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이처지에 발표된 이야기이다.
'나쁜 기억'에 대해 선택적으로 소거할 수 있는 약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개발중인 신약이 아니라 현재 약국에서 살 수 있는, 그래서 2008 하계 올림픽 사격 메달리스트의 수상을 취소시킨 찬란한 전력까지 가진 약이다.

뭐, 누구나 지우고 싶은 기억은 하나, 아니 둘 셋쯤은 있겠지.

그래도 역시 평소 지론대로, 굳이 나쁜 기억이라고 깨끗이 털어버리는 역시 아니라고 주장해본다.
아무리 제 멋대로 칠해놓은 캔버스라지만, 구멍뚫린 것 보다는 나을테니까.

사실 기억이란 건 매우 불안하게 얽혀있는 그물위에 놓인 구슬이다.
굳이 저런 약을 먹지 않더라도, 이미 군데군데 구멍이 난 상태이기도 하고.
본의아니게 때 탄 부분을 살짝 잘라내고나면 어느새 주변의 다른 실도 축 늘어지거나, 연결점이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언제나 구슬은 그런 틈으로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게다가 보통 나쁜 기억이라고 낙인 찍을정도의 강렬한 기억은 그물에서 여기저기 얽힌 부분이 많다.
어쩌면 그 부분을 잘라내면 그물 전체가 힘없이 풀어져버리거나, 맘에 들었던 무늬가 사라져버릴 수도 있을테니까.

얼마 전에도 '나는 너를 아는데 너는 왜 나를 모르느냐!'라는 식의 상황에서 무척 당황;;
그러고보니 아마 방사선 치료법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도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획기적 신기술 발견!'이라며 떠들어 댔을 듯...-ㅅ-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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