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흉은 봐야겠고, 자 오늘도 만만한 IT 기사 하나 도마에 올려놓고 여기저기 찔러봅시다.
엉뚱한데 화푼다는거 알긴 한데, 그래도 어쩌겠냐.
자, 화풀이라고 썼으니 미리 필터링 걸어놓고 읽어야하려나.
휴대폰에서 '무선 인터넷' 기능을 제거해서 가격을 낮춘다는 기사가 4월 1일자로 각종 뉴스 포털에 등록됐다.
오~ 드디어 지긋지긋한데다 꼴보기도 싫은 각종 무선인터넷 버튼들을 폰에서 걷어내자는건가!
덤으로 이젠 뭐 하나 누를 때 마다 무선 인터넷 요금 나갈까봐 걱정 안해도 되겠군~
..........이라면서 클릭한 기사는...
무선인터넷 = WIPI를 제거하시겠댄다.
아이고, 유식하신 기자님.
명함판에 IT 담당이라고 새겨놓으셨는지 어쨌는지,
아니면 어디서 받아온 기사에 그냥 습관적으로 자기 이름만 박으셨는지,
어쨌든 기사에 이름 넣고 싶으면 상식과 안목 단기 수강 코스 정도는 밟고 오시라고.
WIPI는 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쯤의 약자다.
오타야 있던 말던, 단어가 틀렸던말건, 이건 돈주고 파는 기사가 아니까 관심 끄시고.
WIFI랑 헷갈리는 종족보단 낫잖아. -_-;
중요한 건, WIPI는 Wireless Internet, 즉 무선 인터넷의 범주에 들어가는게 아니다.
Platform, 플랫폼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무선 인터넷이 뭐시냐...
약간의 확대 해석을 해서 PC로 비유하면 ADSL이냐, 케이블이냐, 광케이블냐 하는, 즉 '인터넷'을 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플랫폼은 뭐냐하면, 역시 확대 해석으로 Window, Linux, Mac으로 구분하는..이른바 프로그램(S/W)가 구동되는 환경을 이야기한다.
좀 확대 해석하긴 했다만...이게 같니? 응?
자, 덤으로 몇가지 더 이야기 해보면.
플랫폼 = 프로그램이 구동되는 환경이라고 했다.
요새는 전자기기에는 거의 다 프로그램으로 구동한다.
핸드폰은? 물론 전자기기다.
사실 핸드폰에는 PC처럼 OS도 들어가고, 기타 프로그램들도 설치된다.
요새 핸드폰엔 게임도 설치하거나 지울 수 있잖아?
WIPI를 지원하는 핸드폰은 WIPI용의 프로그램(게임 및 기타)들을 구동시킬 수 있다.
약간 다르게 이야기하면, WIPI를 지원하는 핸드폰은 Windows용의 프로그램을 구동시킬 수 없다.
핸드폰에서 스타크래프트나 퀘이크3를 구동시킬 수 있냐고?
물론 이런저런 다른 제약사항이 많지만, 어쨌든 플랫폼이 달라서 구동할 수 없다.
같은 PC에도 Windows를 설치하면 실행할 수 있는 게임들이 Linux를 설치하면 불가능한것처럼.
그럼 과연 이 WIPI라는 플랫폼이 왜 의무 탑재가 되었느냐라는 이유로 가장 언급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로열티.
WIPI 이전에 한국 핸드폰에 채택되었던 플랫폼들에는 J2ME, BREW, 그리고 또..기억이 안나는데 SKT에서 사내벤처로 만들었던 MicroC인지 MiniC인지 기반으로 한 플랫폼하고 Java를 기반으로 했던 게 하나 더 있었다.
J2ME는 그 이름도 유명한, IT계의 다이어트중인 공룡, Sun Microsystems의 Java 기반 플랫폼이다.
그리고, 한국 핸드폰에 꼬박꼬박 붙여진 스티커의 주인공, Qualcomm사에서 만든 플랫폼이 바로 BREW다.
CDMA를 탑재한 핸드폰,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한국 핸드폰은 전부 퀄컴사에 로열티를 지불한다.
정통부에서 저 꼬라지 보고 있자니, 별거 아닌 쬐끄만 칩 하나 때문에 가져다주는 로열티가 아까운거지.
그밖에도 이런저런 이유가 많긴 하지만...어쨌든.
그래서 WIPI라는 플랫폼을 발표하고, 구현해서, 한국 시장에 의무화 시켰다.
(사실 이 뒷얘기도 많다. PCS 주파수를 가져다가 셀룰러 서비스하면서 가입자 끌어모은 SKT는 그다지 환영할만한 얘기는 아니었으니까.)
한때 BREW on WIPI, WIPI on BREW등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퀄컴이 그리도 시장 진입을 모색했지만..결국 먼나라 얘기가 되어버렸고, 근 몇년동안 WIPI 의무화가 계속되었다.
무선 인터넷 시장은 교체 주기가 빠르다.
WIPI로의 전환기가 지나가 정착기로 들어선 지금, 코어 파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응용 어플리케이션들은 WIPI용으로 만들어진 상태다.
게다가 이미 WIPI는 게임등의 서드 파티 개발용 플랫폼이 아니다.
이동통신사는 이미 자체 어플리케이션 일부를 WIPI 플랫폼으로 만들어 단말에 기본 탑재되고 있다.
MMS, Media Player, 주소록........기타등등.
굳이 게임을 다운로드 받거나 하지 않아도, 이미 WIPI는 핸드폰의 기본 기능중의 하나로 들어간 셈이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긴 해도 WIPI는 정착기에 들어선 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정통부에서 더이상 WIPI 의무화를 안하기로 했을 수도 있으니까.
자, 기자 아저씨.
슬슬 .com이 company의 약자라고 다시 우겨줄 때도 되지 않았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