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제법 많이 내렸다.
하늘에서 내리는 악마의 가루라고 부르며 저주할 자격까지는 안되지만, 요샌 눈이 온다고 해도 반가움에 앞서 걱정부터 하곤 한다.
지하철에 사람 많아지려나, 걸어갈 때 미끄러우니 조심해야야겠네..등등.

누구나 그렇겠지만, 어렸을 때는 눈이 오는게 즐거웠다.
미끄럽다는 생각같은 건 해보지도 못하고, 마냥 발 밑에서 뽀드득 소리를 내며 부드럽게 뭉쳐지는 그 느낌이 좋았지 싶다.
그러고보면, 왜 눈이 오는데 밟지도 못하게 쓸어내냐고 불평했던것도 같고..-ㅅ-a;;

지금 사는 아파트는 눈을 정말 대충대충 치운다.
덕택에 걸어갈 때 이만저만 신경써야 하는게 아니다.
특히 미끄러운 몇몇 구간에서는 예외없이 누군가가 눈바닥에 행위예술을 펼친 자국으로 경고 표지를 대신하기도 한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길 가장자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역시나 빗질 한 번 받지 않은 새하얀 눈 위에 작은 발자국들이 점점이 찍혀있다..
무심코 그 옆으로 몇 걸음 걷다 뒤를 돌아다보니,
작은 발자국들 사이로 보폭도, 그 크기도 두 배는 넘을듯한 발자국이 남는다.

차가운 바람속에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몸을 돌려 갈 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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