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3, 둘째 날 #1

아침에 느지막히 일어나자, 시간이 너무 애매하게 남는다.
점심 때 비행기를 타려면 오전에 공항으로 가야하는데, 짧은 시간동안 근처 관광지를 보러 갈만한 여유가 도저히 남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냥 숙소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기로 했다.
뭐, 어제 밤에 헤멨던 건 밤거리를 헤멘거고, 낮에 보는 베트남 시내는 뭔가 다르지 않겠어? 라면서 -ㅅ-a;;


Bui Vien이었던가..아무튼 비슷한 이름의 숙소 앞 거리.
여행자 거리인 데땀 거리 바로 옆인데다가, 여행객들을 위한 숙소가 많아서 도로에는 늘 택시와 오토바이가 가득하다.
당연하지만, 지나가면 적어도 열 걸음에 한 번씩은 호객행위에 시달리게 된다.
으으 이젠 지겹다능;;


지나가는 버스들은 대부분 단체 여행객들을 태운 버스다.
간혹보면 늘씬한 금발의 백인 미녀들, 혹은 멋진 아저씨들이 우루루 내리거나 타는 걸 볼 수 있다.
동남아시아인데도 동양인 여행객들보다는 서양인 여행객들이 훨씬 많은 느낌이다.
아직까지는 한국인과 마주친 건 손에 꼽을 정도.
뭐, 신종독감 덕분이기도 하려나? -ㅅ-a


데땀 거리 바로 앞에는 공원 비슷한게 있어서, 현지인들이 나와서 산책하거나 운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뭐, 당연히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는 모습들은 일상사고. -ㅅ-;;
사실 여행객들이 이런 공원에서 한가롭게 지나갈 일은 없겠지만...애매하게 남아 적당히 때워야 할 시간이 남았다면 예외가 되는 법.


공원에 있는 노점상 옆의 화장실.
다행히 돈은 안내도 되지 싶었다.
내부에 들어가보지는 못했음.


조금만 더 올라가면 있는 로터리다.
보시다시피, 차선같은건 없고, 오토바이들이 우루루 떼지어 다닌다.
지금은 그나마 소강상태...-ㅅ-a
아, 그러고보니 여기 오토바이들은 헬멧을 참 잘 쓰고 다닌다;;


버스, 차, 택시들에 자전거까지 그야말로 무질서하게 다니면서도 사고는 나지 않는다;;
거 참 이런거 보면 대단해;;
그리고 마주친 또다른 패밀리 바이크. -ㅅ-;
이번 아저씨도 4인 가족을 스쿠터에 태우고 가고 있었다.
다행히 양 손은 핸들을 잘 잡고 있었음;;


노란 옷 입은 아저씨가 친절하게도, 베트남에서 길건너는 정석을 시전해주고 있다.
음..설명해보자면, 시선은 다가오는 차나 오토바이쪽을 주시하면서, 천천히 한 걸음씩 나간다.
이 때 너무 빨리 나가면 오토바이에게 치일 수도 있다.
간혹 바로 앞으로 오토바이가 스쳐 지나간다고 해서 놀라 뒤로 물러서면 안된다.
바로 뒤를 지나가는 또다른 차량에 치일 수도 있으니까. -_-;;;
천천히, 상대방과 조화를 맞춰가며 서로 페이스를 유지하는, 그래 이것은 바로 보행자와 운전자 사이의 이해 관계를 구축하는 대화인 것......일리가 없지;
뭐 좀 살벌하긴 하다;;
그러니 암묵적 동의를 바탕으로 한 상호이해관계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


굳이 오토바이가 없더라도 이처럼 빌릴 수 있는 장소들도 있다.
여행객들도 종종 빌려서 타고다니는 듯.
다음 번에 호치민에 온다면 한 번 빌려서 타고다녀볼까 싶다.
물론 그때 마스크는 필수겠지. 거리의 매연이 장난 아니니까. -ㅅ-a
그리고 짐작이긴하지만, 아마 면허증 같은 것도 요구하진 않을 듯;;


현지 시장이다.
각종 식료품 위주로 판매하는 곳인데, 안에는 간이 식당도 있어서 현지인들이 끼니를 떄우기도 하는 듯.
그러고보니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 현지 식당이 많이 보이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간편하게 사서 돌아가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숙소 근처에서 찾은 한국식당.
광고판을 그대로 읽으면 '짜오 한 국'이 된다. 사실, 한글로 아래에 써있기도 하고.
여행자 생존형 베트남어 실력으로 해석해보면, 그 뜻은 '안녕 한국'...이다.;;
가격이 무서워 들어가보지도 못했다.
남아있는 동화도 얼마 없으니 노점상에서도 배를 못채우고 있는데 무슨 한식당이야;;

얼추 숙소 근처를 한 바퀴 돌아보고 나선, 짐을 챙겨 공항으로 떠난다.
어젯 밤에 숙소에서 시켜 먹었던 콜라와 물값을 포함해서 $15를 지불한다.
뭐, 독방에, 따뜻한 물 나오고 TV와 냉장고도 있었으니까 그닥 나쁘지는 않은거겠지.
싸게 가려면 더 싸게 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언젠가 나중에 시간 더 많을 때 조사 많이 해서 오면 해보자고.


이제 다시 짐을 들고 버스 터미널로 떠난다.
숙소에서 나서는 순간부터 택시와 오토바이들의 호객행위는 더 심해졌다.
만만한 배낭여행객 혼자서 짐 잔뜩 들고 어딘가 이동한다는 소리는 장거리 손님 태울 수 있다는 신호인 셈인건가. 쩝.
호객행위에 됐다고 이야기 하다보니 아침부터 피곤해지면서, 빈탄시장 쪽, 아직 가보지 못한 골목으로 접어든다.


그리고 가다보니 발견한 뚜레쥬르.
흠...정말 베트남엔 한국 기업들이 많구나~
빵 하나 사먹어볼까 했지만 원화를 안받아줄 듯 싶어 그냥 사진만 찍고 지나간다.
인테리어까지도 한국과 비슷한거 보면, 얘들도 어제 본 노틀담 성당처럼 벽돌 한 장까지 한국에서 들고왔으려나? -ㅅ-


빈탄시장 앞의 버스 터미널.
앉아있는 매표원에게 152번 버스를 탈거라고 했더니, ticket in bus! 라고 이야기해준다.
어떤 버스는 여기서 티켓을 사서 타고, 어떤 버스는 타고 나서 안내양에게 지불하나보다.


빈탄시장 앞을 지나는 버스는 모두 여기를 지나가는건지, 정말 각양각색의 버스들을 봤다.
한국의 마을버스정도가 대부분이었지만, 종종 용달차 개조 버스라거나, 봉고차 개조 버스도 눈에 띈다. -ㅅ-;;
봉고차 개조버스는 그나마 나은데, 용달차 개조버스는 버스에 탄다기보단 짐칸에 실린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뿐만아니라, 베트남 현지인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교복 비슷한 걸 입고있는 남자애들과 눈이 마주쳐서 웃어줬더니, 이것들이 자기 친구들 끌고와서 손가락질하며 웃는다.
음...그래, 그다지 호감가는 외모의 소유자가 아니란 건 인정하는데, 그렇게 대놓고 동물원 원숭이로 취급해주면 기분이 참 안좋지 않겠니?

사실 이 때 버스 터미널에 서있는 외국인은 달랑 혼자라서, 안그래도 주변에서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좀 난감하긴 했다.
'저 외국인은 가난한가봐~ 남들은 택시타고 가는데 왜 여기서 버스 타고 서있는거래?'라는 듯한 느낌;;
페루에서였나, 메뉴판에서 가장 싼 요리를 시켰더니 종업원 태도가 달라지며 건너편 식탁의 현지인보다 못한 서비스를 받았던 그 때의 느낌이랄까. 쿨럭;;;

지나가는 터미널 종업원(?)에게 152번 버스 여기서 타는거 맞냐고 물어보면서 10분을 기다린 끝에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뭐, 타고나서 공항까지는 금방이다. 대략 30분이 안걸리는 듯.

문제는 터미널에 도착하고 나서였다.
베트남 항공에 짐 붙이려고 줄서있는 손님들이 제법 많았는데, 하필이면 바로 앞에 있는 어떤 백인 아줌마가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충 듣자하니 수화물로 보내려는 짐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짐보다는 아줌마가 좀 더 문제이지 싶었다.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몸매의 소유자로, 굳이 급을 분류하자면 다이아몬드급.
멋진 마름모꼴의 체형을 자랑하시는 분이다. -_-;;;;
그 덩치로 데스크에 기대서 직원과 실갱이하는게 무려 20분을 넘어간다.
바로 뒤에 서서는 '나 지금 몹시 짜증이 나있어'라는 표정을 대놓고 지어주고 있으려니, 항공사 직원이 아줌마더러 '저쪽에 가서 얘기하셈.' 이라면서 보내려고 한다.
바로 우리의 다이아몬드 아줌마의 호탕한 답변 '싫어. 여기 점장 누구야 점장! 점장 나오라고 해!'
직원도 나도 같은 심정으로 한숨 푸욱 내쉬어준다.

다행히, 아줌마더러 '그럼 담당자 올 테니까 기다리쇼'라고 해주고는 내게 손짓한다.
수화물로 붙이는 짐은 배낭 하나.
모든 서류는 여권과 함께 미리 준비해놓은지 오래다.
3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모든 수속을 마치고 티켓을 받아들고는, 보란듯이 직원과 생글생글 인사 나누고 창구를 떠난다.
돌아나오면서, 옆에서 기다리는 아줌마 뒤에서 궁시렁궁시렁 대는 것도 잊진 않았음. -ㅅ-


덕택에, 남아있는 시간이 30분 정도밖에 없다.
애초에 라운지 가서 좀 편하게 먹고 즐기며 쉬려고 했는데, 가자마자 잽싸게 배부터 채운다.
근데...호치민 공항 라운지는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


음식이나 과일등의 가짓수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이미 점심때가 지나가는 시점에 모든 그릇에 랩으로 씌워져서 아무도 손 안 댄 티를 팍팍 내는 것이다.
당연히 수분 다 빠졌을법한 과일류는 손도 안대고, 멀쩡해보이는 음식 몇 가지만 주워다 먹었다.


다행이라면 그나마 저쪽 끝에 있는 음료수 종류가 다양하는 점?
유명 현지 맥주를 비롯해서 와인 종류와 각종 쥬스등의 음료수는 그냥저냥 괜찮았다.
물론, 와인은 새거라서 뜯어보지도 못하고 맥주만 몇 종류 가져다 마셨다.
(일단, '절대 금주'하라는 의학적 조언은 잠시 접어두.....쿨럭;;)


하지만 호치민 공항 라운지의 장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탁 트인 넓은 전망이다.
다른 라운지들이 대개 건물 안에서 답답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여긴 활주로 바로 옆에서 그야말로 탁월한 전망을 보며 맘편히 쉴 수 있다.


바로 옆을 지나가는 비행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뿐더러, 활주로의 특성상 가릴 것 없이 넓게 펼쳐진 공항 부지와 하늘은 보기만해도 시원하다.
게다가 여긴 에어컨도 되니까 실제로 바깥보다 훨씬 시원하기도 하고. -ㅅ-

배를 채운다는 목적은 그다지 달성하지 못했지만, 예상외의 즐거움에 잘 쉬다 역시 final call이 울릴때쯤 해서 비행기를 타러 이동한다.

한 시간 30분 가량의 비행이 마치고 나면 사실상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방콕에 도착한다.

덧.
아참, 그러고보니 아까 그 보석같은 몸매를 자랑하는 아줌마도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알고보니 이코노미석에 앉았다.
허....그게 이코노미석에 들어가나? 팔걸이 위에 판자 대고 앉아야 할거 같았는데.
의자와 아줌마, 옆좌석 승객과 지나가던 승무원 모두 괴로웠을 듯.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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