타고 놀러다니기라도 하는 걸까;;
어쩌면 고기잡이에 쓰는 배일지도...? -_-a
하지만 이 쪽에 있는 배들이 현업에 종사하는 배들이지;;
후다닥 둘러 보느라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망원으로 땡겨 찍은 건축물.
음...뭐랄까, 남대문처럼 뭔가 기념물인거 같긴 한데, 자세히 둘러 볼 시간은 없었다. -ㅅ-;;
버스로 돌아가려는 길에 만난 터키 청년 두 명.
알고보니 군인으로 복무중이라고 한다.
터키도 우리나라처럼 강제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혹시나 싶어 "어때~ 너네는 군대 가는거 좋아하니?" 라고 물었더니
"헐-_- 설마-_- 그럴리가-_-"
라는 성실한 답변 -ㅅ-;;
이런 저런 잡담 조금 나누다가, "피리 레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헤어졌다. :)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래도 상점 점원 뺴곤 첫 터키인과의 대화였....쿨럭;;;
이 동상의 아저씨가 피리 레이스라는 제독이다.
16세기 오스만 투르크 제국 시절 해군 제독으로 복무했던 아저씨인데, 군인이긴 하지만 어딘가의 전쟁에서 공을 세워 유명해진 것은 아니다.
1929년, 이 아저씨의 이름이 적힌 지도가 발견되었을 때 당시에도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수십년 뒤, 이 아저씨의 지도가 항공기 관측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터이다.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낀 학자들이 이 지도를 조사하던 중, 어디의 지도인지 알지 못했던 곳이 바로 남극 대륙을 그린 것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진다.
더더욱 놀라운 점은, 얼음으로 뒤덮인 남극 대륙의 현재 해안선이 아니라 바로 그 얼음 밑의 지표면이 그려져 있었다는 사실!
16세기, 바람을 원동력으로 삼은 돛단배가 다니던 시절에 어떻게 그런게 가능했을까?
남극 대륙의 얼음층이 지구의 나이테와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오랜 시간에 걸쳐 쌓여왔다는데, 그럼 피리 레이스 제독은 어떻게 그 밑에 있는 지형을 알 수 있었을지.
한 가지 밝혀진 사실은, 이 지도는 피리 레이스가 직접 작성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당시 해군 제독의 위치에 있었던 이 아저씨의 취미가 지도 제작이다보니,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자료를 한군데 모아 그린 것이 이 지도라고 한다.
과연 어찌된 것인지, 이는 아직까지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혼자 밍기적대고 있다가 황급히 돌아가서 버스에 올랐다.
점심 이후는 해가 짧은지라, 이스탄불까지 얼마 안걸려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해가 넘어갔다.
이스탄불에서 마지막 밤은 벨리댄스 구경으로 예정되어 있다.
30유로라는 어마어마한 값을 내고 보러 간 만큼, 와인 한 병과 함께 안주를 준다.
알고보니 식당도 겸하고 있었던지라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음, 뭐랄까. 사실 자리는 그닥 좋다고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지만, 공연인만큼 그렇게까지 많이 신경쓰이는 건 아니다.
옆 자리긴 해도 무대 바로 앞이었으니까.
운 나쁘게 구석 테이블을 할당받았다면 억울했을지도.
벨리 댄스 뿐만 아니라, 민속춤인듯한 몇몇 공연도 함께 보여줬다.
음....뭐 축제때 추던 춤,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그냥저냥 볼만 했다.
벨리댄스는 단체가 아니라 혼자서 공연했다. 원래 그런건가? -_-a
공연을 마친 무희는 이렇게 객석으로 나와서 사진을 같이 찍고, 팁도 받아간다.
당연히 사진은 유료;;;;
혼자서 춤 추다가 객석으로 잠깐 내려오거나 쉬는 시간에 한 바퀴 돌기도 하는데...음;;
좀 민망한 모습을 많이 연출해서 깜짝 놀랐음;;;;;;;
공연 다 보고 나가는 길에 찍은 입구. -ㅅ-;
공연까지 다 보고 숙소에 돌아오니 어느덧 12시가 넘어있었다.
아, 마지막 밤이구나하는 감흥도 없이, 마찬가지로 쓰러지자마자 잠들어버린다.
좀 아쉽기도 하고..뭔가 열심히 돌아다닌 거 같은데, 정작 본인은 버스에 앉아서 경치구경만 했던 터라 느낌은 너무 편하게 다녔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어쨌든, 오늘이 마지막 밤이고, 내일은 오전에 성 소피아 사원을 본 뒤 한국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