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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향은 언제나 프롤레타리아적이었다.
애시당초 잘 먹고 잘 사는 유복한 - 즉, 금괴로 블럭쌓기하고 자가용 등하교가 당연한 일상과 - 거리가 먼 환경에서 자란 덕분에 그렇기도 하지만, 같은 떡 한 조각이라도 별 감흥없이 받아먹는 배부른 사람한테 주기 보다는, 꼭 필요한 사람한테 주고 싶은 게 당연하니까.

따라서, 오늘 길거리에서 만난, 정신나간 주인이라 줄도 못 매어놓은 대인배 애완견을 보고서도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어두운 밤, 지나가는 길 옆의 기척에 잠시 멈춰 돌아 본 것도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건 불법 주차된 차량 아래, 밤 보다 더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식사를 준비하는 기척이었다.
고양이는 걸어갈 때 조차 소리내지 않기로 유명한 종족이다.
하지만, 인간종이 만들어낸 폐기물 보관함을 밥그릇으로 삼은 경우라면, 어쩔 수 없이 소리를 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 발걸음을 잡아 챈 것은 바로 그 소리였다.
그리고 내 눈길을 붙들었던 건, 바로 그 손이었다.

고양이들은 알고 있었다.
경험적으로, 혹은 예민한 후각으로.
그 봉투 안에 허기를 달래 줄 음식이 들어있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
어차피, 나에겐 그 고양이를 구해 줄 능력 같은 건 없다는 걸.
단지 지금 이 순간의 짧은 죄책감을 벗어 던지기 위한 가식적인 행동 뿐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습성은, 때마침 폭식 기간이라 손에 쥐고 있었던 음식을 옆에 내려놓게 만든다.
하룻 밤, 아니 단지 잠시동안의 허기 만이라도 달랠 수 있길 바라는 바람과 함께.

그리고 돌아서서 자기 코 부터 닦으려 하는,
이 인간은 오만하고, 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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