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21

볼리비아에서 맞는 첫 아침이다.

아침 8시에 같은 방 쓰는 사람들(물론, 영태형과 하정을 말한다)을 남겨두고 혼자 숙소를 나섰다.
이제 루레나바께부터의 일정은 혼자서 잡아야 하니까.
여행사 거리도 찾아가보고, 다운타운에 있다는 여행사까지 다녀봤지만...다들 가격이 생각보다 쎘다.
특히 루레나바께로 가는 비행기 티켓 가격을 $100 정도로 예상했었는데, 다들 $115 ~ 120을 달라고 이야기한다.

라파즈 - 루레나바께 사이에는 물론 버스로 갈 수 있는 길도 있다.
대신 그 앞에 조금 긴 수식어가 붙는다.
2005년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 1위, 2006년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 2위..-_-
이른바 데쓰 로드(Death Road, Death Route)라고 불리는데...
올해엔 3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선형예측도 그다지 위안이 되지 않는다.
김치군도 여긴 비행기를 타고 다녀오라고 했고, 안그래도 빠듯한 일정에 비행기를 타면 하루 정도 단축시키는게 가능하다.
게다가 버스는 밤 시간에만 움직이는거라...데스 로드를 잠든채 달려야 한다는거잖아 -ㅅ-;;
뭐, 대신 비행기는 숙소값이 추가로 나가겠지만.

거의 2시간동안 걷기만 하면서 여행사에 가격을 알아봤다.
혼자서 다닐 때 편한건, 이런걸 전혀 부담없이 관광겸 가격조사겸 다닐 수 있다는 점.
라파즈 시장도 구경하고, 다운타운도 구경하고, 건물이나 거리도 왔다갔다 하면서..
-ㅅ-; 여행사 찾는거 치곤 좀 길게 돌아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서도...;

어쨌든, 한 곳에서 그나마 싼 가격을 부르길래, 우유니 투어도 물어보고 리마까지 돌아가는 방법도 물어봤다.
우유니 투어 역시 책에 나온 최저가!
게다가 리마까지 돌아가는 것도 거의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약 26시간 정도.

21일 - 루레나바께로 이동
22일, 23일, 24일 - 팜파스 투어
25일 - 라파즈로 이동, 우유니로 출발
26일, 27일, 28일 - 우유니 투어, 라파즈로 이동
29일 - 리마로 출발
30일 - 리마 도착

이라는 일정으로 이야기를 하고, 돈을 나눠서 내기로 했다.

숙소에 돌아오니 어느새 11시.
방에 돌아가니 영태형과 하정이 굶주린 채 어제 볼리비아 국경에서 산 비스킷을 뜯어먹다가 좌절하고 있다. -_-;;
아침을 먹으러 나가려고 해도, 모 커플이 '늦잠'을 잘테니까 11시에 만나자고 어제 이야기 했으니 기다렸다고 하는데....이건 아무리 봐도 그 커플이 따로 나가서 놀았을거란 생각이 들지 않나.
방 앞에 앉아있으려니, 숙소 바깥에서 역시나 그 커플이 들어온다.
......밖에서 맛있는 식당을 찾았다고;;
어, 아주 시기 적절한 자랑이로군. -_-;;;
자기들 방, 즉 더블룸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그냥 우리끼리 나가서 먹기로 했다.

영태형과 하정이 고산병 때문인지 몸이 안좋다고 하니, 한국 식당을 찾아서 먹기로 했다.
아까 그 여행사에서 나올 때 식당 정보를 물어봤는데, 볼리비아 식당과 함께 한국 식당 위치도 가르쳐줬었다.
해당 블럭에서 한국식당을 찾고 있으려니,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한국 분들이신가봐요~"라면서 말을 거신다.
-ㅅ-;; 오 때마침 이런 우연이;
그래서 그 아주머니의 안내로 '아는 사람들만 간다는 한국식당'에 찾아가기로 했다.

바빠서 바로 앞까지는 못데려다주시고 근처 건물에까지 데려다 주셨는데, 도저히 그 식당을 찾을 수가 없다. -_-;;
지나가던 현지인들에게 물어보고 찾아가면 타이식당이 있질 않나....근처 블럭을 뒤져봐도 한글로 된 광고판은 보이지도 않고.
한 30분을 헤메고 있으니, 아까 지나쳤던 현지인이 아직도 못찾았냐면서 자기가 찾아주겠다고 한다.
-ㅅ-;; 역시 현지인끼리는 의사소통이 빠른건지, 여기저기 물어보더니 어떤 건물 3층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 건물 문 앞에 A4용지로 씌여진 '아씨 식당'...-_-;;
..............이게 광고판이니 당연히 못찾지;;
무초 그라시아스!(Thank you very much)를 연발하면서 감사를 표하고, 해당 식당 안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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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얼마만에 보는 한글 메뉴판이냐 -_-;;

둘이 몸이 안좋다고도 하고, 어제 비속에서 기다려준게 고마워서 삼겹살 2인분을 사기로 했다. 그리고 영태형과 하정이 제육덮밥과 된장찌개를 시켜서 나눠먹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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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구만~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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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내부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한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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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에 놓여진 전기구이판들은 모두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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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마침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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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비싸서 못먹는 한국 음식을 여기에서 먹게 되는구나~
오랫만에 먹어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매우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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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밥을 먹다보니, 어느새 비행기시간이 다 되어 먼저 일어섰다.
물론, 먹을건 다 먹고 -ㅅ-;;
사진도 여기까지만 찍고 나머지는 먹기 바빴지;;;

부랴부랴 찾아간 라파즈 공항. 그리고 아마조나스 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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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이 즉석에서 티켓을 손으로 써주는 최신식 발권 시스템이다. -ㅅ-;;
멋지군;;;
그리고 역시나 공항세는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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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러를 가져간 라파즈 공항 앞의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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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즈 공항은 대충 이렇게...
한국의 지방 터미널과 비슷한 인상 -_-;;

여기에서 비누를 하나 살까 싶어서, 공항 Information Center, 즉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비누를 사고 싶다고, Soap라는 글자까지 써 보여주며 물어봤다.
2층에 가서 '소파'를 달라고 하면 될꺼라는 대답.
근데 2층에는 왠 레스토랑이 하나 있는데..
가서 '소파'라고 이야기했더니 메뉴판을 펼치며 수프(Soup)를 보여준다. -_-;;
아니, 이사람들아.................;;;

여기서 사는 건 포기.
마냥 앉아서 아마조나스 비행기를 기다린다.
비행기가 한 시간 정도 연착되는 바람에, 정말 할 거 없이 앉아서 기다렸다.
Footprint 책에는 루레(루레나바께)에 대해서 그렇게 자세히 나오지도 않았고, 지도도 없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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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탑승한 비행기.
조종사와 승객 모두 2열 종대로 사이좋게 앉아서 간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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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무려 프로펠러 비행기.
제트추진 비슷한것도 하는거 같긴 한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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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에 대한 서비스인지, 조종석 모습도 그대로 보여준다.
덕택에 조종사 두 명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며 말싸움 하는 것도 그대로볼 수 있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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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 그림들.
그림 퀄리티는 둘째 치고, 구명조끼는 옵션이라는 메시지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ㅅ-;
혹시나 싶어 의자 밑에 손을 넣어봤더니, 역시 옵션는 제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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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도착한 루레 공항.
활주로를 잔디로 덮어놓는 친 환경적인 공항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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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레 공항 전경........
공항이라고 씌여있으니 공항이라고 읽어야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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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조나스 버스.
이걸 타고 공항과 루레 시내로 왔다갔다 한다.
문에 '자동문'이라는 한자가 씌여있는 건 국제화 시대를 위한 움직임이겠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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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기나 뭐 기타 용도로 짐작되는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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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수를 돌려 떠나는 비행기.
제법 인상적인 비행기였다. -ㅅ-;;

아마조나스의 버스를 (당연히 유료이니 돈을 내고) 타고 루레 마을로 갔다.
아마조나스 사무실 앞에서 서길래 그냥 내렸더니, 다른 사람들은 내리지 않고 그냥 앉아있는다. -ㅅ-;;;
뭐...루레는 지도도 없고, 책에는 그냥 말로만 주욱 나와있으니 어디서 내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역시 이럴 땐 그냥 돌아다니면서 관광 겸 현지인과의 대화도 할 겸 부딪쳐보는게 제일이지;
아니면 책 보고 대충 아무 숙소나 들어가도 되고.
사실 책은 사놓고 심심풀이로나 가끔 펼쳐볼 뿐,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다;;;
라파즈에서 예약한 여행사도 찾아야 하는데..

그냥 어리버리하게 서있으려니, 버스에서 여자애가 하나 내린다.
뭐 할지 몰라서 서 있는게 불쌍하게 보였는지 -_-;; 이 동네 잘 아냐고 물어보고, 자기가 책에서 봐둔 숙소가 있으니 한 번 알아볼 생각이 있냐고 한다.
뭐 별 대책이 있나,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쫓아갈 수 밖에.
Lonely Planet 책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책에는 루레 지도가 나와있었다. -ㅅ-;;
이름은 Alice라고 하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왔댄다.

책을 가지고도 이리저리 헤메다가, 길가에 앉아있는 외국인에게 물어보고 숙소를 찾아간다.
가는 길에 운이 좋은건지, 투어 여행사도 찾아냈다. -ㅅ-
아무튼, Santa Ana라는 숙소에 도착했다.

뭐 이거저거 물어보더니, 아마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하려 했는데 제대로 안 된 모양이다.
그래서 다시 여행사로 가기로 했다. -ㅅ-;;
마을 한 쪽 끝에서 반대쪽 끝....이라고 하면 굉장히 멀어보이지만, 세 블럭을 걸어가서 여행사에 물어보니, 다른 숙소를 잡아놨다고 한다.
아, 여행사에서 숙소를 잡아주는 경우도 있구나 싶어서 괜히 돈쓰기 싫어 바로 아까 찾아낸 여행사로 갔다.

-ㅅ-;; 이 여행사는 현지인이 아니라 백인이 운영하는 듯.
덕택에 영어가 잘 통해서 의사소통은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여행사에서는 숙소를 잡아놓지 않았다는 사실도 명백히 이해했다.
숙소는 알아서 따로 잡고, 내일 아침에 오라고 하니,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어느새 어두워진 시간에 다른 곳 찾기도 귀찮고, Santa Ana에서 자기로 했다.
안그래도 한참 더운 곳이었는데, 천정에 커다란 환기 팬이 선풍기 역할도 하고, 뜨거운물도 잘 나왔다.
아, 이제 내일이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팜파스 투어가 시작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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