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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중에 모짜르트 본좌님이 계시다면, SF소설중엔 주저없이 로저 젤라즈니를 뽑는다.
물론, 하나의 작품으로서 좋아하는 소설 중엔 다른 작가의 작품도 많다.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라면 망설이지 않고 항상 대답하곤 한다.
그러고보면 로저 젤라즈니에 대해서 글을 남기지 않은 것도, '지나치게 좋아하는 것'과 '지나치게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좀처럼 글을 남기지 않는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A Rose for Ecclesiastes)는 로저 젤라즈니의 단편소설 제목이지만, 여기서 이야기 하는 것은 작품모음집의 형태로 번역되어 열린책들에서 발간된 책이다.

젤라즈니의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역사와 신화, 풍습에서 모티브를 가져오고 또한 은유법으로 상당히 많이 인용된다.
모르고 넘어간다 하더라도 작품 전체를 보는 데는 커다란 지장이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그러다보면 재미가 반감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SF에서 사소한 재미를 얻기 위해 역사책을 뒤적거려보는 것 역시 흥을 깨기 일쑤이니...평소에 상식을 잘 쌓아둬야 하는건가? :P

단편집이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부 할 수는 없고, 재미있게 읽었던 몇 가지만 꼽아봐야 할 듯.

수록 순서와 상관 없이, 1번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역시 프로스트와 베타(For a Breath I Tarry).
공학도라는 것을 떠나서, 젤라즈니 특유의 간접적 화법(이라고 해도 되나?)으로 기계성이 가진 논리와 인간성이 의미하는 감성을 묘사하고 있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잘 짜여진 구성 덕택에 (그리고 어쩌면 단편이라는 점 덕택에) 결말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그점이 결코 읽는 즐거움을 감소시키진 못한다는 것이 대단한 매력이다.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는 그 제목만큼은 아니지만, 부드럽게 감수성을 자극하는 내용이다. SF의 흔한 소재중 하나인 외계 문명과의 조우를 그다운 소품으로 재활용했다고나 할까.

악마차(Devil Car)
Mitchell Memorial Library에서 빌렸던 책에 수록되어 있던 단편이다.
이미 읽어본 걸 다시 읽은 것이긴 하지만, 그 때는 '땅 넓은 나라 사람들은 자동차에 대한 생각이 꽤 다르군..'이라고 느끼고 있을 때 읽었기 때문에 상당히 다른 촉감(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어휘력에 한숨..)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The Doors of His Face, the Lamps of His Mouth).
네뷸러 상 최우수 중편상 수상이라는 것으로 설명을 대체해도 되겠다.
물론, 이해한다면 이미 이 소설을 읽어봤겠지만. :P

12월의 열쇠(The Keys to December)
이 단편이 선봉장을 차지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 이의가 없다.
충분히 이 단편을 소화하고 나면, 뒤이어 기다리고 있는 다음 페이지를 기대감과 함께 넘겨보고, 즐겁게 음미할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좋은 책은 좋은 번역가와 함께 해야 한다는 평소 지론과 함께, 이 책을 번역해주신 김상훈님께도 감사를 표한다.
최근 새로 나왔다는 앵무새 죽이기 번역본을 보고 얼마나 실망을 금치 못했던지.
그에비하면 김상훈씨가 번역한 - 공교롭게도 재밌게 읽은 SF 번역본의 대다수는 이 분의 손을 거쳤다 - 책들은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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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 김상훈 옮김
행복한 책읽기, 2004

10년동안 8편을 발표한 중,단편 작가의 모음집이다(물론, 8편 모두 실려있다;).
활동 기간에 비해 상당히 저조한 산출물이라는데는 동의한다.
실제로 작가는 전업 작가가 아니라, 프리랜서를 겸한다고 한다.

너무 많이 쓰여 이제는 지루하기까지 한 표현이지만, 책장을 넘기면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작가 성향탓인지, 단편이라는 그 분량 때문인지, 세세한 설정까지 다 보여주지는 않지만, 각 단편의 구성은 매우 탄탄하고, 독특하다. 매력은 두 말할 것도 없고.

우리 나라의 넘치고 넘치는, 학교 도서관 국내 소설 장서의 거진 50%를 차지해버리는 (악독한 쓰레기) 판타지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 이 책에는 있다.
개인적으로, 판타지 / SF라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상상력의 부재, 지루한 스타일, 초등학생 정도의 필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상업적 목적으로 펴내는 소설들에 망설임없이 쓰레기라는 평가를 내린다.
그에 비교하면, 아낌없이 추천서를 몇 장이라도 써주고 싶은 책 중 하나이다.

뒷부분에 작가의 창작 노트와, 번역가 - 원저자의 인터뷰가 실려있다는 부분도 마음에 든다.
작품을 바라보는 작가 자신과 타인의 시점을 살풋 엿볼 수 있으니.

이로써 서가에 꽂아두고 싶은 책이 하나 더 늘었으나...
경제력은 오히려 바닥..-_-;
반납하기 전에 한 번 더 읽어야겠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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