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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날 때 잠깐 생각해보면서 적다가, 도저히 안끝날거 같아서 대충 쓰고 대충 올리는 글 -_-;

1. 개발자는 컴퓨터 프로그램만 만든다.
대개 학생 때 멋모르고 결심하는게, '나는 컴퓨터 프로그램 짜는게 재밌으니까 개발자가 되고싶어'라는 얼토당토 않은 생각이다.
그 때 프로그래밍이란 숙제나 교재에 나온 연습문제를 통해 배우게 되고, 어느 정도 손에 익었다 싶을 때 자유 과제를 하거나, 평소에 짜고 싶었던 프로그램을 짠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당신이 만들고 싶은거 만드셈. 필요한 돈은 우리가 다 줄께'라고 말해주는 직장은 거의 없다.
대개 회사에서 돈 주니까, 시키는 거 만들어 정도가 된다.
바꿔말하면,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가'에 해당하는 부분은 대개 기획단계에서 일단 마무리가 된 상태이다.

특히, 이른바 SI업계 쪽과 관련된 일은 많은 부분이 반복되는 일이다.
똑같은 설계도를 바탕으로 부품 재질을 바꾼다거나, 색이나 모양을 바꾸는 일 정도랄까.
딱 잘라말해서, 교재에 나온 연습문제를 반복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2. 하지만 프로그램만 만드는 건 아니다.
조직에 따라 다르지만, 작은 회사일 수록 개발자에겐 사내 컴퓨터 전문가라는 비공식 호칭이 쫓아다닌다.
이 말인 즉슨, 고장수리 및 온갖 전산 관련 잡무는 개발자에게 떨어질 확률이 크다.
사내 무상 A/S팀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3. 그래도 개발자로 남고 싶으면, 항상 기술 동향에는 관심을 둬야 한다.
개발자로 취직한 다음에도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반 년이 멀다하고 새로 발표되는 개발 툴 뿐만 아니라, 업계 동향, 새로운 기술등은 당연하다는 듯이 알고 있어야한다.
'우리는 저런거 못하나?'라는 말을 책임져야 하는 건 결국 개발자다.


4. 대한민국 사회 특성과 안맞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건 간단히 설명하기엔 약간 힘든 부분이 많다.
문제가 생겼을 때 '좋은게 좋은거지'라면서 대충 넘어가면, 훗날 바로 그 문제에 걸려서 넘어지기 쉬운게 이쪽 세상이다.
그렇다고 해결하기 위해 개발 인원을 두 배로 늘리면, 그렇다고 개발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들지도 않는다.
트럭 한 대에서 두 대로 늘렸으니 시간도 절반으로 줄어야 한다는 땅박이식 생각이 안맞는 분야라는 이야기다.
위에서 하라는대로 시키면 뭐든지 하는 획일성보다, 개개인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쪽이 생산성이 더 높은 분야라는 것 자체가 '어르신'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뭐.


5. 개발자가 너무 많다.
추리와 관련된 얘기는 아니지만, 한국에 IT 붐이 일어난 것도 꽤 오래 전 얘기다.
게다가 개발자 딱지 붙이는데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정보처리등의 국가 공인 자격증 뿐만 아니라 Sun, MS, Cisco 등의 민간 자격증들은 거의 대부분이 시험 응시료와 시험 보러 갈 시간만 있으면 누구나 붙는 시험이라는게 업계 정설이다.

그러다보니 한국에 넘쳐나는게 개발자다.
회사 입장에서는 구인공고 올려놓으면 이력서가 쏟아지니 맘에 안들면 자동차 부품 갈아끼우듯 새로 구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실제 담당자들은 언제나 '쓸만한' 사람 구하는게 소원이라고들 한다.


6. 인정받기 어렵다.
5번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경쟁자가 너무 많다는 것도 있지만, 애초에 S/W라는 것 자체가 결과물을 측정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물론, 해당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눈에도 잘 띈다.
하지만 99%에 해당하는 보통사람들사이에서 우열을 가리기는 이른바 도토리 키재기 정도.
더군다나 (대부분 팀 밖에서 인사고과 평가를 담당하는) 비개발자들이 보기엔 컴퓨터 앞에서 웹서핑이나 하며 시시덕 거리는 존재가 마뜩찮게 보이는 것도 당연할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개발자 명함 달고 있는 상사가 소스 코드 라인 수를 가지고 호통치는, 이제와선 웃지 못할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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