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잘 때는 옆에서 깨워도 8시에 일어나기가 힘든데, 희한하게도 여행나오면 눈이 번쩍 뜨이는 편이다.
7시에 일어났다가 여유있게 한잠 더 자기까지하고 씻고 나왔다. -ㅅ-
같은 방을 쓰는 다른 분은 무려 도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신, 일본을 비행기로 여행하고 계신 브루주아중의 브루주아;
혹시나도 깰까봐 조심조심 짐을 챙겨서 나왔다.

오늘부터는 오사카 패스를 이용해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기 때문에, 어제처럼 무식하게 지하철 요금 아끼겠다고 걸어다니는 일은 안해도 된다.
그러고보니 도쿄에서도 비슷하게 걸어다녔던거 같긴 한데;;

발걸음도 가볍게 향한 곳은....어쩌구 역사 박물관.
룰루랄라 하면서 들어갔는데 아니 이게 왠걸, 오늘은 휴관일이랜다.
가이드에는 분명히 어제가 휴관일이라고 했는데...?
알고보니, 일본에서는 휴관일등의 자체 휴일과 공휴일이 겹치면 하루 미뤄서 연휴로 쉰다고 한다.
즉, 어제가 일본의 공휴일인 관계로, 어제 문을 닫는 시설들은 오늘이 바로 노는 날.
아뿔싸~ 라는 아쉬움과 부러움의 콤보 어택이다.

그나마 다행인게, 역사 박물관 1층에서 '사막에서의 삶'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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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의 모래 샘플들을 가져다 두고, 확대하여 모니터로 볼 수 있게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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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시회라고 해도 일본어 나와있으니 뭐가 뭔소린지 알 수가 있나. -_-a
차라리 옆에서 일본어를 읽어주기라도 했으면, 아니 최소한 히라가나 / 카타가나로 나와있어도 대충 감 잡겠지만, 중간중간 한자가 섞인 안내판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런데, 스탭중의 한 분이 무려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로 몇 가지 안내를 해주는 덕택에 그나마 몇몇 전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일본식 영어는 콩글리쉬보다 오십 배 정도 알아듣기 어렵다. -_-;;;;
뭐 영어 잘하는 사람이라면야 그냥 그려려니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겐 이 사람이 영어로 말하는건지 일본어로 말하는건지 조차 구분 안갈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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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꽃 이라고 불리우는 돌 종류.
왼쪽의 황토색 돌이 Desert Rose라고 한다.
사하라 사막에서 가져온 돌인데 매우 신기했다.
당연하지만, 이건 만져볼 순 없다. -ㅅ-;

일본의 전시가 대부분 이런식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사막에 대한 전시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단순히 안내판과 사진만 반복되어 있는 전시가 아니라, 실제로 모래 결정을 현미경으로 보고, 사막 식물을 만져보는 등, 일종의 체험형 전시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요새는 한국에서도 이렇게 하나? -_-a;;

그밖에 뭔가 떠들어대는 TV도 보고, 먹어보라고 하는 식물도 맛보고 설문지도 한 장 작성해준 다음 천수각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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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이 천수각인데, 내부는 온통 사진 금지라고 3개 국어로 도배를 해놨길래 한 장도 찍지 못했다.

천수각은 과거 화재로 인해 불타 소실되었던 것을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스레 남대문의 화재를 떠올리게 된다.
이 천수각도 멀리서 봤을 때는 고풍스럽다는 느낌이 드는데, 가까이에서 확인하면 그닥 오래되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다.
대신, 천수각의 외형은 그대로 복원하면서 내부는 모두 바꿔놓았다.
관광지라는 특색을 살려, 내부에 전시실을 만들고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빔 프로젝터를 이용한 동영상 상영 - 영문 + 일본어 자막 포함 - 및 투명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입체 전시 등, 전시 자체도 제법 신경 써서 구성한 흔적이 보였다.
게다가 관람객의 동선 구분도 확실히 되어 있고, 엘리베이터로 우선 최상층까지 올라간 뒤 내려오는 방식으로 보도록 구성해놓기도 했다.

그런데 어릴때부터 초등학교시절 소풍이다 뭐다 해서 각종 박물관에 끌려갔다 온 입장에서 보면, 사실 이곳 천수각의 전시품들은 굳이 시간들여서 볼만한 것들은 아니다.
(대부분 전쟁과 관련된) 일본 문화재, 혹은 히데요시의 유품과 생애 등을 설명하고 있는 것인데, 동양권 문화에 대해 생소한 서구권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도쿄에 있다는 .....머쩌구 궁에서도 느끼고, 어제 갔었던 동대사에서도 확인한 것이지만, 일본의 사찰 및 문화재들은 확실히 크기면에서는 거대하다고 할 만 하다.
땅덩어리가 우리나라보다 넓은만큼 노동력을 더 많이 동원할 수 있어서인걸까. (그렇다면 중국 문화재는 과연 얼마나 크려나 -_-;;)
하지만 그만큼 세부적인 아름다움이나 정교함은 우리나라 문화재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우리나라 문화재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관리 상태이다.
모든 걸 제쳐두고 천수각 최상층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그 광대한 녹지에 말을 잃었다.
서울 한가운데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경복궁과 창경궁은 청와대만도 못한 대접을 받고 있는데 반해 일본의 문화재 관리는 정말 눈여겨볼만하다.
얼마 전 창경궁을 갔을 때 '관광 한국'을 외치던 그 광고가 어찌나 부끄러웠는지 다시 한 번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자, 어쨌든 이래저래 천수각을 뒤로 하고 다시 오사카 시내로 돌아왔다.
이번에 간 곳은 '고쿠라쿠 쇼텐가(극락 상점가)'.

이렇게 말하면 한 번에 찾아간 듯 하지만, 사실 그 주변을 엄청나게 헤멨다.
가지고 간 지도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구한 관광지도 역시 위치가 정확히 표시되어 있지 않고, 잘못 표기된 곳도 엄청나게 많았다.
도쿄와는 달리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한 번에 답을 얻기도 힘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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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오사카의 옛 상점가를 재현해 놓은, 일종의 테마파크라 할 수 있다.
물론 건물 안에 있으니만큼 그 크기는 매우 작지만 오사카의 근대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인 셈이다.
그리고 때마침 올라간 시간에 이렇게 공연을 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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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자체는 내용을 몰라도 즐겁게 볼 수 있는 그다지 길지 않으면서 흥겨운 것이었다.
아무래도 테마파크다 보니, 안에서 파는 군것질거리 등은 꽤 비싼편이기는 하지만, 내부는 제법 재미있었다.
한국의 70~80년대 분위기랄까, 그런 일본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는 것도 있지만, 의외로 내부에 한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안내도 착실하게 잘 되어있어서 더욱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크다.
그리고 직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손님들을 즐겁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지나가던 아줌마(사실, 이 아줌마가 입구에서 들어오라고 호객행위를 했었기에 우리를 알아보고 다가왔다)가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하더니, 이긴 사람에게 - 즉 손님이 이길 때 계속 한다; - 바구니에서 불량과자 -ㅅ-를 하나씩 꺼내서 주고 재밌게 놀다 가라면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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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인분을 3명이서 30분 이내에 먹으면 무료라는 아이스크림 가게.
아이스크림 크기가 도대체 얼마나 크길래 -ㅅ-a;;
가격이 무려 9만원이기에 포기.
머그샷은 $16이었다구!

그리고 이쪽 주변을 여차저차 더 돌아다니면서 해질 때 까지 기다렸다가 공중정원을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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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제법 멀어서 부지런히 걸어가야 했다.
아 물론, 도쿄 도청에 올라갈 때 만큼 무식하게 많이 걷지는 않았다. -_-;;;
(이것도 같은 방 쓰는 분께 물어봤더니 도쿄 도청 바로 아래까지 가는 지하철이 있댄다...끙;;;)

물론 걸어가는 보람은 있다.
아니,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
대신 커플 염장질은 알아서 필터링 해줘야 한다; 영화찍는 커플들이 더러 보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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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게 후시카츠라는 꼬치튀김이다.
고구마, 단호박, 새우 등등의 여러 음식들을 꼬치에 꽂아 튀기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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