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어린 공주가 자신을 상품으로 내거는, 즉, 왕의 병을 치유하는 자와 결혼하겠다는 포고령을 내렸지만, 호기있게 나서는 의사의 수는 늘지 않았다.
성문을 지키는 위병들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뜨내기들마저 상대하게 된 자신들의 처지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였을까.
수도 외성 경비대 앞에서 왕의 병을 고치러 왔다고 밝힌 이국의 의원에 대한 반응은 코웃음이었다.
왕국을 몇 달 동안 짓누르고 있는 암울한 분위기에 눌린 경비대를 탓할 것만은 아니다.
약재를 가득 담은 마차의 행렬도, 의원의 치료를 도와줄 의생도, 잔신부름 할 시동 하나도 거느리지 않은 채, 단신으로 떠나는 여행자 같은 그 차림새는, 누가 보아도 의원으로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외성 경비대는 어디까지나 수도에 드나드는 사람을 통제하는 것이 그 권한이자 책임이었을 뿐더러, 잠깐 나눠본 대화에서 느껴지는 품격은 한낱 뜨내기로 보이지는 않았다.
평소보다는 조금 더 상세한 질문을 마친 수도 외성 경비대는, 여행자이자 자칭 의원인 이 사내의 처리를 궁성 경비대에게 떠넘기기로 이내 결정했다.
"통과!"
경비대원의 허가를 뒤로 하고 들어선 의원을 맞이한 것은, 수도 백성들의 수 많은 호기심이었다.
잠깐의 심문이었지만 곁으로 흘러나간 소문이 어느새 생생하게 수도를 질주했고, 왕을 고치러 온 의원이란 이야기는 사람들을 거리로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의원은 처음 와보는 수도의 거리를 헤메지 않고 곧바로 궁성으로 직진하게 되었다. 덕분에 여독따위는 풀 생각도 하지 못하긴 했지만.
그리고, 궁성 경비대 입장에서는, 수도의 모든 백성들이 환영하러 나온 대로를 홀로 당당히 걸어오는, 마치 개선장군을 연상시키게 하는 의원의 방문을 불허할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
아, 벌써부터 귀찮아지기 시작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