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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린 밥알

2006. 5. 2. 01:37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나온 이야기다.

내가 어렸을 적, 구체적으로 1980년대 초반은 우리나라가 그렇게 잘 산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든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사실은 '알고 있다'가 맞다). 사람들 입에서 박통, 백차등등의 이야기가 나왔던 기억이 얼핏 존재하는 듯 하지만, 그 당시 내게 더 중요한 것은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물이다.

있는 집안 자제분도 아닌, 그렇지않아도 없는 기억력에 건망증 말기 환자가 아직도 기억하는건, 밥그릇에 있는 밥은 남기지 말고 전부 먹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입가에 묻은 밥, 수저와 젓가락에 남은 밥, 밥 공기 가장자리에 하나, 둘씩 남겨진 밥알들, 그리고 먹다가 흘린 밥 역시 전부 나의 것이며, 내가 먹어야만 하는 것들이다.

흘린 밥알을 먹으라는 건, 지금 이 시대에선 '지지리도 궁상'이라는 소리를 듣기에 딱 좋다. 단순히 배를 채우려는 식량도 아니고, 오히려 더 좋은 음식, 더 맛있는 음식을 위해서라면 지출을 아끼지 않는 바야흐로 웰빙 시대에, 먹다가 떨어진 밥알은 위생상, 외관상 좋지도 않은데 굳이 먹을 필요가있으랴.

(비유, 전개, 도약, 서술 기타등등.. 생략)

자, 그리하여 결론은, 밥알 하나는 단순히 밥알 하나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치원때 외웠던 '농부 아저씨의 피땀흘린 결실'이라는 이야기는 당연하다는 사실은 둘째 치고(그렇다면 Windows ME는 폐인 프로그래머가 밤샘한 결실이겠군),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자야 하므로 이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