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애플을 베꼈다고 법원이 판결하다!


(적어도 내 주변의) 업계 사람들은 별 반응 없이 지나가고 있는데 반해, 세간에선 글자 그대로 큰 화젯거리인 모양이다.

대한민국 언론 구석구석 삼성의 입김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확인하는 듯한 상황이다보니...

대세에 따라 글 쓰는 건 싫어하지만, 그래도 몇 글자 적어야겠다.


과연 삼성이 '정말로' 애플을 베꼈는가? 에 대한 질문은, 다른 누군가가 열심히 사진까지 모아서 정리한 글이 있으니 그걸 보는게 낫지 싶다 : http://konatamoe.com/20165267804

전체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일부분에 대해서는 그 답이 나오리라 본다.

좀 더 자세히 적고 싶은 내용들도 있지만, 그거 자료 찾아서 정리하다간 한세월이니 나중에. (= 귀찮아서 안쓸거임)


그럼, 삼성이 주장하는, '애플이 삼성의 표준 특허를 무단으로 가져다 썼다'라는 항목부터 보자.


삼성이 가지고 있는 특허는 그냥 특허도 아닌 '표준 특허'랜다.

앞에 '표준'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의미가 뭐냐하면, 그 특허를 사용하지 않으면 해당 기술을 아예 적용하지 못하거나, 적용하더라도 굉장히 제한적으로만 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표준이라는 의미는 관련 업계에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공통의 규칙과 약속이란 뜻이다.

어떤 사람 둘이서 만나 장기 두기 내기를 한다고 해보자.

당연히, 장기의 규칙이나 장기말의 모양 등등은 '표준'이 정해져 있으므로, 장기 말을 만들 때는 그 표준에 맞추어 만들고, 그 규칙에 따라 진행 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나타나 '나는 장기말이 맘에 안드니까, 체스말을 이용하겠어!'라고 이야기하면, 당연히 함께 장기를 두기 어렵다. 표준을 어겼다는 이야기이다.


삼성이 가지고 있다는 표준 특허는 그런, 규칙과 약속에 대한 표준을 일부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장기의 '포'와 '졸'에 해당하는 특허를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즉, 장기를 두고자 하는 사람은 '포'와 '졸'을 사용하기 위해선 삼성에게 사용료를 내야 한다.

장기판에 끼고 싶은 사람은 당연히 '포'와 '졸'이 필요하고, 삼성에 돈을 내야 한다.

만일 돈을 내지 않으면? 포 떼고 졸 떼고 장기판에 올라가란 이야긴데, 그래서야 어디 이길 수가 있나. 애초에 승부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표준특허는 무시무시한 것이다.

장기판에 끼려면 모든 사람이 돈을 내야 하니까.

하지만, 표준 특허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삼성 뿐만이 아니다.

이 바닥에서 이름 들어봤을만한 굵직한 - 이를테면 LG전자라거나, 노키아, Intel(구 Infineon), 브로드컴, 그리고 한 때 한국의 모든 휴대폰에 작은 투명 스티커를 붙이게 만들었던 Qualcomm 같은 - 회사들은 표준 특허를 가지고 있다.

LG전자는 '차'와 '마'에 특허를, 퀄컴은 '왕'에 특허를 가지고 있는 식이라서, 장기판에 올라갈 때는 결국 이런저런 회사들에게 필수적으로 돈을 내야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삼성만 애플에게 '표준 특허'를 무단으로 썼다고 이야기 할까?


위에서 말했다시피, 표준 특허는 '반드시' 써야 하는 특허다.

그러다보니, 이 표준 특허를 악용하는, 즉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전세계 장기대회가 열리는데, 자기네 편 선수들에겐 표준 특허를 거의 무료로 제공하면서, 경쟁자에겐 우승 상금의 몇천만배나 되는 사용료를 요구한다면, 그건 당연히 말이 안되는 행동이다.

그래서 여기서 나오는 게 FRAND, Fair, Resonable And Non-Discriminatory라는 규칙이다.

간단히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표준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보면 된다.


여기서 또 하나, 웃기는 이야기를 추가하면, 사실 애플은 통신기술과 관련된 부분은 직접 만들지 않는다.

모두 인텔(구 인피니언)이나 퀄컴사의 제품(modem chip)을 사서 가져다 쓴다.

그런데 원래 '인피니언Infineon'이라는 회사가 그 유명한 인텔Intel에 인수당하면서, 다시 인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Intel Mobile Communications라는 회사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삼성이 표준특허의 사용권을 소급적용할 수 없다라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삼성에서 뭔가 맞고소는 해야겠고, 그렇다고 딴걸 들고갈 수는 없으니 꼼수(직설적으로는 떼 쓸만한 부분)를 찾아냈다고 생각한다.

표준 특허라고 하면 뭔가 무시무시해보이고, 실제로도 무시무시하고.

게다가 요새 나오는 논점처럼 표준 특허가 무시되면 누가 돈 주고 기술 개발하겠느냐 라는 식의 주장도 펼 수 있으니까. (당연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시스코 씨, 돈 안되니까 하지 말래요라고 대한민국 언론이 설득 해줘봐!)


반면, 애플이 삼성에게 침해했다고 이야기 하는 부분들은 표준 특허가 아니다.

비교하자면 장기말들을 좀 더 예쁘게 보이게 하거나, 잡기 편하게 하거나, 장기말 구분을 보기 쉽게 하는 등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엄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장기판에 내려 놓을 때 '딱' 하는 소리가 멋지게 나는 법에 대한 특허라고 생각해도 된다.

당연히 '딱' 소리가 멋지게 나지 않는다거나, 잡기 불편한 장기말을 가지고 있다고 장기판에 끼어들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장기판에 참가하기 위해 사람들이 찾는 제품 중 가장 잘 팔리는 것은, 사람들이 쓰기 편한 장기말이기 마련이다.


삼성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장기말이 보기에도 나쁘고, 쓰기도 불편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 매우 잘 알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이 바닥에서 제일 잘 나가는 애플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생각한 거겠지.

가족끼리 니꺼 내꺼가 어딨어?


졸려서 오늘은 이만. -ㅅ-; 나중에 정리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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