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시당초 대부분의 경우, 회의는 의사결정을 늦추기 위해 고안된 장치다.
한 명에게 맡겨서 진행하는 편이 일관성 있(을 확률이 높)고, 결론 도출도 빠르다.
하지만 회의는 그런 장점을 희생하면서, 결론 자체의 질적 향상을 꾀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많다.
짧은 직장 생활 동안, 기억에 남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회의다.
'업무 회의'라는 타이틀을 달고 시작하는 이런 회의는 개인적으로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어떤 회의의 경우는 정말 치를 떨도록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어떤 회의는 그저 참석하는 것 자체로 얻는 것도 많았다.
회사 신입 시절, 주간 혹은 월간 회의때나 비공식적인 미팅에서 듣는 잡담, 전혀 상관 없는 부서의 업무 내역 혹은 기타 현황등에 소모되는 시간이 아까웠던 적이 있다.
하지만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말단 사원에게는 전체 회사의 운영 흐름이나 타 부서 현황등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다.
이런 저런 내용들을 조합했을때 내가 있는 회사, 부서, 팀이 과연 전망이 있는지, 아니면 내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과 일치하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귀한 재료가 될 수 있다.
또한 책이나 영화처럼 간접 경험을 통한 업무 능력 향상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말 회의라고 부르기가 민망한 모임이 많다.
특히 회사의 경우는 '일을 하기 위한 집단'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으므로 그 경우가 덜하지만, 학생 모임 등의 그다지 주제나 전제 조건 없이 모여서 회의란 걸 할 때는 차라리 친목회라고 불러줘야 하는게 아닐까 고민하게도 만든다.
회의라는게 어떤 결론이나 결정 사항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서, 해당 내용만 하고 간단히 끝내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더 나은 분위기 조성으로 좋은 결론이 나오는 경우도 많으니까.
하지만 절반 이상이 친목 도모를 위해 쓰이는데다가 우왕좌왕하고 끝나는 모임이라면,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될 뿐이다.
진행자도 정해지지 않는 등의 악조건임은 알지만, 같은 조건에서 다른 모임이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면, 자연히 비교하게 만들 뿐...
여행 계획을 짜자는 모임.
지난 번 모임에서 결정된 사항은
'8명 출발'
'숙소와 자동차 렌트 비용을 조사'
그래서 이번 모임에서는 지난 번에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고 예약을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회의에 참석해서 함께 가자고 하는 등의 변경 사항 발생.
지난 번에 조사하기로 한 내용부터 이야기 하고 인원 변동 문제를 이야기 하자고 했으나, 반대 순서로 진행하자고 한다.
아니 왜???
인원이 변동되면 조사한 내용도 실시간으로 바뀌어 바로 적용되나? 그건 아니잖아.
이미 해야 할 말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그걸 뒤로 미룬다고 해서 뭔가 바뀌나?
오히려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로 뒷받침 할 수 있는데.
8명이서 갈 때 이 정도 숙소와 차량 비용이 든다고 하면
인원 변동이 생기면 어느 정도로 하는 편이 나은지 확인할 수 있고, 예산 변경 정도도 파악할 수 있잖아...
아, 솔직히 기초적인 것들로 이야기 하는게 오히려 더 소모적이라는 걸 지나치게 많이 알았달까.
그러고보면, 다른 학교 사람들과 이야기 할 땐 가끔 뭔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될 떄도 있다.
농담을 하더라도 주에에서 벗어나지 않는 거라거나..
아니면 농담을 통해서 오히려 새로운 결론을 도출하는 거라거나..
아무튼 그다지 별로 좋은 회의는 아니었다는 생각만 자꾸 드는데...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틀리고 자기 자신이 맞았다는 생각을 하는 건, 초딩의 특권이라고.
그 나이 되서 그걸 요구할 생각이야?