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18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추피추로 올라가는 기차표를 사러 가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 보고 온다는 생각이지만, 작년판 페루 가이드 김치군의 말에 의하면 아침에 올라가서 일출 보고 오는게 좋다고 하니 다른 사람들과 따로 표를 끊는 걸로 거의 이야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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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꾸스꼬 기차역 정문.
그나마 깨끗한 편이지만, 왠지 기차역이라는 생각은 안든다.
정확히 말하면 매표소긴 하지만. -_-a
어쨌거나 창문에는 역시 창살이 있으니 페루 시설이라는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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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 내부 전경.
의자에 앉아 띠껍게 쳐다보는 현지인 꼬마의 눈빛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양심이나 4가지 옵션을 꺼놓고 발언한다면) 천원 짜리 한 장(즉 $1)이라도 쥐어주면 대번에 온순해줄 눈빛이면서 -_-;;
뭐, 디지털 카메라가 신기한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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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세워져 있는 기관차.
그래도 기차역이니 저런거 하나 정돈 있어야지.

직원에게서 기차 시간표와 가격표를 받아서 살펴보더니, 다들 갑자기 맘을 바꾸고 작년판 페루 가이드 김치군 노선으로 가기로 한다. -_-;;
역시, 정보도 쥐고 있는게 좋은 것들 중 하나다.
결국, 마추피추도 같이 다녀오기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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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을 (페루판 교환학생은 마추피추를 이미 다녀와서 안가기로 했으니, 미국판 교환학셍 네 명을) 두 명 두 명 나눠서 끊기로 했는데...문제가 발생했다.
페루판 교환학생이 스페인어로 통역을 맡았는데, 당연히 모모군이 있는 하정쪽에서 표를 끊었다.
나머지 두장은 다른 창구에서 영태형과 함께 갔는데, 직원이 영어를 제법, 즉 어딘가의 여행사처럼 번역기를 돌리는 일은 하지 않고 그냥 의사소통이 될 정도로 구사할 수 있어서 쉽게 표를 샀다.
문제는, 저쪽팀에서 날짜를 잘못 이야기했는지 하루 뒤 표를 사버린 것.
한국이라면 바로 환불하거나 날짜 변경을 해서 처리했겠지만..
페루라는 동네는, 특히 페루의 국영 철도인 peru rail은 설령 1분 전에 표를 발급했다 하더라도 그걸 바꾸러면 10%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댄다.
페루 레일 가격도 비싸서 왕복 약 $70정도의 가격으로 구입했는데, $7이면 페루에서 하루 생활비에 해당하는 돈이다.
어이가 없어서 창구 직원에게도 따져보고, 상급자인듯한 사람에게도 이야기해봤지만 먹혀들지 않는다.
너무 화가난 하정, "페루가 왜 후진국인지 알 거 같다"라는 이야기를 말하려다가 옆사람에게 제지까지 당했다.
근데, 이건 정말 국가가 관광객들 대상으로 장사하자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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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위약금을 물고 밖으로 나왔다.
별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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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고프니 근처 식당 가서 아침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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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했던 시티 투어를 위해 산 시티 투어 티켓에서,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을 가기로 했다.
시티 티켓이 있으면 해당 시설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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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니다가 다시 광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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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듯 한데..외국인은 아니고 현지 학생들이다.
옷 입는거 하며 다들 왠지 페루의 있는집안 아이들인듯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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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인솔교사가 영어를 할 줄 알아서, 같이 사진찍어도 되냐고 물어보고 사진도 함께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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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근처 시티 투어 하면서 노는거라지만, 어째 그럭저럭 봐줄만한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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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잉카 문명이 자랑하는 12각 돌이라고 한다.
그 시대에 돌을 이렇게 깎을만한 기술이 있었다는게 대단하다고 하니 뭐.

그리고는 역시 2인 / 3인 그룹으로 따로 다니기로 했다.
방도 이제는 도미토리(기숙사처럼 함께 쓰는 방)을 잡지 않고 2인실 / 3인실로 따로 잡잖아.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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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각 돌이 있는 거리의 박물관.
들어가보려고 했지만..여긴 시티 투어 티켓으로 들어갈 수가 없는 곳이랜다.
돈을 따로 내야 한다는 소리에 그냥 패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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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엔 시티 투어 티켓으로 볼 수 있는 박물관에 갔다.
여기선 뭔가 이벤트가 진행중인지...방송용 카메라로 인터뷰도 하고, 사람들이 음식도 먹고 음료수도 마시고 있다.
서버가 우리 옆을 지나가긴 했지만, 우리에겐 줄 생각도 안하길래 솔직히 좀 억울했다. -_-;;;;
일단, 가난한 여행객은 먹을게 관련되면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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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투어에 나온 박물관을 몇 돌아봐도, 역시 볼만한 건 없다.
하긴, 이렇게 패키지로 파는 건 분명 몇 개만 쓸만하고 나머지는 별볼일 없는 법..-_-;;
현대 예술 어쩌고 하는 박물관들이 있었는데, 다른 박물관에 있던 '작품'과 똑같은 게 전시되어 있는 등...
-_- 돈이 아까운 곳들이었다.
그래도 중간에 무슨 성당 하나는 봐줄만 했음. -ㅅ-;;
어쨌거나, 배가고파서 근처 식당에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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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와 메인 디쉬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어느새 후식 -_-;;
배가 고파서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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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순식간에 비워진 과일 컵.
-ㅅ- 배고팠는데 맛있었지..

발코니에 앉아있어서 건너편 1층에서는 우리를 볼 수 있었는데, 지나가던 현지인 여자 여행객 둘이 영태형을 보고 또 넘어가는 이벤트도 있었다. -ㅅ-;;
이 식당까지 올라오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버스를 타고 다시 가버렸다.
왠지 아쉬운 상황...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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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이제 이거 찾는건 쉽다니까 -ㅅ-v) 앞에서 옥수수를 팔고 있는 듯 하길래, 엊그제 먹었던 옥수수가 생각나서 하나 사서 먹어보기로 했다.
근데 그 아줌마가 팔고 있는건 옥수수가 아니라 '따말'이라는 옥수수 떡 비슷한 음식이다.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옆에 있던 외국인 여행객이, 이거 아주 맛있으니 한 번 먹어보라고 하길래 하나씩 사서 먹기로 했다.
.........근데 솔직히, 도저히 먹을 수 있는 맛이 아니다.
중지보다 약간 긴 정도의 길이였는데도, 도저히 다 못먹고 저 두 사람에게 넘겼다.
물론, 저 사람들은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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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녁, 버스를 타고 오얀따이땀보까지 다시 올라왔다.
이 곳에서 기차를 타고 마추피추로 올라가야 하니까.

기차 시간보다 약간(약 1시간 반쯤? -_-;) 일찍 와서 시간 죽이고 있는데, 광장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자꾸 말을 건다.
영어는 한 마디도 못하지만, 대충 말을 들어보니 그냥 이름 물어보고, 어쩌고 져쩌고 친한척 하려는 듯 싶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레스토랑 권유로 바뀌었다.
배고픈 하정이 약간 관심을 보이자, 메뉴판을 들고와서 보여주기까지 한다. -ㅅ-;;;
패밀리 피자가 아주 크다면서 양팔을 벌려 한아름 만들어보이는데, 결국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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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나온 패밀리 사이즈 피자는 요모양. -_-;;;
이게 무슨 패밀리 사이즈에 무지 큰 피자란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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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순식간에 피자는 사라지고, 왠지 모를 후회감과 함께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 앞은 마추피추에 가려는 외국인들로 가득찼다.
다들 손에 물과 뭔가 먹을 것들을 들고 있는 걸 보고, 뒤늦게 옆 앞에서라도 사기 위해 가게들을 찾았다.
하지만 역시 가격은 시내보다 훨씬 비싸고...
기차역 바로 앞 가게에서는 무려 두 배에 해당하는 가격을 불러댄다. -_-
가격을 좀 깎아서 사려고 했더니, 흥정도 안된댄다.
그래서 그냥 옆 옆 가게에 가서 가격을 적당히 깎아 사버렸다.
아주머니, 아무리 목이 좋아도 장사하는 방법 정도는 배우고 오셔야지....

저녁 8시에 오얀따이땀보를 출발해서 마추픽추에 도착하는 기차를 타고 가는 도중, 참 대단한 해프닝도 일어났다.
일행중 유일한 스페인어를 구사할 줄 아는 페루판 교환학생 - 즉 페루 현지인과 대화가 가능한 유일한 사람 - 과 붙어다니는 모모군이, 숙소를 알아보는 일 등에 대해서 "내가 좀 부족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칭찬 듣는 걸 좋아하니까 앞으로 내가 하는 일들에 대해서 칭찬좀 해줘~"라는 선언을 하셨다는 이야기. -_-;;

본인이 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상 스페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다가, 숙소 알아보는 건 책이 있으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거잖아;;
안그래도 김치군의 말에 따라 2007년판(2006년이 아니라 2007년이다. -ㅅ-;) Footprint South American Handbook, 무려 1560여 페이지의 책을 들고다니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말하건대, 2002년판인지 2003년판인가 하는 옛날 책 들고, 옆 사람이 하는 일로 생색내는 그런 얘기에 따라주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는데다가, 세 명한테 칭찬을 해달라고 하는게 나은지 아니면 한 명이 그 모자를지도 모른다는 성격을 바꾸는게 나은지 생각해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그냥 참았다. -_-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다시 마주치겠지만) 어차피 라파즈에 도착하고 나면 따로 다닐텐데 굳이 저런 이야기까지 해줄 필요는 없으니까.
어이없어하면서도 역시 노련한 영태형이 상황을 적당히 잘 수습하고, 뭐, 어쨌든 마추피추에 도착했다.
무사히라는 말은 넣을 수 없겠지만.

페루에서 숙소를 잡는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건, '뜨거운 물'과 '화장실/샤워실'의 유무이다.
공용 화장실/샤워실이라면 그냥 돈 조금 덜 주고 참을 수 있지만, 뜨거운 물이 안나오면 바로 나와야지..그리고 그것도 꼭 나오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어느 아주머니가 뜨거운 물이 나온다고 호객행위를 하길래 열심히 걸어서 숙소까지 가봤지만, 결국 온수는 나오지 않아서 다시 나와야했다. -_-;;;
아주머니 입장에서는 분명히 설치한 온수기가 동작을 안해서 안타깝겠지만, 여행객 입장에선 온수는 샤워할 떄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으니 매정하지만 나올 수 밖에.
그래서 이리저리 돌다가, 결국 뜨거운 물은 나오지만 공용 화장실 / 샤워실을 쓰는 숙소를 잡았다.

내일은, 마추피추로 올라간다.
첫 버스가 5시 10분이라는 소리에 일출을 볼 수 없을것 같다는 예감이 들긴 했지만....
어쨌든 대안은 없으니, 잠이나 자자.
나름대로 이벤트도 있고, 재밌는 하루였잖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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