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2, 첫째 날 #1

여행 떠나는 전날은 언제나 설레임과 가벼운 흥분에 늦게까지 잠을 설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알람을 몇 개 맞춰놓든 다음날 아침에 늦잠 자는 것도 드문 일은 아니고. -ㅅ-;;
늘 그렇긴 하지만, 예정했던 시간보다 30분 늦게 집에서 나오게 되었다;;

리무진 타는 곳에 갔더니, KAL 리무진 왕복으로 사면 할인티켓을 2000원 할인해준댄다.
뭐 왔다갔다 할 때 티켓 보관만 하면 잘 되는거니까 왕복으로 달라고 했다.
그리고 일단 카드가 된다는게 편했다. -ㅅ-a


만족한 쇼핑, 가벼운 여행이라고 해봐야 이번엔 KAL타고 가지도 않는걸. -ㅅ-a
뭐 술같은건 여행다닐 때 들고가기 어려우니, 기내면세점이나 마지막 공항의 면세점을 이용하는 편이 낫긴 하다.
애초에 면세점에서 이거저거 사는 타입도 아니니...

리무진 타고 인천으로 가는 도중 꾸벅꾸벅 졸다가 정신이 들어 창밖을 바라보니, 이건 왠 폭우가 몰아치고 있다.
인천공항행 철도 옆을 죽 따라 달리는 버스는, 때마침 옆차선의 택시에게 시원한 물보라를 선물로 던져주며 달려나가는 중이었다.
택시 운전석을 강타하는 물보라를 보니 오늘 아침 비행기가 죄다 결항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긴 하더라;;
생각해보니 어제 새벽 (잠이 안와서;;;) 게임하던 때에도 제법 많은 비가 내렸는데, 이녀석이 인천쪽으로 가면서 덩치를 좀 불린 듯.



자, 어쨌든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비는 깨끗히 그쳐있었다.
뭐, 버스 속도가 더 빨라서 그런건지, 이동경로가 살짝 겹쳤던 것일 뿐인지....
어느쪽이든 비행기는 무사히 뜰거 같으니 부랴부랴 티케팅하고, 짐 부치고, 검색대 통과해서 공항 안으로 들어왔다.
검색대 통과하고나서는 시간이 얼추 남아서, 이제서야 사진기 들어올릴 여유도 생긴다. -ㅅ-;

인천공항에서 새로 탑승동이 생겼다는데, 마침 이번 비행기는 거기서 타게 된다.
사진에서 왼쪽 아래 화살표로 내려가는 곳이 탑승동으로 가는 모노레일을 타는 곳이다.
저거 놓치고 한참 헤매면 답 없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다행히 한 번에 찾았다.
사실, 인천공항 규모가 꽤 큰 셈인데, 저거 놓치고 왔다갔다 하다가 시간 다 뺏어먹으면 눈물 좀 흘릴 듯.


저렇게 생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죽 내려간다.
인천공항도 큰 편이지만, 탑승동까지 이동하고, 또 탑승동 자체의 크기도 아주 작은 편은 아니기에 검색대를 통과하자마자 탑승동으로 이동하는 편이 낫다.


내려가면 바로 옆에 모노레일이 정차한다.
운행 간격은 대략 5분 정도.
모노레일이므로, 입국하는 사람들이 모두 내린 다음 반대편 문이 열리는 방식이다.
혹시나 그대로 타고있으면 출국하는 사람 사이에 섞여 나갈 수 있으려나 싶긴 했는데...뭐 내부에 감지기같은게 있겠지. -_-;;
공항 직원들이나 항공사 승무원들도 이걸 타고 이동하는 듯.


탑승동에 도착하면 창밖으로 비행기나 각종 차량, 관제탑 등이 훨씬 잘 보인다.
그리고, 여전히 공항에서 사진 찍지 말라고 제지하는 사람도 없다. -ㅅ-;


탑승동에서 올라오자마자 정면 사진.
어째 느낌에, 인천공항 탑승동은 삼성이 돈좀 쥐어주고 로비를 많이 했지 싶다.
LCD등의 전자기기는 전부 삼성꺼에, 면세점은 완전 신라면세점 도배다. -_-
어이쿠, 하청업체 및 서민들 착취하여 불법상속에 열올리느라 바쁜 회사를 출국하는 마당에도 봐야겠심??


신라면세점 물품 인도장.
다른 면세점꺼도 해줄지는 모르겠지만...뭐 어쨌든.
탑승동에서 비행기를 탈 일이 있다면 신라면세점 물품을 인도받는게 젤 쉬워보인다.
공항에서 딴데 안들리고 바로 탑승동에 와서 물건 받고 구경하면 되니까.
뿐만아니라, 롯데면세점만 구석에서 주류 파는 곳 살짝 보이고, 나머지는 정말 눈길 닿는 곳 마다 신라면세점이다.
역시 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선 돈이면 안되는게 없구나~


탑승동에 있는 한식집.
앞의 칠판엔 '오늘의 직원식' 안내와 더불어 '출석부 도장 모아주세요~'라고 씌여있다. -ㅅ-;;
탑승동에는 상대적으로 공항본동에 비해 손님들이 적다보니, 직원들 대상으로도 장사를 열씨미 해야겠구나~ 싶었다;;
'8천원짜리 비빔밥을 판매하는 공항 이용객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한식점'이 순식간에 구내식당으로 보이기도 했고; 쿨럭;;
내부 인테리어가 잘 되어있어서 사진 찍고 싶었지만, 손님도 아닌 주제에 사진찍는다며 막을까봐 한 장 찍고 후다닥 이동;;
물론, 그렇다고 사진찍기 위해 8천원짜리 비빔밥을 울면서 먹어주고 싶을리도 없었으니.


지나가다 보인 뇌입어 라운지.
뭐, 태생도 그렇지만, 하는 짓도 삼성이랑 다를바 없기에 같은 수준으로 경멸해주며 지나간다.
그럼에도 사진찍은 이유는, 탑승동에 몇 안되는 무료 이용시설이기 때문이다.
정~ 갈데 없어서 시간때울만한 곳은 정말 여기밖에 없는 듯.
하지만, 아무리 갈 곳이 없어도 뇌입어나 삼성은 그 행실좀 고치기 전엔 여기 들어가는 일 따위 생길리가 없다.
따라서 계속 지나가주자.


지나가면서 보인 타이항공 비행기.
끙, 사실 타이항공을 타면 마일리지 적립이나, 시간 등등 여러면에서 좋긴 하지만....
역시 가난한 여행자는 초저가 비행기 티켓 앞에서 무릎꿇을 수 밖에. -ㅅ-;;;

뭐 그렇긴해도, 이번 비행기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베트남을 경유하게된다.
호치민에서 1박 하고 넘어가는거니까, 간단히 구경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에 오히려 더 즐겁긴하다.
대신, 돌아올 때 공항에서 7시간 기다려야 하는 건.........( -_-);;


주욱~ 가다보니 한국문화전시관(..이었나? 5초 기억력에 많은 걸 바라면 안됨) 이란게 있었다.
(몇 번 안되긴 하지만) 인천공항 이용할 때 마다 '초현대최신식시설'에만 집중했을 뿐, 이게 한국 공항이다라는 느낌은 전혀 받질 못했는데, 뒤늦게나마 이런게 생겨서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들어가보았다.


오~ 들어가보니 제법 전시는 잘 해놓은 듯 하다.
사실 그동안 한국에 있으면서도 경주는 한 번도 못가봤고, 직지심경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등등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구경하는 몇 안되는 외국인들 틈에서 함께 공부할 수 있었다;;;
친절하게도 영어 뿐만 아니라 우리글 안내문도 붙어있었으니;;

그런데, 솔직히 이건 '구색갖추기'로 대충 만들어놓은 듯한 느낌이 너무 강하다.


몇 번 안써본 카메라를 들고가는 바람에 원하는대로 사진찍기가 무척 힘들었는데, 이 사진은 대략 원하는대로 나왔다.
그래, 뭐 물품 보호하기위해 모두 유리로 막아두고, 실내니까 조명을 해놓은거 까지는 좋다 이거야.
근데 어떻게 해놨길래 반사되는 주변 풍경때문에 전시물 하나를 제대로 보기가 어려운건지.
하나라도 제대로 보려면 상하좌우로 이리저리 보법연습도 해야하고, 각도 바꿔가며 목운동까지 하라는 건 공항측의 친절한 배려인건가??

게다가 설명이라고 붙어놓은 건 무릎보다도 낮은 위치에, 각도도 애매하게 세워놓았다.
글자크기는 또 어찌나 작은지...
설명해주긴 싫지만, 없으면 따지는 사람들 있을까봐 세워놨다는 투가 역력하다.
마치 할인쿠폰의 '단, 다른 쿠폰과 중복하여 사용할 수 없습니다'를 찾아서 읽는듯한 느낌이다.

이 사진 한 장이면 하고싶은 이야기가 딱 나오는 셈.
상점 광고판도 아무 생각없이 세우는 게 아닌데, 나름 국내 최대공항이자 아시아의 물류허브를 자처하는 인천공항의 한국 문화를 전시하는 박물관이라면서 이렇게 생각없이 해놓은 걸 보면 정말 부끄러웠다.

후, 이건 팔아넘기기 전에 한국꺼라고 생색내기 위한 거였음?


나오면 바로 옆에 아시아나 라운지가 있다.
(사실 라운지를 먼저 찾았더니 옆에 있는 거였지만;; 큰 의미없으므로;;)

아시아나 라운지는 사진 찍을 수 없다는 이야기 때문에 내부 사진은 한 장도 없다.
그래서 마음놓고 음식에 열중해서 먹을 수 있었다. -ㅅ-
아침에 늦게 나와서 별달리 배를 채우지 않고 나왔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아시아나 라운지의 음식은 훌륭하다.
특히 죽과 샐러드는 왠만한 시내의 음식점보다 훨씬 맛있다.
상대적으로 PC장비가 있는 곳은 좀 지저분하게 느껴지긴 했지만....뭐 그건 그냥 넘어가도 상관 없고.

다음에도 탑승동에서 비행기를 타게 된다면 눈 딱 감고 아침을 굶은 채 여기와서 배를 채우고 싶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비행기 시간때까지 기분좋게 노닥노닥 거린다.


어느덧 시간이 다 되어, 베트남 항공 게이트로 타러 간다.
뭐 라운지에서 노닥거리다가 천천히 갔더니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이, 바로 입장하는 바람에 사진 찍은 건 아무 것도 없고;;


탑승시간은 10시 15분.
비행 시간은 약 5시간 30분이다.
시차덕택에 현지 도착시간은 13시 30분 정도가 될 예정.


기내식을 먹고, 창 밖으로 보이는 구름을 보다가 이내 가리개를 내리고 눈을 감는다.
블루 라군 위에 휘핑 크림을 얹고, 살짝 불어 저은듯한 하늘이 아직 선명하지만..

아직 여행은 첫째 날.
그것도 이제 첫걸음일 뿐이다.

체력 안배 하셔야지..-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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