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5, 넷째 날 #1

바야흐로 이번 태국 여행의 사실상 마지막 방콕 일정이자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왕궁 투어를 가는 날이다.
전해오는바에 의하면, 열대지방의 따가운 햇살로인해 두어시간만 둘러봐도 녹초가되고, 실신하여 여기저기 뻗어버리기 일쑤라는 전설의 극기훈련 체험코스....는 아니고;
두어시간만 둘러봐도 녹초가 된다는 건 사실이라고 한다. -_-
하긴, 열대지방에서 그늘하나 없는 야외에 몇 시간동안 돌아다니는 건 많이 힘들다는 걸 어제 이미 느꼈던터라, 그 진실성은 절실히 느낄 수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침에 나올 때 부터 화면이 흐리멍텅한게 어째 비가 올 듯 말 듯한 날씨다.
이대로 선선한 날씨가 계속되다가 왕궁 투어할 때 잠깐씩 햇빛이 비추면 좋은거고, 하루종일 비가내린다면...음, 얌전히 술푸고 짐 싸란 소리지 -ㅅ-


숙소에서 카오산 로드로 가는 길에는 이렇게 현지인들이 찾는 노점과 음식점들이 있다.
정체불명의 고기로 만들어진 꼬치, 튀김 등등을 판매하는데.....어제 본 짜오프라야 강의 물빛과, 오늘도 태국 버스들의 매연으로 채색되는 도심을 생각해보면 쉽게 사먹기는 어렵다;
뭐...한국에선 닭둘기도 꼬치로 먹긴 하지만;;

아침부터 또다시 카오산 로드를 지나 왕궁까지 주욱 걸어간다.
이제 걷는 건 일상이 되었으니 그다지 어려울 건 없는데...단지 숙소가 카오산 로드에 조금 더 가까웠으면~ 하는 바램이 없는 건 아니다.
카오산 로드에 가까우면 저녁에 시끄럽다고하니, 나름 일장일단이 있는건가. -ㅅ-a



다리밑으로 지나서 주욱 걷고걷다보니 대학교도 하나 지나간다.
씰라빠껀 대학교라는 곳인데... 여기도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ㅅ-;
하지만 외국 여행객에게 어느 대학교가 잘가르치냐 마느냐는 그닥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서, 더 이상은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았다;
참관수업 같은게 가능하다면 한 번쯤 들어볼만 하겠지만..뭐.


여기는 쭐라롱건 대학교만큼 넓진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수목이 울창하다.
학교부지는 마찬가지로 깨끗하고..
대신 교복 자유도는 상대적으로 더 큰 듯. -ㅅ-;;
뭐랄까, 한국 고등학생들이 치마, 바지단 줄이는 등의 삽질을 이곳 대학생들이 하는 걸 보고 약간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쿨럭;


지나가는 와중에 발견한 한국어 과외!
아, 이거 정말 농담처럼 '외국에 나가서 한국어 과외나 할까'라는 말이 실현되는 곳이구나! =ㅅ=;;
자세히 보면 연락처 몇 장은 누군가가 찢어간 흔적도 남아있다.
오호. 정말 회사 때려치우고 여기 와서 이렇게 놀고 먹는 것도 가능할까나? -ㅅ-a;;


대학교부지를 지나가면 상점가가 하나 나온다.
상팔자인 견공 한 분도 누워계시고..
대학교 바로 앞인데다가 선착장과도 붙어있어서 그런건지, 관광지에서 제법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매우 저렴했다.
아니, 뭐, 가난한 여행객에겐 100~200원 아끼는게 일이라능;;


길거리 곳곳에 개 뿐만 아니라 고양이도 많았다.
놀아줄 것처럼 냐옹냐옹 울더니 카메라 꺼내니까 토라져서 걸어가는 한 분. -ㅅ-
그리고 고양이답게 벽에 팔다리 딱 붙이고 주무시고 계신 한 분.


관광지 근처니까 여러가지 공예품도 팔고 있었다.
뭔가 유리조각에 사진을 넣어서 파는 곳도 있었고..
짚으로 여러가지 생물들을 꼬아 만들어 파는 곳이 있어서 잠깐 사진 한 장.


용 뿐만 아니라, 원숭이, 토끼, 그리고...사슴인지 기린인지. -ㅅ-;
사진보면 은근 귀여운면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실물은 아님;

한참 걷다보니 어느새 왕궁 '벽' 근처로 왔다. -ㅅ-;
여기서 어느쪽으로 가느냐가 중요한데..그냥 무작정 한 쪽 방향으로 정해서 걷다보니 반대편에서 백인 여행객 아저씨 한 명이 혼자 걸어온다.
어라...지금 반대로 가고 있는건가 싶어서 살짝 물어봤더니, 자기가 알기로는 이쪽 길에도 출입구가 있는 건 맞댄다.
하지만 가져온 가이드북에서는 다른 쪽으로 들어가는 경로를 추천하고 있어서 그리로 가는거라고 한다.

음...어쩌지? 그냥 저 아저씨를 쫓아갈까 어쩔까 고민하면서 헤메는 모습을 보였더니, 옆에가는 삼륜차 아저씨가 말을 건다
가까이 갔더니 하는 말, 오늘은 왕궁이 문 닫았으니 한참 가봐야 소용 없댄다.
엥, 이게 정말인가?
갸우뚱 갸우뚱하고 있는 사이 옆에서는....'아저씨가 좋은데 데려가줄께~ 헤벌쭉'....-ㅅ-;;
됐다그러고 돌려보냈다; 쿨럭;
때마침 왕궁 잔듸에서 일하고 계시던 분이 '아 저건 신경쓰지 말고 이쪽길로 주욱 가셈'이라고 (짐작할 할만한 뜻을 태국어 + 영어로) 말해주었다.
꺼꿈 카~ 라고 태국어로 감사의 말을 하고(그래, 드디어 배웠다! 태국도 사흘째라구!), 아까 백인 아저씨가 갔던 길로 따라갔다.

흠, 근데 태국 왕궁 출입구 앞에서 한 아주머니가 복장검사를 꽤나 세심하게 하고 있다. -ㅅ-;
왠만하면 그냥 봐줘요~ 하는 얘기도 있었는데 오늘의 선도 선생님은 좀 깐깐한 편인지, 지나가는 행인들을 가차없이 솎아내고 있었다.
뭐, 옷이야 들어가서 보증금 맡기면 공짜로 빌려주니까.
그래도 차마 맨살에 닿을 용기는 안나서 입고 있던 옷 위에 그대로 입었다. -ㅅ-;;


그리고 나면 비로소 왕궁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된다.
오른쪽에 보이는 하얀 건물이 옷 빌려주는 곳.
남자는 발목까지 오는 바지 - 오늘은 칠부바지도 예외없이 잡고있었다 - 여자의 경우는 긴 치마나 바지만 가능하며, 당연하지만 나시티도 입장 불가다. -ㅅ-


아침에 나올 때는 비를 뿌릴 것 같던 하늘도 어느새 맑아져서, 저 멀리 보이는 황금빛 건물의 반사광이 눈부셨다.
오오. 왠지 기대되는걸?

안으로 주욱 들어가서 입장권을 사고나면 입구에서 간단한 팜플릿을 나눠준다.
영어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한국어 팜플릿도 제공하니, 기왕이면 한국어로 된 걸 받았다.

입장료는 350 바트로, 한화 12,000원 정도에 해당하는 상당히 비싼 요금이다.
현지인들은 입구가 따로 있는 걸 보니 훨씬 더 저렴한 듯.


안에 들어가자마자 거대하고 화려한 건물들이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다.
어리버리하게 들어오다가 깜짝 놀라서 자연히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살펴보게 된다.
정말 방콕에선 왕궁과 그 사원들만 구경해도 관광지의 절반은 본 거나 다름없다는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었구나~

정신을 차려보니 바로 옆에서 무료 엉어 그룹 가이드를 해준다는 안내원이 있었다.
가서 물어봤더니 대략 10분 정도 기다리면 합류할 수 있을듯 하다.
명단 끄트머리에 이름 적어 신청하고 나서, 다시 한 번 건물들을 감상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 있는 곳은 왕궁이 아니라 왕궁에 바로 붙어있는 왕실 사원, 왓 쁘랏깨우(Wat Phra Kaew)라는 곳이다.
에메랄드 사원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이 곳은, 태국 왕들이 통치하면서 계속 증축, 보수를 반복한 사원들이 모여있는 곳이라고 한다.
다른 사원들이 보통 불상을 모시고 신앙을 가꾸는 곳인 반면, 이 곳의 사원들은 왕실의 무궁과 번영을 기원하는 곳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황금빛으로 번쩍번쩎 빛나는 건물들은 실제로 황금이라고 한다. -_-;
정확히 말하면 금박을 입힌 금도금? -ㅅ-a;;
아마 태국도 우리나라처럼 침략을 자주 받았거나 식민지시대를 겪었다면 남김없이 다 긁어갔겠지만, 다행히 그런 암흑기는 없었기에 이런 사원들이 계속 남아있을 수 있었나보다.
세계대전에도 휘말리지 않아 폭격을 안받았다는 것도 꽤 클테고.

그리고 저 건물들의 황금 외장을 만지면 행운이 깃든다는 이야기도 있다는 얘기를 가이드 아저씨가 해준다.
그 말을 들은 그룹 투어의 사람들, 너도나도 손바닥을 내밀어 천천히 벽을 쓰다듬는다.
역시나 어떤 관광객 한 명은 사지를 활짝 펼쳐 벽에 달라붙어, 주변에 웃음을 자아내기도.
물론, 본인 이야기는 절대 아님 -_-;;;;


가운데 서계신 분이 왕궁 설명을 해주신 가이드 아저씨다.
설명내내 유머를 잃지 않아 모두 다 즐거워하며 몰랐던 사실에 감탄도 하고, 그리고 때론 안타까워하기도 했던 가이드 투어의 좋은 인솔자셨다.
나중에 살짝 물어보니 7년이나 왕궁에서 가이드를 했다고 한다.
베테랑 가이드 아저씨 덕택에 왕궁 투어가 더더욱 즐거웠으니, 아마 모르고 돌았으면 재미 없었을껄?


가이드 내용은 대부분 건물에 대한 유래와, 얽혀있는 짧은 이야기들을 소개해주는 방식이다.
이 건물은 라마 몇세가 지었고, 뭐 언제 번개를 맞아서 불탔다가 누가 고치고..등등
들을 땐 재밌게 들으면서 하나하나 다 적어야지~ 했었는데, 5초기억력의 한계로.....쿨럭 ( -_-);;


캄보디아에 있는 앙코르 왓을 그대로 복제해 만든 미니어처라고 한다.
뭐라고 설명해줬었는데....5초기억력이라 기억이 안나는건지, 사진찍느라 설명을 못들었는지조차 기억이 안난다;;;;
가이드 투어할 때 첫마디가, '한 번 지나가면 다시 안 돌아오니까 알아서 사진찍고 알아서 설명 들으셈~' 이었으니까;;


왕실 사원이라 그런지 정말 화려하고 거대하다.
황금빛 나는 건 예외없이 금이고, 그 사이사이로 보석인지 자기조각인지가 있어서 화려한 색을 자랑한다.
햇빛 아래서 찬란히 빛나는 그 모습을 보면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가이드 도중 들리는 이 건물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내부에선 사진촬영도 금지된다.
바로, 이 안에 에메랄드 불상이 안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에서는 조용히 기도하는 외국인, 그리고 현지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특이하게도 중국쪽 영향을 받은듯한 석상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도포에 두루마기, 관을 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각해 놓은 상들이 입구에 놓여있는 경우가 있다.
관운장상도 본거 같기도, 아닌거 같기도....-ㅅ-;;


이 건물의 왕궁이다.
하지만 지금은 태국 국왕 일가가 머무르지는 않는다고 했던 듯.


일부러 부순 채 남겨둔건지, 아니면 수리하려고 기다리고 있는건지;;
사진찍으면서 이동하느라 설명을 들을 틈이 없었다.

가이드 투어는 왕궁 바로 앞에서 끝난다.
설명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팁 주는 분위기라 덩달아 팁도 드리고. =ㅅ=a

밖으로 나가기 전에 다시 왕궁 앞쪽으로 가본다.


왕궁이라 그런지 입구에는 단 위에서 경비병이 지키고 있었다.
탄창은 없는 총이었지만 총검이 붙어있으니 뭐..급할땐 던지기(?) 라도 하겠지;
관광객들이 옆에서 사진찍을 때 같이 포즈나 미소라도 지어주면 좋으련만, 그냥 멍하니 정면만 주시하고 있었다.
얘들도 경비병이라 역시 근엄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거구나~
그런데 또 그게 아닌게...옆에서 살짝 교대식 하고나서, 경비병끼리 잡담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귀찮아서 반응 안하는걸지도;;;

왕궁과 에메랄드 사원은 다 봤으니, 옆에있는 왓 포로 간다.


왓 포는 왕궁 남쪽에 있는 사원이다.
이곳에선 '공인 마사지사'를 교육한다는데, 대신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 받아야 한다는 말에 깨갱..
태국 마사지가 맘에 들긴 하지만, 그건 아닌듯 해서 넘어가기로 했다.
관심있다면 관광객용 일주일 마사지 교육 코스..이런 것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마찬가지로 통과.
왓 포의 진짜 볼거리는 따로 있거든.


바로 태국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는 와불이다.
뭐 역시나 금빛으로 번쩍번쩍. =ㅅ=


60미터 정도 되는 크기라고 한다.
....솔직히 '와~ 크다~ 금빛이네?' 정도의 감상으로 끝;;
세세한 디테일을 살려서 만든 와불도 아니고, 단순히 크게 만들어 놓았지 싶다.


근데 발바닥쪽에는 자개로 만들어놓은 불화들이 있었다.
음..불교에 관심이 많았다면 알아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모르니까 그냥 그러려니...
태국 사람들은 참 불심이 깊은 듯.
왕궁에서 가이드를 듣고 오다가, 막상 그냥 '뭔가 있네'수준이니까 썰렁하긴 하다.
하다못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 육하원칙에 입각한 설명정도는 해주면 좋겠..;;


뒷면도 역시나 금으로 만들어져있다.
그리고 옆에는 항아리가 있는데, 총 수가 108개라고 한다.
108개의 항아리에 동전 하나씩 넣으면 모든 번뇌를 잊을 수 있다나...
당연하지만 기다렸다는듯이 환전할 수 있는 곳이 옆에 있었고, 외국인들은 많이 하는 듯 싶다.
...하지만 가난한 여행객의 입장에선 환전해서 동전을 넣느냐 마느냐도 또 하나의 번민이라서;;


글자 그대로 금침을 베고 계신 와불님.


나와서는 뭐...'왓 포의 미스테리'라고 써있길래 뭔가 싶어서 잠깐 쫓아다녀봤지만, 별 건 없었다.
다른 관광객들도 와불 보고 나서 나가는 추세라, 이런거 찾아다니는 사람은 현지인조차 보이지 않았고;;;
대충 둘러보다가, 에잇 볼 거 없고 시간도 없으니 바로 왓 아룬으로 이동!

왕궁 쪽에서 왓 아룬으로 가기 위해선 짜오프라야 강을 건너야한다.
바로 옆에 선착장이 있으니 가서 3 바트, 약 100원 정도를 내고 배를 건너면 된다.
워낙 자주 다니는 편이라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고...


열심히 배타고 강까지 건너가며 왓 아룬을 구경했다.....
뭐 담장 밖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고, 입장료 내고 그 위로 올라가 볼 수도 있다. -ㅅ-


새벽사원이라는 왓 아룬은 그 이름답게 방콕에서 가장 멋진 새벽과 석양을 볼 수 있는 사원이라는 소개가 있었다.
음...뭐 그때 와서 보는 것도 좋긴 하겠지만, 가난한데다 일정도 빠듯한 여행객인지라... ㅠㅠ
일정에 밀려 그냥 낮에 와서 보는 수밖에;;
그렇다해도, 왓 아룬 역시 방콕의 대표적인 관광지인만큼, 화려한 외장과 빼어난 조형미를 감상하려면 낮에 올라가봐야 하지 않을까?


왓 아룬에 올라가면 탑을 한 바퀴 돌면서 주변 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짜오프라야 강 너머로 보이는 방콕 시내, 그리고 반대편 왓 아룬쪽이 있는 거주지 겸...뭔가 알지못할 건물들의 절경 또한 시원한 바람과 함께 볼 만 하다.


이 계단이 제법 가파른 편이라서, 오르내리기가 약간 불편하다.
다행히 옆에 난간이 있으므로 큰 걱정은 안해도 된다.


왓 아룬의 외장도 약간 특이한게, 가까이에 가서 보면 돌에 채색을 한 듯 하기도 하고, 무언가 박아넣은듯 하기도 하다.
멀리서 봤을 때 뿐만아니라 직접 만져보며 구경해도 알록달록한게 입장료 내면서 들어와 볼 만한 가치가 있다...-ㅅ-;


탑을 내려와 왓 아룬 경내를 살펴보고, 다시 강을 건너왔다.

강 건너서 향한 곳은 위만멕 왕궁.
왓 프랏깨우와 왕궁을 입장하면, 위만멕 왕궁에 입장할 수 있는 티켓 역시 같이 준다.
따로 들어가면 입장료를 더 내야하니까...아예 오늘 안에 왕궁 시리즈를 끝내기로 했다;

그런데 위만멕 왕궁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하지만...시간도 없고 날씨도 더우니 눈 딱 감고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에어컨 바람과 함께 씻은듯이 사라진다.
휴, 정말 땡볕 아래 야외에서 구경하려니 온몸이 후끈후끈하다.

택시타고 위만멕 궁전으로 향하던 도중에, 라마5세 동상이 있었다.
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다는 왕으로, 왕족 최초로 유럽 유학을 다녀온 뒤, 태국의 근대화를 이루었다는 인물이다.
신식 문물 도입, 노예제도 폐지 등, 상당한 개혁정치를 통해 오늘날의 태국을 있게했다는 왕답게, 태국 국민들의 존경도 받고 있어서, 서거일에는 동상 앞에서 매년 추모제가 열리기도 한다고 한다.
타고가는 택시를 운전하는 아저씨도 라마5세 동상 앞에선 살짝 합장한다.
.....다 좋은데, 운전할 때 합장은 좀;;; 핸들은 잡으셔야지.

위만멕 궁전도 라마5세가 지은 건물인데, 티크나무로 지은 목재 건물에 황금을 입혔다고한다.
태국 왕실은 역시 부자인거였음!!
거기다가 건물 전체에서 못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는데...튼튼한거겠지?;;
별장으로 사용되다가, 욍실 물품 보관소로 바뀐 뒤, 그 일부 물품들을 왕비가 대중에게 공개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위만멕 궁전에 막상 들어가려니, 소지품들을 전부 락커에 넣고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신발은 신발장에 보관해야하고..쩝.
휴대폰을 포함한 각종 전자기기는 물론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며, 입구에서는 금속탐지기 검사까지 하고 있었다. 헉..-ㅅ-;
그래서 여기 사진은 한 장도 없음;;

들고다니던 걸 모두 버리니 홀가분한게 좋긴 하지만, 그래도 사진찍을 수 없는건 살짝 슬프네~ 라면서 올라가니, 마찬가지로 영어 가이드가 제공된다고 한다.
대략 15분 정도 기다리라고 해서, 원형으로 된 입구 로비 가장자리에 둥그렇게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혼자 멀뚱멀뚱 15분을 앉아있기가 지루해서 옆에있는 아저씨한테 말 걸었더니, 일본에서 온 관광객이라고 한다.
그런데 태국인 친구를 사귄건지 어쩐건지...귀엽게 생긴 태국 여자 사람을 옆에 데리고 다니고 있었다. -ㅅ-
안되는 일본어로 나 일본 가봤심....아 님하도 한국 와봤심?...학생이라면 뭐 공부하심??...옆에있는 분은 누구심? 등등 얘기 나누다가 투어가 시작되서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아는 일본어가 다 떨어져서 할 얘기도 없었는데 적절한 출발;;

위만멕 궁전은 방이 70여칸이 있는데, 그중 30개인가 40개인가의 방을 공개해준다고 한다.
내부에 전시해놓은 물품들은 거의 대부분이 라마5세의 물품들.
외국 유학파라는 걸 강조하기 위함인지, 가이드내내 유럽 국가 이름들이 끊이질 않는다.
이 의자는 프랑스 양식을 본따 태국에서 만들어진 의자고...기타등등 기타등등.
그러고보니 이 건물도 라마5세가 지었다고 하는데, 재료는 태국산이지만 마찬가지로 건축 양식은 유럽식이다.
오전에 봤던 왕궁과 대조적인게, 이 곳은 과연 태국 안에 있는 왕실 박물관이 맞기는 한건지, 온갖 물건들이 전부 유럽에서 볼 수 있는 물품들로 꾸며져있다.
어제 갔었던 짐 톰슨 하우스는 서양인이 태국에 들어와서 각종 문화재들로 꾸민 집이었지만, 위만멕 궁전은 태국 국왕이 유럽 유학 후 유럽식 문물로 꾸민 집이라고 대비되는 셈이다.
신기하고 비싸보인다~라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왠지 '유럽의 것이 무조건 태국의 것보다 낫다'를 외치는 듯한 국왕폐하가 연상되어, 한 켠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한국도 비슷한 과거가 있으니까..

위만멕 궁전을 구경하고 나오니 또 시간이 애매하다.
뭐 근처에 코끼리 박물관. 대리석 사원 등등이 있다고는 하는데...
그냥 뒤로하고 카오산 로드로 가서 마사지나...쿨럭;

여태까지 계속 숙소 근처에서만 마사지를 받았으니까, 이번엔 카오산 로드쪽으로 가서 다른 곳에 가본다.
음...가이드북에 추천이라고 나와있는 곳이, 알고보니까 아침에 나올 때 마다 호객행위 하던 곳이었다;;
바꿔본 소감은...음 -_- 그냥 가던 데 갈 껄.
마사지에도 '유파' 같은 것이 있는지, 이번에 간 곳은 골무같은 도구를 이용해 지압하는 걸 많이 하던데...
그거 말고는 별로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결정적이었던 건, 이 아주머니가 맛사지랍시고 한다면서 뒤통수에 기침을 자꾸 하는게 상당히 불안했다;
태국도 독감 위험지역 아니었나...-ㅅ-;

사실 마사지는 저녁에 받는게 더 낫긴 하지만, 낮에 받으러 간 건 다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오늘은 저녁에 다른 일정이 잡혀있기 때문에, 마사지를 받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지~

하루의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 저녁밥을 먹으러 길을 나선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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