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3, 둘째 날 #2

호치민에서 방콕까지는 한 시간 조금 더 걸리는 매우 가까운 거리다.
타자마자 기내식 먹고 잡지보고 음료수 마시고 나면 곧 내릴테니 안전벨트 잘 착용하라는 즐거운 어트랙션 멘트가 흘러나온다.
따지고보면 서울-제주랑 비슷하지만, 기내식이 나온다는게 다른 정도랄까.

어쨌든, 무사히 방콕 공항에는 도착했지만, 가장 중요한 방콕 가이드가 없다. -ㅅ-;;
이민국의 입국심사를 거칠 때 가능하면 현지어로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정도는 해주려고 하는데(조금이나마 친절한 인상을 줘서 자칫 귀찮은 일 생기지 않게 하자라는 계산이 없는 건 아니고), 뭐라 해야 할 지 모르니 그냥 안되는 영어로 이야기했다.
...뭐 차이점은 없더라; 똑같이 힐끗 보고, 뒤적뒤적하고, 스탬프 꽝 찍고, 다음사람 오세요~


(이제 무려 세 번째로) 볼 때 마다 느끼는건데, 방콕 공항은 인천공항과 참 많이 닮았다.
제법 깨끗하고, 현대식 건물답게 기능적인 면을 강조했지만, 그다지 아름답거나 편하다는 느낌은 없다.
뭐, 살 집도 아니니까 상관없긴하지.
그래도 무빙 워크는 좀 더 있었으면...;;


다행히 방콕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방법을 출력해온 종이는 잊어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공항 안내소에 가서 무료 셔틀버스 타는 곳을 물어봤다.
저으기 옆으로 나가서 타면 된댄다.
공짜 맞지? 하고 확인도하고, 지나가는 길에 걍 아무데서나 $10 환전도 했다.
일단 숙소 근처까지 갈 차비만 있으면 되니까.


이상하게 태국 공항은 밖에만 나오면 순식간에 뒷골목 분위기로 바뀐다;;
채광이 잘 되지 않아 어두컴컴한 것도 그렇고, 내부와는 달리 약간 지저분한 분위기도...
그래도 호치민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 편하다.
휴, 호치민은 정말 힘들었지. ㅡ_ㅠ


사진을 찍고 돌아보니, 공항 셔틀버스가 서있는 걸 보고 후다닥 뛰어가서 올라탔다.
셔틀 버스의 운행 간격이 짧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다음 번에 갈아타야 할 방콕 시내 버스는 그렇지 않으니까..
무료 공항 셔틀버스는 방콕 수안나폼 공항에서 공항 버스터미널까지 왕복한다.
2층에서 타는 버스는 2~3개 정류소만 들르는 급행이라서 그런지 Express 딱지를 붙이고 있었다.
1층에서 타면 여기저기 많이 들리는 느린 버스니까 타지 말라는 주의사항도 듣긴 했는데...출국장에서 나오면 바로 2층이니까, 굳이 1층으로 내려가서 탈 이유는 없다.


대략 10분정도 버스를 타고가면 공항 터미널에 도착한다.
버스 창문 밖으로는 이런저런 항공사 사무소 겸 비행기 격납고도 보고, 건물들 너머로 이착륙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생긴 버스를 탔었다.
탈 때는 급하게 타느라 사진을 못찍어서 내릴 때 찍었음. -ㅅ-;


그리고 내리자마자 바라보는 버스 터미널 전경.
가운데가 터미널 건물로, 매표소, 자판기, 음식점 등이 있고 반대편에 '버스'들이 도착한다.
생긴건 승합차지만 그래도 엄연한 태국의 버스!


주요 버스 노선들에 대한 안내판도 있다.
숙소 근처까지 가는 버스는 556번 버스로 잘 보면 카오산 로드까지 간다고 씌여 있다.
(물론, 해상도 변경한 사진에선 안보일테니 눈에 힘 줄 필요 없음 -_-)


저렇게 생긴 매표소에 가서 556번 버스 티켓을 사야하는거냐고 물어봤더니, 556번은 버스에 타서 사는거랜다.
-ㅅ-a 뭐 버스마다 다른가부지..

근데 문제는..다른 버스들은 정류장에 한대씩 기다리고 있는데, 꼭 타려는 버스만 혼자 자리를 비우고 있다.
뭐 빈 의자는 많으니까 그 앞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슬슬 불안한 생각이 든다.
556번 버스 배차 간격이 약 40분 정도 되니까 하나 놓치면 고생이라는 이야기를 미리 들었었거든.
그나마 다행히 15분 정도 기다렸더니 저 멀리서 고물 버스 한대가 터덜터덜 굴러온다. -ㅅ-;;
아니, 정류장에 있는 다른 버스들은 다들 때 빼고 광택낸 새 버스인데 얘는 왜 이래...
그나마 다행이라면 에어컨은 나오는 버스였다. -_-;;

타고 온 승객들 내리고, 기다리던 사람들 올라타고 앉아있는데...이놈의 버스가 출발 할 생각을 안한다;
으으...알고보니 바로 출발하는게 아니라 운전하느라 고생하는 버스 크루 일동께서 잠시 휴식을 취하신 다음 출발한다.
악악! 나는 후딱 숙소 가서 짜투짝 주말 시장에 가고 싶은데...ㅠㅠ


결국 대략 40분 정도를 기다려서 버스가 시내로 출발했다. ㅠㅠ
흑흑 이게 뭐니..라며 눈물흘리며 찍은 버스 티켓 사진.

태국 수안나폼 공항은 시내로부터 제법 거리가 있는 편이다.
그래서 보통 고속도로로 타고가는데, 비싼 공항 셔틀버스나 지금 타고가고 있는 556번 버스튼 이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가끔 고속도로도 타지 않는 버스가 있는데, 이 경우는 1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한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 안내양이 '카오산 로드?'라고 물어본다.
외국인인게 한눈에 딱 티가나니까 호의로 물어봐주는 듯.
맞다고 이야기 했더니, 친절하게도 여기서 내리라고 이야기 해주길래, 고맙다고 웃어줬다.
(...하지만 오히려 역효과인듯;)


내리자마자 본 태국의 도로.
그래도 여긴 호치민과 달리 횡단보도가 있다. =ㅅ=;;


덧붙여 신호등도!
태국의 신호등들은 대부분 시간을 나타내는 장치가 함께 붙어있다.
그래서 보행신호나 정지신호가 몇 초 뒤에 다른 신호로 바뀌는지 대략 알 수 있게 되어있다.
저거 한국에는 몇몇 곳에서 이제 시작하던데....


뭐, 어쨌든, 신호등이야 돈 많은 여행자들이 택시 타고 갈 때나 신경쓰는거고, 가난한 여행자는 차도 옆의 인도를 따라 쭈욱 걸어간다.


지나가다 카오산 로드쪽 방향으로 사진 한 장.
애플 매장이라도 있는건지, 아이팟 터치 광고판이 크게 걸려있었다.
그러고보니 태국엔 아이폰이 출시가 되었었지.


숙소까지 가는 길엔 태국 사원이 하나 있었다.
태국은 불교신자들이 상당히 많아서인지, 곳곳에 사원, 불상, 제단등이 많이 있다.
특히 불상에 대한 모독행위는 태국 국민들의 반감을 사기 쉬운 행동이라고 여행 오기 전에도 많이 들었던 이야기들이다.
자리에 앉을 때도 발 끝이 불상을 가리키게 앉으면 무례한 행동이 되는 곳이 바로 태국이다.


숙소로 가는 길에 건넌 '방람푸' 운하.
뭐 이 운하는 끝이 막혀있어서 더 이상 보트를 타고 지나가지는 못하지만, 한 10분정도 운하를 따라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면 나오는 선착장에서는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숙소까지 주욱 걸어가는데..이 길이 저녁에 혼자 걸어가면 나름 무서운 길이라고 한다.
하긴 뭐, 낯선 곳에서 가로등도 얼마 없는 거리를 혼자 걷는다면 좀 불안하기야 하겠지.


가는 길에 본 고양이 한 마리.
마치 뛰어가다가 살짝 멈춘듯한 저 자세가 세상에서 제일 편하다는 듯이 한참을 쉬고 있길래 초상권 허락도 받지 않고 한 장 찍었다. -ㅅ-


그리고 도착한 곳이 바로 루프 뷰 플레이스라는 숙소이다.
나름 깨끗하고, 물도 하루 두 통씩 주고, 에어컨도 곰팡이 냄새는 심하게 나지만 어쨌든 있는, 저렴한 가격에 묵을만한 곳이다.
사실, 다른 곳은 안가봐서 비교해볼 수는 없었고;;

무더위에 헥헥대면서 들어가 키를 받고 올라가 짐을 풀었다.
이상하게도 분명히 태국보다 베트남이 더 적도에 가까울텐데, 태국 날씨가 더 덥게 느껴진다.
베트남에서는 한참을 걸어도 땀을 그다지 많이 흘리지 않았는데, 여긴 조금만 걸어도 금방 덥다.
마음같아선 샤워라도 하고 나오고 싶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충 가방만 내려놓고 후다닥 1층으로 내려와 직원에게 물어본다.

"님하, 나 짜투짝 시장 가고 싶은데 시간 될까?"
"(시계를 한 번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안됐지만 도착하면 문 닫고 있을꺼삼."
"흑흑..다음 주말이 오기 전에 떠나야 하는데..아무튼 고맙삼. ㅠㅠ"

짜투짝 주말시장은 태국에서 가장 큰 시장이 열리는 곳으로 엄청난 인파를 자랑하는 곳이라고 한다.
당연히 신기한 물품도 많고, 기념품같은 걸 사기에도 좋은 장소라 그 자체로 일종의 관광지처럼 되어버린 곳인데...이름에서 알겠지만 주말에만 열리는 시장이다.
하지만 오늘이 일요일인데 물 건너갔으니, 수요일에 태국을 떠서 땅 건너 가는 사람은 결국 아까운 기회를 버스 기다리다 놓쳐버린 셈이다.
아이고 억울해. ㅠㅠ

잠깐 혼자 우는척 하다가(직원이 위로해줬다;;), 주변이라도 봐야지~ 하면서 구경에 나서기로 한다.


이건 뭐..실제로 굴러갈 것 같진 않고 그냥 세워져 있던 차;;
골목 끝에 양복점이 하나 있었는데, 점원이 자꾸 들어와서 보고 가랜다.
질 좋고 싼 양복 있으니 들어와서 구경만 하시라~
하지만 난 가난한 여행자니까 그냥 가겠다고 하고 도망치듯이 도망쳤다. -ㅅ-



저 카발 온라인이 한국에서 만든 게임일텐데..라면서 자세히 보니 이스트소프트라고 씌여있었다.
음..뭐 알집 때문에 곱게 보긴 힘든 이스트소프트지만, 이역만리 타국에서 예상치못하게 보니 반갑긴 하구나~
그리고 뭐, 쟤들은 불법상속하거나 용역푸는 짓하다가 걸린 건 아니니까, 그나마 다른 회사 로고 보고 낯부끄러운 것 보다야 (상대적으로) 낫지..


음...그리고 아마 이 분이 태국의 공주님인지 왕비님인지 싶다. -ㅅ-a
저 분과 결혼하면 당신도 왕족이 될 수 있음!
....어쨌든 태국은 왕족이 사랑받고 존경의 대상이 된다는 데 참 대단한 나라라고 평가해준다.
실제로 이런식으로 국왕의 사진이 걸려있는 크고작은 제단을 방콕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날도 슬슬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려는 듯한 기미가 보이기 시작해서 후다닥 걸어간다.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카오산 로드로 가서 가장 급한 문제인 환전을 하러 간다.
카오산 로드는 사실 그렇게 큰 도로나 대단한 시설은 아니다.
그냥 골목에 이런저런 여행사들이나 상점들이 많이 몰려있는, 한국의 재래시장, 혹은 대학로와 비슷한 풍경이다(둘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는 묻지 말길 -_-).


레인보우 환전소.
카오산로드에서 가장 환율을 잘 쳐준다는 유명한 곳이다.
저 안쪽 복도로 들어가면 레인보우 환전소가 있을 것 같지만...실제로는 간판 바로 밑의 1인용 가건물이 레인보우 환전소다;;
낼름 $100 환전해서 태국 화폐인 '바트'화로 받았다.


카오산 로드 주변을 걸어다니면서 이것저것 음식도 살짝 사먹어보고, '100% pure orange'라고 써놓은 주스도 마시며 걷는다.
한국에서 마시던 오렌지 주스 맛에 길들여진 탓인지, 설탕맛이 느껴지지 않는 주스가 낯설었지만, 더운 날씨에 갈증을 달래주는데는 딱 좋다.
물론, 처음 보이는 노점상에게서 그냥 사면 안쪽에서는 70% 정도까지 싼 가격에 판매하는 걸 보고 약간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이런저런 신기한 것들이 많은 곳이었지만, 어두워지기 시작한 무렵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진 않았다.
아참, 호치민에서 사지 못했던 옷도 여기에서 두 벌 구입할 수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흥정은 우선 호가의 절반부터....-ㅅ-a;;;


돌아다니다보니 어느새 완전히 어두워져서, 근처 현지인들이 먹는 노점상으로 향했다.
당연히 언어는 안통하고, 대충 말 들어보며 눈치껏 이해하니 밥에 요리를 얹어먹는 덥밥이라는 듯 하다.
고르는 가지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고 해서, 두 가지를 골라 먹어봤다.
흠...나름 나쁘지 않은데?
물론 차마 얹어먹기 어려울거 같은 음식은 미리 뺐기 때문이지만, 제법 입맛에도 맞고 가격은 상당히 저렴한 맛있는 돼지고기 요리 + 닭고기 요리 덮밥이었다.

혼자다니는 만큼 별로 일정에 대한 부담없이 돌아다니기는 편하다.
이쪽 거리가 궁금하다 싶으면 슬슬 걸어가고, 현지인들 약속장소나 가족 외식장소로 인기있는 듯한 식당을 기웃기웃 거려보기도 하고...
아까 먹었던 덮밥 양이 적어서 배가 고프다 싶으면, 지나가다 눈에 띄는 노점상에서 봉지 파인애플을 사서 먹는다.

봉지 파인애플은 파인애플을 잘라서 빵봉지 같은 투명한 비닐봉지에 넣어 파는 것을 말한다.
같이 주는 이쑤시개로 한 조각씩 찔러올려 걸어가면서 조금씩 먹는데, 열대지방에서 먹는 파인애플은 정말 꿀같이 달고, 시원하다.
깨무는 순간 입 안을 적셔주는 파인애플 과즙은 무더위에 지친 여행자에겐 더할나위 없는 태국의 선물이다.

또 한참 걷다보니 노점상이 안보이길래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들어가서 음료수와 함께 생수도 하나 샀다.
그새 잔돈이 좀 생겼길래, 계산대 앞에서 동전 센다고 시간 끈게 미안해서 점원에게 웃으면서 인사했더니, 점원이 왠지 좋아하는 눈치다.(천지신명께 맹세코, 정말임!! -_-;;).
덕택에 기분좋게 숙소까지 걸어왔다.

걸어오는 길에 숙소 근처에서 맛사지 샵이 하나 보이길래, 역시 태국에 왔으니, 피로는 이렇게 풀어야지~ 라고 맛사지를 받으러 갔다.
숙소가 외진 곳이라 카오산 로드에서 많이 떨어진 동네인데도 여행객들이 제법 많았다.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잘하는 곳인가 싶어서 살짝 기대하는 마음에 전신 맛사지를 받을까 하다가, 그냥 발과 어깨부분만 해달라고 했다.

허,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더 시원하다.
베트남에서부터 태국에서까지 계속 걷느라 혹사당했던 발과, 카메라를 비롯해 무거운 짐 덕택에 힘겨워하던 어깨와 목이 맛사지 받으면서 점점 시원해짐을 느끼게 된다.
한 시간동안 맛사지를 받고나서, 기대하지 못했던 즐거움에 잔돈은 팁으로 주고 숙소로 천천히 걸어갔다.

피로도 리셋했으니, 내일은 방콕 시가지쪽으로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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