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03
스물 두 번째 날, 일요일이다.

원래대로라면 일요일은 교회에 가야 하지만..
멋지게 늦잠을 자버렸다.

속사정인즉, 일요일 12시까지 제출해야하는 레포트를 하느라 전날 새벽 3시까지 작업을 해버렸더니 바로 늦잠행..
결국 오늘은 느지막히 일어나 현지 생활 보고서를 썼다.
광운 대학교 교환 학생 카페에 올리는 글이라 사실상 보고서라기보다는 나중에 오는 교환학생들을 위한 글이다.
교환 학생을 준비하면서 대부분의 정보를 이를 통해서 얻었기에, 가능하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로 모아서 썼더니 금방 양이 불었다.

어쩐지 나른한 일요일 점심.
며칠째 상당히 낮은 온도로 가동되는 에어컨 덕택에 결국 이불을 뒤집어 썼다.
침대 위에 앉아있자니 또 하고 싶은게 외도라고..
이어폰 꽂고 Solid State Society를 봤다.

얼마나 지났을까.
분명히 화면상에선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아야 하는데, 뭔가 다른 소리가 끼어든다.
이상하다 싶어 일시정지를 했지만 그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어폰을 귀에서 뺐더니 귀청때리는 알람 소리.

혹시 이전처럼 Fire Drill인가 싶어서 건물 밖으로 나왔다.
아니 이게 왠걸.
1층에서 경찰관이 잡더니 일단 건물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신분증을 내놓으랜다.
Student ID꺼내주면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넌 뭔데 이 건물 안에서 나오냐고 물어본다.
그리고는 뒤에 있던 Staff에게 이 녀석이 이 건물 사는 놈 맞는지 확인도 부탁한다.
내 방에서 이어폰 꽂고 영화 보느라 뭔 일 있는지 몰랐다고 이야기하니, 말 된다면서 그냥 고이 돌려보내주는데..정말 나와보니 소방차도 나와있었다.
알고보니 Hull Hall의 Gas System에 문제가 생겨서 알람이 울리고, 그 때문에 소방차가 온 것이랜다.
커널형 이어폰 끼고 이불 뒤집어 쓴 채 삼매경에 빠져있던 nik은 전혀 몰랐던 거고.
정말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의 알람이었는데, 못 알아챘으니 경찰관이 의심하는게 당연.

노동절 연휴라 그런지 Hull Hall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밖에 나온 사람들은 이전의 Fire Drill과 비교하면 1/3 수준..
곧 알람이 멈추고 다시 들어가서 SSS를 마저 봐줬다 -ㅅ-;

오후 6시.
오늘은 광운대학교 선배이신 정민선배께서 광운대 학생들을 초대하신 날이다.
처음 도착한 날 도와주신 것 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했는데, 식사까지 대접해 주신다니!!
교환 학생들 모두 도서관 앞으로 모였다.
방문 기념 선물...이랄까;
광운 대학교 교환학생 모두가 돈을 모아서 사긴 한건데..
오늘 밥값 견적이나 나오려나 몰라;
정민 선배께서 사시는 아파트로 차를 타고 이동.
당연하지만 도보로는 가기 힘들다. -_-;;
미리 준비되어 있던 식사 재료들과 전기 프라이팬 등을 세팅하고 먹을 준비중.

그리고 오늘의 메뉴는..
무려 삼겹살이었다.
한국에서야 흔한 메뉴중 하나지만, 교환 학생들 모두 당분간은 구경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그야말로 환상의 아이템 등장!
자연스레 젓가락은 바빠진다.

신났지 신났어.
그저 얼굴에 핀 웃음꽃을 보시라.
살 찌던 말던 이빨이 아프건 말건 일단 먹고 보는 거다.
자리를 함께한 수광.
광운대학생은 아니고 이곳 학부생이다.
로켓, 공룡, 고래 이야기는 시키면 안된다는 이야기가 있음.
아, 아무래도 이날 먹은 삼겹살은 당분간 절대 못잊을 듯.
미국에서 먹은 마지막 삼겹살이 되는거 아닌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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